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역학에는 '제0법칙'이 있다.
이름부터 이상하다. 왜 1, 2, 3도 아니고, 0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 법칙이 없으면 1, 2, 3법칙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0법칙은 이렇게 말한다.
“A가 B와 열평형 상태이고, B가 C와 열평형 상태라면, A와 C도 열평형 상태다.”
복잡하게 들리지만, 결국 이런 뜻이다.
“같은 온도를 가진 것들은 연결되어 있다.”
나는 이 법칙을 볼 때마다 ‘공감’을 떠올린다.
서로 다르게 생기고,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도
같은 온도를 지니면, 같은 감정을 느끼면, 연결된다.
엔지니어로서 살다 보면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게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도면을 놓고 밤새 고민한 후배의 얼굴,
시험실에서 땀범벅이 된 동료의 웃음,
고객의 ‘고맙습니다’ 한 마디에 울컥하는 순간.
우리는 공감이라는 열평형 상태 안에서
각자의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열역학 제0법칙은 "공감"이다.
그 연결 위에 기술이 있고,
그 공감 위에 진짜 엔지니어의 삶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