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터 온실 Apr 24. 2024

운전을 잘하는 법

비상 깜빡이의 미학

 운전을 잘하는 법은 비상 깜빡이를 잘 활용하는 법과 일치한다. 계속 비상깜빡이를 켜고 가라는 말은 아니다. 물론 급하게 화장실을 가야 하는 경우처럼 비상 상황시에는 그 또한 운전을 기막히게 잘할 수 있는 비결이 될 수 있겠지만 항상 쓸 수 있는 법은 아니다.


 내가 말하는 비상 깜빡이 잘 사용하는 법은 후향적 비상 깜빡이 사용법이다. 우리가 운전하다 보면 상대방에게 미안한 순간이 생기곤 한다. 대표적인 순간이 상대방 차 앞으로 끼어들 때다. 그럴 때 우리는 비상 깜빡이를 켤까 말까, 상대가 브렉끼를 밟았을까 안 밟았을까 고민하곤 한다. 끼어들었을 경우 상대방이 브렉끼를 밟았건 안 밟았건 반사적으로 비상 깜빡이를 잠깐 켜준다. 나의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이다. 미안함은 감사함이 되고 감사함으로 그 차 앞자리는 나의 자리가 된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끼어들기를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이런 생각에 빠지기 쉽다. 내가 더 빨리 왔는데 당연히 이 자리는 내가 차지해야지. 이는 다른 무언가를 차지할 때도 적용된다. 내가 이만큼 열심히 일하는데 내가 이 재물을 가져야지, 내가 이만큼 힘들게 사는데 이 정도는 먹어 줘야지, 내가 이 정도로 셀럽인데 이 정도 협찬은 받아 줘야지. 이런 식으로 내가 "뭐"가 될수록 끼어드는 것은 당연해진다. 하지만 내가 뭐가 되면 될수록 점점 더 힘들어져가는 당신을 발견할 것이다. 한두 번 끼어들기는 쉬어도 지속하다 보면 사고가 난다. 재물을 크게 벌다가도 또 크게 실패하거나 정신 쇠약에 걸리고 만다.


 이런 불상사를 예방하는 방법은 '뭐'가 되기를 포기하고 비상 깜빡이를 켜는 것이다. 감사해야 한다. 실로 나는 뭐도 아니다. 그냥 자아가 형성된 순간부터 자아 스스로 세상으로부터 구분되었다고 규정지은 원자들의 집합체에 지나지 않는다. 실로 나는 이 세상의 일부일 뿐이다. 그 일부로 돌아가는 가장 쉬운 방법이 비상 깜빡이이다. 감사라는 말이다. 감사함으로 세상 모든 것은 내가 되고 나는 세상 전부가 되고 막혔던 일은 세상 순리대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이를 잘 느낄 수 있는 순간은 앞서서 기술한 급하게 화장실이 마려운 경우다. 그 순간 나는 화장실에 가야 하는 그 무엇일 뿐 지위, 자존심 그러한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그렇게 비상 깜빡이를 켜고 달리다 보면 세상이 날 위해 길을 터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오늘도 비상 깜빡이로 세상으로 녹아들어 간다. 나 자신이 무엇인가 되기를 내려놓은 채.


매거진의 이전글 80대 20법칙과 인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