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이레(2022)
<세이레>
- 감독: 박강
- 출연: 서현우, 류아벨, 심은우
- 장르: 드라마, 스릴러, 미스터리
- 국가: 대한민국
- 러닝타임: 102분
- 개봉: 2022년 11월 24일
*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실 분들은 보신 뒤에 읽어보세요!
삼칠일, 아이가 태어나고 스무하루째 되는 날이다. 이를 세이레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기간 동안은 금줄을 쳐서 가족이나 이웃의 출입을 삼가게 하고, 특히 부정한 곳에 다녀온 사람은 출입을 절대 금한다고 한다. 우리집도 동생이 태어났을 때 금줄을 걸었고, 동네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당연히 하는 것이 금줄을 거는 것이었다. 물론 그 금줄이 이렇게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나에게 미신을 믿느냐고 물으면 맹신하지는 않지만 믿는다. 불교여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삼재가 있는 해에는 신중하고, 안 좋은 꿈을 꾸면 조심했다.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할아버지 장례가 있고 얼마 뒤에 있던 친구의 결혼식은 참석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깔려있었던 것은 당연했다.
장례식장에 다녀오면 작은 아이를 만나는 것에 신중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건 삼칠일 이런 문제가 아니라 장례식장에는 병균이나 아기들에게는 치명적인 세균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다녀와서는 안 만나는 게 좋기 때문에 생긴 이야기라고 알고 있었다. 어쨌든간 우리나라 사람들은 종교가 어찌 되었던 간 이런 가벼운 미신, 혹은 징크스는 꼭 하나씩 가지고 있다. 이게 심해지면 맹신이 되는 거고.
우진(서현우 배우)은 미신을 믿지 않지만 잘 믿는 아내와 장모님의 말을 따르는 사람이었다. 직업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몸에 좋다는 한약을 지어서 누군가에게 선물하기도 팔기도 한다. 한의학이나 한약, 다린 약 등을 미신으로 보고 있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어쩌면 우진의 모순된 모습을 보여준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아이가 태어나고 삼칠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 전 여자 친구의 부고 문자를 받는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들지만 도의적으로 가려고 결정한다. 도의적일지 죄책감일지 알 수는 없지만 장례식장에서 우진은 전 여자 친구의 세영(류아벨 배우)의 쌍둥이 여동생인 예영을 만난다. 죽었다고 했는데 살아 돌아온 것 같은 똑같은 모습에 소름이 돋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6년이나 만났다면서 쌍둥이 인 줄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서 우진이 세영을 어떻게 대했는지 예상되기도 했다.
세영의 죽음은 자살이었다. 우진과의 사이에 아이도 있었지만 죽었다. 이게 원인이었다고 했다.
아이가 유산되었다고 했을 때 우진의 말이 잊히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예영이 전했다. 끝내 무슨 말을 했는지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아마 "다행이다."이지 않았을까? 세영이 그렇게 무너진 이유로 타당하다. 더구나 예영이 왜 유산되었는지 알아봤다고 했다. 우진은 다른 사람들, 자신의 아내에게까지 줬던 아이와 산모에게 좋은 한약을 세영에게도 줬었다. 건강원에서 우진은 아이가 생기는 약, 아이가 없어지는 약이 있을 리가 없다고 확신에 차서 말했다. 그 약이 문제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우진이 준 약을 아무 의심 없이 먹은 세영은 아이를 잃었고, 우진은 좋아했다. 그리고 우진은 건강원에서 지어온 약들이 그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도 좋은 약이라고 하는 것을 아내, 더불어 처형에게까지 줬다. 우진은 그 약의 효과를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부정하기도 해야 했다. 자기는 잘못이 없어야 하니까.
장례식장에서 돌아오며 아내가 양복 주머니에 넣은 액막이 팥을 버려버렸고, 문 앞의 소금은 뿌리지 않고 들어왔다. 그러자 자꾸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액땜을 하기 위한 다른 행동은 처형의 아이를 유산하게 만들었다. 아니, 정말 그 액땜으로 인해 생긴 문제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의심 가는 것은 그뿐이다. 이제 우진은 미신을 믿을 수밖에 없다. 죽은 세영이 자신과 자신의 아이에게 저주를 내린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는 그녀의 장례식, 심지어 발인까지 함께 한다.
우진이 세영이 저주한 것이라고 의심하는 것에는 '죄'가 있기 때문이다. 임신했던 세영에게 잘해주지 못했던 죄책감, 세영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만든 죄의식, 아이를 죽게 만든 죄악. 흔히 그런 말들이 한다. 잘못한 게 없으면 무섭지도 않다고.
우진은 금줄을 언제나 선뜻 뛰어넘지 못한다. 아내가 무서워서 일수도 있다. 하지만 아내가 무서웠다면 장례식도 가지 말았어야 맞지만.
금줄은 '신성한 곳임을 표시하는 새끼줄'이다. 갓 세상에 태어나서 삼칠일도 되지 않은 아이, 그리고 그 어머니는 신성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그런 금줄은 아이가 태어났을 때만 거는 것이 아니다. 장을 담을 때, 잡병을 쫓고자 할 때, 성황당 같이 신성한 영역을 나타낼 때도 쓴다. 신성한 곳을 표시하는 것도 있지만 부정한 사람의 접근을 막으면 잡귀의 침범을 방어할 목적으로도 하고 있는 것이다. 악귀가 뛰어넘거나 다가가지 못하는 선이 금줄이다. 그 금줄을 우진은 아빠지만 건너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우진은 장례식에서 세영을 데리고 온 것이 아니라 세영의 장례식에 가면서 스스로가 악귀가 된 것이다. 어쩌면 세영의 아이를 죽였을 때 이미 악귀가 되었지만 잊고 있었던 것을 세영이 깨워줬을지도 모른다. 이제 괜찮아진 아이가 세영과 같은 버릇을 했을 때 우진의 선택이 나오지 않았지만 아마 최악을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우진은 이미 금줄을 넘은 악귀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 그래서 의문이었던 것은 우진의 아내(심은우 배우)는 어떻게 자유롭게 금줄을 드나들었냐는 것이었다. 당연히 엄마니까, 엄마는 아이를 지켜야 하는 존재니까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아내도 우진과 같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세영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친구가 보낸 문자에 6년 사귄 여자 친구라는 문구를 보고 안 것이 아니었다. 세영의 이름을 보고 바로 알았고, 친구의 문자를 확인해 본 것은 우진이 또 장례식장 혹은 발인식에 갈 것인지를 확인해 본 것뿐이었으리라.
바로 '세영 씨 장례식장'이라고 한 것이 세영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을 알고 있는 대목이기도 했지만 아이가 아팠던 것에 대한 분노를 세영에게 하는 것 역시 우진과 세영 사이에 있었던 아이의 존재까지 알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더불어 세영의 장례식장에 가서 예영을 봤지만 별로 놀라지 않았던 것에 아마 예영의 존재까지 알고 있었을 것으로도 예상된다. 아니면 세영과 같은 얼굴을 한 예영 때문에 우진이 흔들렸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우진은 세영과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결혼을 했다. 친구들도 모를 정도로 빠르고, 비밀스럽게 진행되었다. 그냥 상상을 하자면 우진은 세영과 같이 살면서 현재의 아내와 바람을 피웠을 수도 있다. 아니면 아내가 우진을 좋아해서 아이가 없어지는 약을 준 것일지도 모른다. 아내 역시 우진처럼 세영의 죽음, 세영의 장례식, 예영의 존재를 두려워한다. 아내가 미신에 빠진 것은 자신의 죄를 알고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아내는 이미 우진보다 먼저 금줄을 뛰어넘은 악귀였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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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았고, 생각보다 막 스릴 있거나 미스터리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쁘지 않았다.
시사회가 끝나고, 질문도 생각하고 있었는데(아내가 언제부터 세영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가에 대한 것) 서현우 배우 얼굴 보고 다 까먹었다. 세상에, 배우님 대체 방송 카메라 빨을 왜 이렇게 안 받으시는 건가요? 너무 잘생기셔서 계속 배우님 얼굴만 구경했다. 그러고 넷플릭스로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나온 것까지 정주행하고 또 봤다. 그리고 다시 한번 느꼈다. 배우님 화면빨 진짜 안 받는다고. 하- 배우에게 좋은 말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실물 미남이다. 그걸 못 담는 카메라가 원망스러울 정도다.
※ 본 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아 관람한 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