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아메리칸 나이트메어(American Nightmare 2024)
아메리칸 나이트메어(2024)
펠리시티 모리스, 버나뎃 하긴스 감독
데니스 허스킨스 납치 사건
범죄 실화 다큐멘터리
2015년 캘리포니아에서 있었던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 다큐멘터리다.
영화 시작 장면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더없이 안전할 것만 같은 동네 풍경이 오히려 마음을 조여온다. 그리고 이어지는 3화에 걸친 소설보다 더 소설 같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제 이야기.
좋은 가정에서 나고 자라 박사학위도 갖고 있고 직업도 있는 중산층 백인 금발 여성과 남성조차도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경찰과 언론과 사회로부터 거짓말쟁이 사기꾼으로 몰리는데, 흑인이거나 아시안이었다면 어땠겠는가.
그 끔찍한 범죄 피해자가 되고도 경찰로부터 보호를 받기는커녕 수사를 하도록 움직이게조차 할 수 없다니. 오히려 세상이 자신들을 구석에 몰아가도록 부추기고 선동하는 일을, 믿었던 경찰과 언론이 나서서 행하는 폭력을 무력하게 바라보고 당해내야 했다니. 제목이 ‘아메리칸 나이트메어‘인데, 어디 아메리카에만 해당되는 일이겠는가.
가장 안전해야 할 곳에서 벌어지는, 혹은, 가장 은밀한 곳에서 벌어지는 형언할 수 없는 끔찍한 범죄들은, 대개가 너무도 어이 없이 순식간에 벌어지고 흔적도 없이 모습을 감춰버리곤 한다. 그것이 남긴 상흔들은 선명히 드러나지 않고 저 아래 침잠해 있는 경우가 많아, 증명하거나 설득하거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 만한 요인들을 갖추지 못한 상태인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편견으로 무장을 한 상대들 앞에서 당해낼 도리가 있겠는가. 얼마나 더 많은 여성들이 이러한 공포를 안고 살아가고 있을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단 한 명이라도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는, 혹은 어떠한 소명으로 끝내 정의를 향해 온몸으로 자신과 세상을 끌고 나아가는, 그도 아니라면 그저 어떤 믿을 수 없는 우연으로라도, 결국은 끝내 암흑을 거둬내고 빛을 가져오게 되는 그런 일들이 믿을 수 없겠지만 세상에는 일어나기도 한다는 사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불합리하고 부조리하고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세상이라도 끝내 견뎌내고 버티고 어떻게든 삶을 이어가야 한다는 또 다른 사실. 어딘가에 누군가 단 한 명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정이 없다면, 나 하나만이라도 내 안의 나 하나만이라도 믿고 의지해 보자는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어떻게든 견뎌내 보는 수밖에.
<덧>
잘 만든, 좋은 드라마 리스트를 몇 개 가지고 있는데, 그 중 <믿을 수 없는 이야기>(Unbelievable, 2019)가 있다. 그 드라마의 서사와도 많이 닮아 있다. 아마도 여기에서 영감을 얻지 않았을까, 라고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하나는 실화 기반 다큐 시리즈이고, 하나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시리즈다. 이렇게 끔찍한 일이 그만큼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이야기라는 의미로 해석이 되기도 하니, 더 끔찍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 다큐에서는 영화 <나를 찾아줘>(Gone Girl, 2014)가 더 많이 언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