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로 드릴까요?"
반가운 질문에 바로 그렇다고 했다. 위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기에 바로 비행기 날개 옆만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착석한 자리는 날개가 살짝 보이는 뒷자리였다. 구름과 땅과 바람을 적당히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이야, 우아, 히야- 내적 감탄을 하면서 창을 통해 하늘을 찍었다. 그리고 생각지도 않은 무엇인가가 찍혔다.
무지개. 하늘에서 보면 동그랗게 보인다고 알려져 있던 무지개였다. 긴가 민가 하고, 한 번 보고 또 보았다. 그 무지개가 맞았다.
그런데! 무지개 안에 뭔가가 있었다. 카메라가 더러웠나, 비행기 창이 더러웠다. 먹구름이 껴 있었나 보고 또 봤다. 모양은 영락없는 떴다떴다 비행기인데 뭐지 이건 뭘까 했다. 그리고 금방 깨달았다. 비행기의 그림자였다. 구름을 통과하고 또 통과해서 스케치북처럼 불투명해진 구름에 그림자가 그려진 것이다. 그것도 딱 무지개 타이밍에!
다시 또 같은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해봤지만 실패했다. 우연치 않게 무지개도, 그림자도 찍었다.
무계획에 어찌 하루를 보낼지 고민도 안 하고 있는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시작이 좋다.
뭘 해도 괜찮을 제주, 뭘 안 해도 괜찮을 제주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