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도시 서귀포에
재주도 좋게, 제주도에
우리나라 지역 중 어디가 가장 좋으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 제주라고 말하고 싶다.
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닌 바다를 건너야 갈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내게 있어 제주도는 외로이 자리 잡은 섬이자 미지의 영역이었다.
대학생 이전에는 여행도 가지 않고, 비행기 한 번 타본 적이 없던 터라 바다 건너 제주도를 가보는 것이 나의 소박한 소망 중 하나였기도 하다.
그렇게 가게 된 제주도.
처음 가는 나를 반기기라도 하듯 화창하고 청명한 날씨가 제주도 여행을 온통 설렘으로 가득 채웠다.
제주도는 또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하다. 귤과 한라봉, 국수, 바다, 바람 등등 좋아하는 풍경과 먹을거리가 다양해서 너무 좋은 곳이다.
또 3월의 제주는 유채꽃이 피어 거리마다 노란빛으로 가득 물들어 눈을 즐겁게 했다.
제주도가 바람이 많이 분다는 것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지만, 여행 내내 몰아치는 바람 때문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도무지 감당이 되지 않았기도 하다. 알고 보니 강풍주의보 특보가 있을 정도로 유난히 바람이 심했던 날이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바람이 불어오기를 바라는 것은 난생처음 밟아보는 미지의 장소의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행 첫날, '제주에인감귤밭'이라는 곳을 가고자 했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공교롭게도 휴무여서 당일에 가지 못했다. 뜻대로 되지 않으니 오히려 더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 날 눈 뜨자마자 택시를 타고 이곳부터 방문했다.
오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안 왔으면 큰일 날 뻔했네!'
세차게 바람 부는 날씨에 손님은 그리 많지 않았다. 덕분에 자유롭게 사진도 찍고, 방해받지 않고 제주의 감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제주도, 특히 서귀포 호근동 근처에 오는 관광객들이 꼭 여기를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여행 중에서 제주도 감성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제주에 왔으니 시그니처 메뉴는 당연히 먹어봐야지! 하고서는 친구와 같이 한라봉 에이드를 시켰다. 가격대는 있는 편이지만, 상큼함은 물론이고 구성도 알찬 메뉴였다. 그리고 눈 뜨자마자 오느라 끼니를 챙겨 먹지 못해서 토스트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이중섭거리의 돌담길을 걸으면서, 춥지도 덥지도 않은 3월 제주의 또똣한 날씨 덕분에 그냥 햇살을 그대로 맞으며 걷는 것 자체가 너무나 행복했다. 여전히 바람은 극성이었지만, 멋스러운 돌담길도 바람이 빚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서귀포에서 꼽을 수 있는 추천 장소, 바로 '천지연 폭포'이다. 떨어지는 폭포의 전경을 보면서 어찌나 가슴이 뻥 뚫리던지 한참을 그 근처에 서서 바라본 것 같다. 폭포 근처에서만 느낄 수 있는 청량감과 근처 풀내음이 정말 오감을 만족시키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한다.
제주도에 한치가 유명하다는 사실을 여기서 깨달았다. 천지연 폭포에서 나와 우연히 한치빵을 먹게 되었는데, 웬걸? 너무 맛있었다. 한치와 빵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잘 어울렸다.
빠질 수 없는 제주도 바다.
아쉽게도 점점 구름 끼는 날씨 때문에 저녁노을은 감상하지 못했지만, 에메랄드 빛으로 부서지는 파도와 바다 색깔이 너무 예뻐서 그 자체로 너무 힐링이었다. 어쩌면 곧장 머리 위로 닿을 듯한 하늘의 포근한 구름들도 연출된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중문 색달해변은 아마 해질녘을 감상하러 다시 한 번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