모두가 기다려온 이 겨울 두 손엔 가득 휴식을
크리스마스는 소란스러워야 했다. 오래 못 만난 친구나 지인을 만나야 하고, 여럿이 모여 파티하고, 선물을 주고받으며 보내야만 하는 시즌이었다.
펜데믹은 이런 시끌벅적한 연말 분위기를 더욱 열망케 했다. 못하게 하면 더 간절해지는 게 사람 심보니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펜데믹은 직장인이 된 해에 시작되었다. 저마다의 근로 환경과 직업적 특성이 달라져 시간을 맞추기 어려운데, 집합 인원 제한과 시간제한이 이를 더 힘들게 만든 것이다.
그런다고 크리스마스의 들뜸을 포기할 수 있을 리가. 조금은 아쉽지만 화상 채팅이나 온라인 선물 교환으로 하루를 꽉 채워 보냈다. 함께 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움이었으므로.
하지만 올해 내가 그리는 크리스마스는 조금 다르다. 크리스마스가 아니어도 좋아하는 이들은 만날 수 있고, 파티를 하지 않더라도 고마운 마음을 전할 수 있다. 그러니 오히려 특별한 하루만큼은 온전히 나를 위해 쓰고 싶다.
알람 없이 느지막이 일어나 평소처럼 스트레칭하고 이부자리를 정돈한다. 밤새 쌓인 연락을 확인하고, 잔잔한 크리스마스 노래를 재생한다. 좋아하는 컵에 따뜻한 핫초코를 담고, 책상에 앉아 올 한 해 가장 좋았던 것들ㅡ영화, 여행지, 책, 사람 등ㅡ을 정해 혼자만의 시상식을 만들어 본다. 떠오르는 대로 적다 보면 가장 좋았던 걸 찾기 쉬워진다.
이때는 스마트폰과도 멀어지고 싶다.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바빠서 읽다 만 책을 마저 읽는다. 스륵 잠이 들면 잠깐 낮잠을 자야지. 해가 짧은 겨울이니 낮잠에서 깨면 어둠이 내렸을 테다. 그러면 이날을 위해 그간 안 먹고 아껴둔 메뉴를 저녁으로 주문하고, 낮에 했던 혼자만의 시상식에서 ‘올해의 술’로 뽑힌 술도 한 병 사 온다.
음식은 예쁜 접시에 옮겨 담아야 한다. 저녁 준비가 끝나면 형광등은 끄고 향초를 켠다. 보고 싶던 영화를 틀고 정성껏 준비한 저녁에 술을 한 잔 곁들인다. 그렇게 완벽하게 ‘나를 위한 하루’를 완성한 뒤에는 일기를 쓰고 포근한 침대에서 잠들고 싶다.
일단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이렇게 그려본다. 사람 만나길 좋아하고 노는 걸 좋아하는 성향과는 다소 상반되는 모습이다.
어쩌면 2022년은 주말마다 나가서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걸 경험하고 다니느라 모르는 새 방전된 걸지도 모른다. 바쁘게 산 일 년은 분명 뿌듯하고 얻은 게 많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으니 말이다.
딱 24 시간만이라도, 모두가 기다리는 그날만큼은 가장 소중한 나를 위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