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휘루 김신영 Dec 29. 2023

날아간 오토바이는 무사한지, 새해 좋은 날만 펼쳐지길

종로 4가 사거리에서 내가 몰던 프라이드와 자꾸 옆으로 따라붙는 오토바이와 그 옆을 과속으로 달리던 승용차가 있었다.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났다.


먼저 오토바이가 날아갔고 사람이 뒤이어 날아갔다. 순간 모든 시간이 멈추었다. 아, 저 사람... 비상등을 고 그 사람에게 달려갔다. 그는 누워서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모두 걱정을 하고 있었다.


어떡해

혹시 잘못된 거 아니에요?

무사해야 할 텐데요..


 이윽고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모두 안도의 숨을 쉬었다. 나는 어떻게 된 것인지 그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옆에 달리던 승용차가 과속으로 치고 나가는 순간 내 차에 살짝 닿았다고 했다. 그러나 서로 달리던 속력이 있었기에 오토바이는 튕겨나가고 사람도 튕겨나간 것이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혹시 심하게 다친 것이 아닌가 걱정을 하면서 그를 흔들어 깨웠다. 다행히 그는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그의 표정은 망했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면서도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나는 병원에 가자고 했고 사람들은 그 뺑소니 차량을 지목했다. 사실 사고의 원인은 과속으로 인해서 오토바이가 피하다가 일어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바쁘게 오토바이를 몰아가야 하는 처지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는 한사코 병원은 안 간다고 했다. 그에게는 병원에 가는 일이 일당을 버리는 일이었다. 아무튼 그는 무엇보다 병원에 가는 일을 한사코 거절했다. 어쩌면 그는 무면허인 것 같았다. 그의 상태는 다른 데는 괜찮아 보이는데 바지가 찢어져 있고 무릎에서는 피가 흘렀다. 다리를 절면서 그가 일어섰다.


이에 한 사람이 나섰다. 나에게 가해자냐고 물었다.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내가 같이 달리고는 있었으나 가해자 인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그는 오토바이를 몰고 있는 일용직이었다. 그리고 하루 일당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나는 치료비로 약간의 돈을 쥐어주었다. 우리는 서로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눈짓을 하면서 다독였다.


가해자는 무례하게도 과속을 하고 뺑소니로 가버렸지만 우리는 서로 나서서 그 사람이 혹시 다쳤을까 봐 걱정을 하고 돈을 주고 오토바이를 일으켜서 천천히 그가 무릎을 절면서도 병원에도 가지 않고 의연하게 자기의 길을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는 종로 4가에서 광장시장 쪽으로 사라져 갔다.


뺑소니 차량은 잘 빠져나왔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니 사건이 자신으로 인한 것인지조차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무례로 인하여 한 사람의 생명이 위험할 뻔했는데도 말이다. 무례한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다. 마치 정의를 행한줄 알고, 어떤 잘못이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잘못을 들추면 변명하기 급급하다. 그러나 우리는 다 알고 있다. 무엇때문에 사람의 목숨이나 인격이 위험에 처하거나 무시당하는지, 그 자신만 오만과 방종으로 모를 뿐이다.


사람은 때로 밥벌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은 좀 다치더라도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보다 일이 더 중요하다. 하루하루 일을 해야 먹고사는 사람, 그에게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머니는 잘했다고 했다. 내가 가해자가 아니더라도 돈을 쥐어주고 병원에 가자고 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괜찮냐고 물었다.


나에게 무례하게 굴었던 어떤 인간을 생각하니 다른 일들도 떠 올랐다. 무례하게 군다는 것은 경우가 없는 짓인 형태다. 경우가 없으므로 예의도 없는 것이며 상대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나 자신의 공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자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무례하게 행동하고 말을 함부로 하던 헛짓거리가 생각났다. 말을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란 사실을 알려주는 일이 필요했다. 나는 어느새 '고소'장을 뒤적이고 나를 모욕했다는 자료를 모으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개명의 변 그 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