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7개월간의 장기 프로젝트가 끝이 났다.
아니 사실 이제 시작인 거지만, 그래도 1 챕터를 무사히 마쳐서 마음이 한시름 놓였다.
예전에 결혼 준비만 1년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 이해를 하지 못 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굉장히 세세하게 나뉜 장기 프로젝트란 걸 알게 되었고, 그 스트레스를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어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었다. 그렇게 최단의 준비 기간을 정해 우리의 7개월간의 미션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식장 날짜를 잡았다. 다행히 우리가 하려는 곳은 인기가 많은 서울권이 아니라 원하는 시간대인 점심때로 잡을 수 있었다.
하객에 맞춘 예식 날짜
결혼식 날짜는 그날 참석하는 수 백명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다 맞출 수는 없어서 최대한 가능성이 높은 쪽을 선택했다. 먼저 토요일에 일하는 친구들이 많아 '일요일'을 선택했고, 가장 선호도가 높은 점심시간 때를 골랐다. 사실 토요일 점심때가 가장 인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친한 친구들이 토요일에 일하는 경우가 많아 철저히 토요일은 배제되었다.
완벽한 결혼식이 아닌, 안전한 결혼식
결혼식에 화려한 꽃들과 장식 그리고 이벤트들 하나하나를 우리가 정하고 추가할 수 있었지만, 약 200여 명의 사람들을 모셔놓고 개최하는 행사라 욕심보다 부담감이 더 컸다. 그래서 최대한 안전한 방향으로 만들었다. 우선 결혼식에 가장 중요한 건, 나의 컨디션이었다. 결혼식에서 말할 때나 걸을 때 사소한 실수는 있어도 되지만, 아프면 안 됐기 때문에 컨디션에 가장 신경을 썼다. 특히 지금보다 코로나에 더 엄격한 규정이 있을 때라 컨디션 관리에 더욱 예민했다.
그래서 웨딩 홀에서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스드메)을 한 번에 다 진행하는 웨딩홀 패키지를 선택했다. 홀 패키지를 선택하지 않은 경우에는 강남이나 기타 타 지역 다양한 곳에서 본식 때 입을 드레스와 메이크업 샵 투어를 하고 정하게 된다. 그래서 결혼식 당일날 그곳에 먼저 들러 드레스를 입고, 또 메이크업 샵에 들러 화장을 마무리한 다음에야 드디어 예식장으로 오게 된다. 보통 리무진을 빌려 차로 이동하게 되는데, 그때를 상상하니 차가 밀리거나 드레스가 구겨지거나 하는 등 수만 가지 불안이 같이 떠올랐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직접 드레스와 메이크업을 정하면 더 다양한 후보군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를 수 있다. 만약 내가 그 근처 서울에서 웨딩을 올렸다면 드레스 투어를 하며 스드메를 각각 골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결혼식은 경기도 외곽이었고 서울을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가는데 한계가 있었다.
물론 홀 패키지도 장단점이 존재했다.
우선 종류가 한정적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내 체형을 커버할 드레스의 종류가 한정적이었다. 나는 어깨라인이 콤플렉스라서 어깨가 살아있고 무겁지 않은 드레스를 선호했고, 하나하나 드레스를 탈락시켜버리자 결국 세 벌이 남았다. 다행히 세 벌 모두 너무 예뻐 마음에 들었기에 홀 패키지를 선택했다. 만약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단 한 번뿐인 결혼식이니 과감하게 1시간 정도는 투자해서 다른 곳에서 드레스를 구했을지도 모른다. 그다음 메이크업과 웨딩슈즈, 부케까지 일사천리로 정해졌다. 가장 중요한 웨딩드레스를 고르니 다른 곳에서는 크게 욕심이 나지 않았고, 그 드레스에 맞춰 무난하고 예쁜 것들로 채워나갔다. 그렇게 웨딩 홀 패키지를 선택함과 동시에 결혼식 당일에 대한 시간을 벌었고, 불안감을 하나하나 지워나갈 수 있었다. 참고로 홀 패키지는 한 곳에서 다 진행하게 되니 저렴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잊지 말자. 결혼식은 '추가', '추가'의 연속인 것을. 그래도 다른 건 무난하게 가도 드레스와 신혼여행에는 투자를 하기로 정했고, 가장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고를 수 있었다.
'결혼식'하면 가장 오래 기억나는 건, 음식이었다.
예전에 누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결혼식을 떠올려 보면 음식이 맛있었다, 맛없었다만 기억난다고. 실제로 남녀노소 다양한 하객분들이 오셨지만 음식에 대한 관심은 모두가 높았다. 그래서 예식장을 고를 때, 음식을 유심히 살펴보았고 다행히 평이 괜찮았던 곳이라 무료시식을 했을 때도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시식권을 사용할 때 가능하면 예식 1~2달 전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계절에 따라 음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예식이 다가올수록 바빠졌기에 3달 전쯤에 일찍 시식을 했고, 실제로 예식을 한 당일에는 일부 음식이 변경되어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반응이 좋아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2탄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