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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드리햇반 Oct 14. 2023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 타고난 기질 대로 살기


그러고보면 삶은 어쩌면 매우 단순하다. 타고난 나만의 기질대로, 다른 사람 곁눈질 할 것 없이, 내게 주어진 것 감사히 누리면서, 매일매일 소소한 즐거움 만들며 살아가는 것, 다정한 이들을 저만치 곁에 두고 몸과 마음 따뜻하게 보듬으며, 내가 가진 것들을 조금씩 나누면서 그렇게 사는 것. 그것이 전부일지 모른다.


내 인생이 내 맘처럼 되지 않더라도 그저 흘려 보내기. 순간순간 허무감이나 낭패감, 후회나 회한, 원망과 불안, 슬픔과 외로움이 파고들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살아가기. 그저 단단하고 담담하게 한걸음씩 오늘을 살고, 또다른 오늘을 살고, 그렇게 하루하루 앞으로 나아가기.


*  *  *


50년을 정신과 의사로 살면서 15만 명이나 되는 환자를 돌본 노학자 인터뷰를 뒤늦게 읽었다. 이화여대 명예교수이기도 한 이근후 교수 이야기다. 인터뷰 당시 85세였으니 지금은 90이 다 된 노장이다.


"살아보니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좌우되었고 세상은 생각보다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곳이었다"라거나 "산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사소한 즐거움을 잃지 않는 한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좋은 문장들을 건졌다.


과거에 대한 회환도, 미래에 대한 불안도, 원망이나 분노도 없앨 수는 없는 일이라 한다. 심지어 행복이라는 것도 한낱 신기루에 불과할 뿐이라고. 소망하던 것을 이루었을 때가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인데 그것이 영원할 수는 없다는 것. 그러므로 다만 잔잔한 즐거움을 주는 것들로 야금야금 인생을 채우면서, 그저 자기 성질대로 살아가는 것이 행복의 방책이라는 것이다.


타고난 자기 기질대로 사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은 자녀를 양육하는 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자녀를 잘 자라게 하는 것도 결국은 아이들 타고난 기질대로 자라도록,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 평소에 나 역시 믿고 있는 강조하는(혹은 합리화하고 있는) 소신인데, 같아서 반가웠다.


나이 든 이들이 삶을 마감할 때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 세 가지가, '내 맘대로 살다 가고 싶다, 맺힌 것 풀고 싶다, 나누며 살고 싶다'라는 것도 이근후 교수를 인터뷰한 다른 어떤 영상에서인가 본 것 같다. 나중에 풀고 싶은 회한이 남지 않도록 되도록이면 맺히는 것들이 없도록 그냥 모든 것으로부터, 모든 관계로부터 약간의 거리를 두고 사는 것도 오히려 나를 보듬고 상대를 보듬고 우리를 보듬는 일인지 모른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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