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많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학교생활 기록지
오늘은 2학기 개학 첫날이다.
아이들은 여전히 할 말이 많다며 앞다투어 자신이 방학 동안 있었던 일을 조잘조잘 이야기하고 있고,
오늘 해야 할 일은 여전히 산더미이다.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방학은 잘 지냈니?"
"저는 아무 데도 안 돌아다니고 집에만 있었어요!"
"잘했어. 거리두기가 3단계라서 어디 갔어도 돌아다니기 힘들었을 거야."
"방학인데 하나도 못 쉬었어요."
"선생님도 3일? 정도 쉰 것 같아."
"선생님은 왜요? 우리 안 나오면 선생님도 안 나오는 거 아니에요?"
"그랬으면 좋겠는데, 선생님은 공부도 하고, 일도 할 게 많아."
"집에서 하면 되잖아요?"
"그러게, 집에서 하면 좋을 텐데. 학교에 와야만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서."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하나의 질문을 더 던져보았다.
"방학 동안 내준 숙제들은 다 해왔지?"
"선생님, 저 이거 놓고 왔어요." "선생님, 이거는 안 해도 되는 거 아니에요?" "선생님..."
"내일까지 가져오면 돼." "그 질문이 너무 늦은 거 같은데, 했어야 되는 거야." "음, 그건 선택과제가 아니라 꼭 해야 하는 거였어."
한바탕 숙제에 대해 공방전을 벌이다가 검사를 시작했다.
해야 할 것은 안 하고, 안 해도 되는 것은 잔뜩 해온 친구,
자기는 10줄을 다 채웠다며 가운데 정렬로 글을 10자도 안되게 써 온 친구,
엄마가 종이를 가져다 버린 것 같다며 이제야 이야기하는 친구도 있었고,
그림에는 소질이 없는 것 같다면서도 자기가 만들어 본 요리를 정성스럽게 그려 온 친구,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줄거리를 잔뜩 써놓았지만, 그 끝에서는 자신이 느낀 점을 솔직하게 적은 친구,
글씨를 삐뚤빼뚤 쓰다가도 내가 했던 말이 생각났는지 3줄 정도는 차분히 써서 글씨를 바르게 적은 친구,
"좋은 책 많이 읽었네." 한 마디 해주었더니 "이 책은 어땠고요, 저 책은 어땠고요." 다시 그 책을 읽고 있는 것 마냥 책 내용을 읊어주는 친구도 있었다.
숙제 검사를 하나하나 해주며 드는 생각은
내 숙제 검사도 이렇게 해주셨겠지. 였다.
대충 한 티가 나도 해 온 것이 어디냐며 검사해주시고,
이 아이가 어떤 책을 많이 읽었구나 하고 다른 책을 추천해 줄 것이 없을까 생각해보고,
수업에서 저 친구가 해온 숙제의 내용을 써보면 좋을 텐데 고민해보고,
그래도 하나도 안 해온 친구가 없구나 안도하며.
방학에 마냥 놀진 않았구나 안도하며.
내가 너무 많은 과제를 주지 않았는지 걱정하며.
그런 하루였다.
이 아이들과 보낼 날이 90일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