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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토로 Jun 16. 2021

사과했다잖아

샘플 3-47

대표는 샘플3이 내게 사과를 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사과를 한 사람은 했다고 했는데 받는 사람이 그렇게 안 느끼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다면서 말이다. 덧붙여 그동안 일이 지속되었는지 심리적인 압박감만 있었는지 자기는 모르겠다고 했다. 샘플3이 그 당시 진심 어린 사과를 했기 때문에 용서를 하고 화해를 했더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샘플3이 사과를 분명히 했다고 하지만 같이 일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심리적인 압박이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는 말을 하려는 찰나 내가 말을 끊었다.


"대표님, 말을 잘라서 정말 죄송한데요. 미안하다는 말씀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미안하기만 하면 다야 이런 식이잖아."


대표 역시 내 말을 끊었다. 내가 샘플3의 사과를 저런 식으로 꼬아서 들었다는 것이었다.


샘플3의 사과가 있었기에 참고 1년을 넘게 있었다. 하지만 업무가 되지 않았다. 샘플3 때문에 술자리에 가지 않는다는 말을 하지 못해서 다른 핑계로 가지 않았더니 그는 밖에다가 술도 안 마시러 다니는 일 못하는 사람을 만들어 놨다. 그 일에 대해서 사과하면서 개별 연락을 하지 않고 밤에 연락하지 않겠노라 하고 바로 다음날 그 약속은 깨졌다. 그것도 넘어갔다. 그런데 개별 연락은 안 하기로 했기에 중요했던 단톡방을 샘플3이 나갔다. 그러면서 공포심이 발현된 것이다. 내가 제일 공포스러웠던 것은 아, 이제 이 사람이 나한테 따로 연락을 하겠구나 하는 마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다음날 개인 문자로 본인의 일정을 보냈다.

이런 얘기들을 이미 대표에게 했던 말이었지만 샘플3이 있는 자리에서도 명확히 하기 위해서 했다. 그러나 대표의 대답은 가관이었다.


"그것조차도 공포스럽고 두렵..."


하... 그것 조차도.

"그게 공포스러웠던 거예요. 그게. 그것조차도 가 아니라."

그런 일이 있고도 견디면서 일할 수 있었던 건 그 방어벽이었던 그 단톡방이 있었기 때문이었데, 그게 무너진 것이다. 결국 견뎌내지 못했다. 그간 그 얇고 약한 방어벽으로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이 일을 좋아했기 때문이고, 샘플3에게 배울 것이 남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말들을 뱉어내면서 손이 벌벌 떨렸다. 일을 너무 좋아했다. 


대표는 우리의 직업군이 사명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미 발을 담갔는데, 발을 빼고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면서 말이다. 서로 감정이 안 좋아도 어디선가 언젠가는 또다시 만나서 일을 같이 해야 될 사람들이기에 모양새 좋게끔 해달라는 얘기를 했는데 그게 해결이 안 된다고 했다. 


"대표님 보시기에 모양새가 좋으셨나요? 저한테 계속 샘플3이 대의를 위해 그만두는 사람처럼 포장해서 말씀하시고, 저한테 계속 입을 다물라고 말씀하시는 모양이?"

"나는 두 사람의 문제, 그런 문제가 아주 예민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거를 주변 사람들 한 사람도 알려지기를 원치 않아요."


"그럼 저한테 그렇게 하지 말으셨어야죠."


대표는 이렇게까지 대화하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모르고 있었다. 다만 내가 예민해서, 그렇게까지 할 일이 아닌데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한테 그런 행동을 했으면 안 된다고 말하자 대표는 자신이 뭐라고 했길래 자신의 책을 잡는지 물어보겠다고 했다. 무슨 얘기를 어떤 식으로 했냐면서.

대표가 자신의 잘못을 알았다면 나의 말에 '이유나 좀 들어보자'식의 질문은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저 말에 자신이 했던 말을 아주 잠깐, 10초라도 돌아봤으면 하지 못했을 질문이었다. 하지만 대표는 그런 생각이 전혀 없었고, 아마 되돌아봤더라도 자신의 잘못을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대표와의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대화를 하나하나 되짚어줘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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