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나는 지금 제주도에 와있다.
원래도 제주를 좋아했었으나 5년 전에 6주 정도 제주에 머무른 이후에는 이 곳을 정말 고향처럼 느끼게 된 것 같다.
'여름이 가기 전에 그래도 이 푸르름을 마지막으로 만끽하자', '집에 있으면 또 뭐하냐' 뭐 이런 마음으로 8월의 제주도 여행을 결정했는데 항공권과 숙소를 알아보면서 정말 놀라고 말았다. 이렇게 가격이 저렴할 수가!
가까운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제주도 관광객이 줄었다는 뉴스는 자주 접했는데 그 때문인지, 극성수기가 지나고 광복절 연휴도 지난 후의 평일이라 그런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이게 시간이 많은 자의 행복이로구나. 평일에 노는 건 이렇게 좋은 일이로구나.
그렇게 가볍게 온 제주도는 여전히 너무 좋다. 서귀포 바다만 봐도 뭔가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다.
어제 범섬을 바라보며 걷던 해안가의 일몰과 제주의 순한 풍경들은 또 어찌나 아름답던지.
올 때마다 사람이 그득하던,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내가 좋아하는 카페엔 1시간째 사람이 나밖에 없다. 너무 좋으면서도 조금은 걱정이 된다. 이러다 이 좋은 곳이 없어지면 어떡하지? (노트북을 두들기며 글을 쓰는동안 다행히도 두 팀이 들어왔다.)
창밖으론 삼나무들과 뭉게구름이 보이고, 이름 모를 꽃과 초록 풀들이 바람에 살랑대고, 흰 나비가 꽃들 사이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작년 여름이 갑자기 떠오른다. 아버지 생신을 겸해서 광복절 연휴에 남해에 위치한 유명한 리조트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그간 묵었던 숙소 중 단연 최고로 비싼 곳이었다. 유명한 건축가가 디자인했다던 곡선의 건물과 방에서 보이는 남해의 전망, 깨끗하고 조용하던 실내 수영장... 다 훌륭했다. 그렇지만 하루 숙박하는 데에 그 큰 돈을 써버린 기분은 뭔가 좀 허무했던 것 같다.
아름다움을 향유하는 데에 항상 큰 돈이 드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은 정말 내가 꿈꾸던 완벽한 휴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