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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시울 Dec 02. 2024

샌델, 도덕과 당위로 경제논리에 맞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마이클 샌델,  ●●●●●●●○○○


때때로 시장가치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비시장 규범을 밀어낸다.




   부패 논쟁은 재화 자체의 특성과 재화를 지배하는 규범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공정한 거래조건을 형성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힘과 부에 불공정한 차이가 없는 사회에서도 여전히 돈으로 사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시장이 단지 매커니즘에 불과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시장은 특정 가치를 구현한다. 또한 때때로 시장가치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비시장 규범을 밀어낸다. 

                                                                                                      - p. 159. 시장은 어떻게 도덕을 밀어내는가




   . 대리모, 이민, 교도소 감방의 업그레이드, 멸종 위기에 놓인 검은 코뿔소 사냥, 명문대 입학, 다이어트, 타인의 생명보험. 책 서두에 나오는 이 모든 것들의 공통점은, 책의 제목과는 반대로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굳이 '자본주의 사회'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게 촌스럽게 느껴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것들 중 상당수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익숙하고 그 중 몇몇은 당연하게까지 느껴지지만, 그 와중에도 교도소 감방을 업그레이드 할 권리나,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을 사냥할 권리처럼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와 "내심 좀 불편하긴 한데" 정도를 오가는 것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 이런 불편한 감정에 대한 가장 쉽고 편한 설명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선택이자 지극히 당연해보이는 경제학적 논리로 이야기되는 것들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불평등을 정당화시켜주는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샌델은 거기서 한 걸음을 더 나아가 모두에게 공평한 것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돈으로 사서는 안되는 것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시장이 반영할 수 없고, 돈만으로는 충족시킬 수 없는 가치가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자칫 잘못하면 고루하고 꽉 막힌 이상론처럼 느껴지기에 이제는 누구도 쉽게 꺼내려 들지 않는 이야기지만, 샌델은 머뭇거리지 않는다. 그렇기에 인간성, 명예, 공동체, 참여 같은 이제는 마냥 낡아빠진 푯말들이 실제 우리의 삶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반대로 세련되어 보이는 경제학적 이론이 오히려 탁상공론일 뿐임을 보여주는 3장은 이 책에서 가장 훌륭한 부분이다. 





   공정성에 관한 반박에서는 이러한 선택이 진정으로 자발적인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사람들이 절박할 정도로 가난하거나 공정한 조건으로 거래할 능력이 부족하다면 시장 선택은 자유롭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시장 선택이 자유롭게 이루어졌는지 판단하려면 어떤 불평등한 사회 조건이 작용하여 유의미한 동의를 훼손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즉 어떤 지점에서 불평등한 교섭력이 사회적 약자를 강압하고 그들이 하는 거래의 공정성을 해치는가를 고려해야 한다. 

                                                                                                      - p. 158. 시장은 어떻게 도덕을 밀어내는가





   . 샌델이 이야기하는 여러 사례들이 - 벌금을 요금화하는 것이 오히려 벌금을 내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합리화하게 하여 위반의 빈도를 늘린다든지, 섣부른 인센티브가 오히려 자발적 참여를 떨어뜨린다든지 - 보여주듯, 경제는 만능 답안지가 아니다. 세밀하게 짜여진 경제학적 모델들 역시 그 기반에는 가정이 개입되기에 당연히 생각했어야 할 요소들이 간과되기도 하고, 전제를 세우고 계산에 이르는 과정 어디에든 오류가 개입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논리가 도덕과 당위의 영역으로 거침없이 밀고 들어오는 이 시대에, 샌델은 도덕과 당위 역시도 경제논리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연구자들은 금전적 인센티브가 효과를 발휘한다는 보편적인 가정을 어느 정도 입증했다. 결국 보상금 10퍼센트를 받은 그룹이 1퍼센트만 받은 그룹보다 기부금을 더 많이 모았기 때문이다. 이 실험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어째서 보상금을 받은 두 그룹이 보상금을 전혀 받지 않고 봉사한 그룹보다 실적이 좋지 않는가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좋은 행동을 한 대가로 보상금을 주는 것이 그 행동의 특징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집집마다 방문하여 자선기금을 모으는 행위의 성격이 시민의 의무를 수행하기보다는 보상금을 벌기 위한 수단 쪽으로 기울었다. 재정적 인센티브가 공공정신에서 우러난 활동을 보상받기 위한 노동으로 바꾼 것이다. 이스라엘 학생들도 스위스 마을 사람들의 경우와 같이 시장규범이 도입되면서 그들의 도덕적, 시민적 헌신은 밀려나거나 최소한 꺾여버렸다.

                                                                                                      - p. 166. 시장은 어떻게 도덕을 밀어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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