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X저작권위원회 / 응모부문 시
꿈틀꿈틀 자라나는 녀석을 느끼며 좋은 것을 보고, 듣고, 먹었다. 끙끙 앓는 날도 있었지만 녀석의 고동소리와 내 심장소리가 어우러져 하나의 협주곡을 이뤘고 나는 그 떨림에 몸을 맡기곤 했다.
열 달을 품에 안고도 여전히 미숙한 것 같아 조금이라도 더 성숙시키려 발걸음조차도 조심하며 지냈다.
주변에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설레발에 일을 그르칠까 싶어 외로운 시간을 녀석과 함께 견뎠다.
그리고 마침내,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녀석을 세상에 내놓았다.
수많은 사람 중 하나에 불과한 나에게서 태어난 녀석은 쉽게 내 곁을 떠나지 못했다.
내가 조금 더 유명했더라면 너도 더 빛났을까. 그래서 더 애틋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사람들이 많이 몰린 번화가로 나갔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키우는지 궁금해 좁은 길을 비집고 다니며 비교하고 정신없이 정보를 쓸어 담았다.
그러다 문득, 섬뜩한 불안이 가슴을 베었다. 내내 함께하던 녀석이 사라졌다.
소란한 거리 속, 고요에 갇혀 녀석을 찾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아직 여물지 못했다 싶어 지문등록조차 하지 않았는데... 녀석이 태어난 자리엔 상처만 야물게 아물어 있었다. 이젠 흔적만이 존재를 기억하게 한다.
그때, 친구가 힘내라며 영상을 보내왔다. 고마운 마음으로 클릭한 순간 널브러진 내 몸이 벌떡 일어났다. 고동치는 심장을 움켜쥐고 반가움과 분함에 눈이 짓무른다.
분명 내가 낳은 녀석인데 다른 이름, 다른 옷을 입혀 이곳저곳 자랑스럽게 소개되고 있다.
녀석과의 희망찬 고동소리를 기억하며 나는 녀석을 데려간 이에게 향했다.
"부모는 강하다"고 했던가. 유명한 사람 앞이었지만 내 눈에 보인 건 오직 녀석 하나뿐이었다.
녀석과 내 눈이 마주쳤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의 소리로 다시 협주곡을 만들어냈다.
나는 녀석의 부모요. 당신이 아무리 덧대어 가리려 해도 그건 도둑질일 뿐이오.
정녕 원한다면, 녀석의 본래 이름을 밝히고 소중히 다뤄주시오.
녀석의 손을 움켜쥐고 내려다봤다. 그립게 웃어 보이며 녀석은 동생을 낳아달라고 한다. 나는, 다시 한번 노력하겠노라 다짐해 본다. 나직이 소중한 녀석의 이름을 불러본다.
#브런치X저작권위원회 #응모부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