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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주 Oct 02. 2021

시간이 지날수록 왜 옛것이 그리워질까요?

문화와 역사의 도시 경주에 - 불국사&석굴암

소풍으로 정말 자주 갔던 경주. 그때 경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불국사보다 엑스포보다, 바로 어린이들의 놀이터라고 할 수 있는 놀이공원 중 하나인 '경주월드'였기 때문에, 놀이공원 외에 다른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가방에 넣어 짊어지고 간 소풍에서 친구들과 오순도순 모여 도시락을 까먹던 시절이 소소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왜 시간이 지날수록 옛것이 그리워지는지, 그렇게 재밌게 타던 놀이기구보다 가만히 자연을 보고 있는 일이 나에게는 더 즐거운 일이 되었다.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조금이라도 빨리 뛰어가고, 하늘을 찌를 듯이 소리 지르며 놀이기구를 타던 기억의 그리움이 아니라 전혀 관심이 없었던 오래된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 낯선 그리움은 무엇일까.


또 한 번 찾아온 가을 계절에 마음 한편에 쓸쓸함이라도 날리는지 고즈넉한 풍경과 고풍스러운 도시 경관을 감상하며 쓸쓸한 바람을 애써 잠재우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떠났다. 무려 천 년의 역사가 담긴 신라의 수도, 경주로 말이다.





불국사의 풍경

경주에 도착하자마자 향한 곳은 바로 '불국사'였다. 불국사에서는 긴 시간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19가 소멸되기를 바라는 기원 기도를 하고 있었고, 또한 각자 저마다 품고 있는 소원을 불상 앞에서 조용히 꺼내 간절한 마음을 담아 빌어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발길을 돌리는 곳마다 찬란한 유산들로 가득하고, 완연한 가을이 찾아오기 전에 빨갛게 물들 준비를 하는 잎새들이 무릇 익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게 해 주었다.



불국사에 존재하는 석가탑과 다보탑

안으로 조금 더 들어오니 석탑이 위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곳에는 하늘에 펼쳐진 그림 같은 구름 풍경에 우뚝 솟은 석탑을 보며 한참을 넋 놓고 서서 바라보는 사람들과 그 순간을 영원한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사람들로 붐볐다.

나는 이 석탑을 보고 있자니 감회가 좀 달랐다. 원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고급 자격증이 있었지만 7년이 지난 올해 다시 한 번 1급 갱신에 도전했었다. 7년 전 하기 싫었던 역사 공부와 달리 올해 공부할 때쯤에는 우리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이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처럼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역사와 과거는 되돌릴 수 없지만,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은 될 수 있다. 또 옛것을 바탕으로 우리는 새것을 창조하기 때문에 당연히 공부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외웠던 것 같다. 특히 문화 파트를 공부하며 사진으로만 볼 수 있었던 전경과 유산들을 실제 나의 눈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설레었다.



석굴암 본존불로 가는 입구와 길

불국사를 보고 나니 근처에 있는 석굴암도 무조건 들러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석굴암은 불국사의 매력과는 조금 다른 웅장함과 자비로움을 기대했다. 하지만 석굴암으로 가는 길이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았다. 석굴암은 토함산 기슭에 있기 때문에 한참 버스를 타고 굽이치는 산길을 계속 올라가야 만이 웅장한 석굴암을 만나볼 수 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 겨우 도착한 우리에게는 본격적으로 석굴암 본존불을 보러 가기 위한 입구가 있었다. 해가 짱짱한 입구와는 달리 입구가 마치 경계선 이기라도 하듯 들어서자마자 자연의 향기가 마구 코를 찔렀다.

해가 내리쬐고 매캐한 공기로 가득한 주차장이 있는 입구 밖과는 달리 다른 세상에 들어온  흘렸던 자연의 숨결에 날리어 어느새 우리에게는 선선함만이 남아 있었다.


내부 사진 촬영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석굴암 본존불은 눈으로 밖에 담아오지 못했다. 훼손의 위험으로 지금은 굴로 들어가는 입구도 막아 놓고 불상 역시 30초가량 보는 것이 전부였다. 30초가 끝이었지만, 본존불은 그 모습의 잔상이 선명히 남을 만큼 내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철없던 어린 시절과 달리 불국사와 석굴암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이날은 마치 잔잔한 흑백영화가 주는 울림과 평온함처럼 고요가 찬란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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