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별 Feb 01. 2023

넌지시 건네는 새해 인사

새해 복 많이 받아, 꼭.

벽이슬을 닮아 맑고 순수하던 네 미소를 기억해. 맛있는 걸 먹으면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동그랗게 뜨며 호들갑을 떨었고, 떨어지는 벚꽃 잎이 흩날릴 땐 잡으려 겅중겅중 뛰며 개구지게 웃었지. 나이가 들수록 중력이 입꼬리를 당긴다더니, 뜨거운 볕에 증발하듯 네 생기는 서서히 말라갔어.


묵은 삶에 대한 책임감은 무게를 더해갈 뿐 가벼워질 생각을 않고. 함께 모여 요란스레 부딪히던 술잔에는 어느새 혼자 고요히 한숨을 채우는 날이 늘어가고. 고난 앞에서 오히려 오기로 일어나 당차게 맞서 나아가던 패기는 온데간데 없어졌어.


잡하게 꼬인 업무 앞에 이마를 짚고, 교묘하게 신경을 긁는 인간에 뒷목을 잡으며 우리는 재미없는 어른으로 매일을 내딛고 있지. 하지만 사회의 기준대로 제 몫을 해내며 사는 서로를 나누다가도, 그 모습이 우스워 바람 빠지듯 픽 웃곤 하잖아.


은 게 변했어. 너와 나를 둘러싼 상황이나 사람도, 우리 각자의 위치도, 살아가는 방식도 말이야. 그래도 우리는 알잖아. 생계를 잇는 것보다 당장의 새로움이 즐겁던 시절에 나눴던 날 것의 감정을, 순수하게 표현했던 시원한 웃음과 뜨겁던 눈물을 기억하잖아.


제 겨우 사회에 첫 발을 떼고 고작 몇 걸음 앞으로 나갔지만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한 길이 눈앞에 놓였어. 물리적 거리가 조금 멀어져서 손을 맞잡을 순 없대도, 우리 안에 단단한 유대가 뿌리내리고 있으니 외롭지 않아.


아들여야 하는 현실의 무게는 터무니없이 벅차지만 잠시 무릎 꿇더라도 반드시 이겨낼 거라고 서로를 다독이자. 그 다짐으로 새해를 맞이한 게 어느덧 일곱 번째야. 곧 우리 앞에 일곱 번째 새로운 해가 뜰거래.


련하다 느낄 새도 없이 시간이 또 일 년이나 흘렀더라. 아쉬워할 잠깐도, 잠시 돌아보며 감상에 빠질 틈도 없었던 것 같아. 올해 내 나이에도 아직 익숙해지지 않아서 종종 어버버 하는데 또 한 살을 올려서 기억해야 한다니. 골치 아픈 일이야.


 한 달에 한 번은 얼굴 보자. 꼭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꼭 잘나가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꼭 최고가 아니어도 괜찮으니까. 밥은 잘 챙겨 먹고, 잠은 시간 맞춰 잘 자고, 똑같지만 다른 하루의 사소함을 발견하면서 한 해 또 잘 살아보자. 사랑해.


작가의 이전글 마시면 취하니까 예술도 술, 그리고 술도 예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