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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 Aug 01. 2022

연극 <햄릿> 끄적 노트


- 관극 도중에 나도 모르게 극장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 웅장한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의 내부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중독같이 화려한 무대에 붙잡혀있던 내 시선을 조심히 떼어내어, 내가 극장 공간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고요하고 웅장했다. 무대 위는 화려하고 시끄러운데, 늘 그 자리에 있는 조명과 창문 등은 말이 없고 고요했다. 무생물의 고요함에 잠시 머물렀다. 오래된 고전은 오늘도 무대 위에서 모습을 바꿔 상영 중이다. 인간이란 무엇인지, 살고 죽는 것은 무엇이며, 또 운명이란 무엇인지 대한 이야기가 내 귓가를 때린다. 관객들도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마스크 뒤에 저 관객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앉아 있는 것일까. 천장 핀 조명이 열정적이면서도 따뜻하게 무대 위 배우를 비춰준다. 극장의 웅장함이 성당같이 비현실적이었다.


- 나와 햄릿의 닮은 점은 무엇일까. 나는 현재 어떤 지점에서 햄릿과 같은 고민과 주저함에 빠져 있을까. 햄릿의 고뇌가 정말 내 이야기일까. 나의 탄생과 삶은 얼마만큼 햄릿의 죄로 점철되어 있을까. 그저 끝없는 궁금증만 커질 뿐... 햄릿이 본 선왕의 혼령과 그의 명령은 어느 정도의 리얼리티일까. 그 혼령은 무자비한 집단의식의 망령이 아니었을까. 햄릿은 복수를 하지 않아도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햄릿이 어머니와 오필리아에게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 Time is out of joint.  삶에서 이러한 부분은 어떤 지점일까. 나는 의식하고 자유로워질  있을까. 이런 부분이 있다면  삶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리고 셰익스피어는 어떤 마음으로 이렇게 끔찍한 비극을 창작한 것일까. 어떤 의도이고 어떤 마음이었을까. 꼼짝없는 운명의 속박, 그것을 명징하게 인식할 수밖에 없는 햄릿은 오히려 운이 좋은 것일까. 다르게 인식할 수도 있었을까. 그는 최후의 순간 죽을  어떤 마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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