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 시.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오늘은 대전으로 올라가는 날이다.
익숙한 일정이지만, 몸이 쉽게 따라주지 않는다.
“10분만 더.” 핸드폰 알람을 껐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4시 30분.
순간 놀랐다.
“이러다 늦겠다.”
벌떡 일어나 부랴부랴 씻고, 작업복을 챙기고, 가방을 들었다.
방 안은 후텁지근했고 온몸이 끈적였다.
어젯밤, 폭염에 이어 폭우까지 쏟아졌다.
창문은 제대로 열 수 없었고, 전기세라도 아껴보자며 에어컨을 끄고
선풍기를 켜둔 채 잠들었다.
잠을 제대로 잔 건지, 그냥 뒤척이기만 했는지 잘 모르겠다.
몸은 찌뿌듯했고, 머리는 무거웠다.
기분 좋은 아침은 아니었다.
그래도 눈을 떴고, 어쨌든 하루는 시작되었다.
정신없이 준비를 하다가 멈춰 섰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 일 없는 하루가 시작되었을 뿐인데,
이렇게 또 눈을 뜰 수 있다는 게
왜 이렇게 고마운 걸까.
나는 밤새 무탈하게 깨어났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과
또 하루를 나눌 수 있는 축복을 받았다.
너무나 특별한 하루지만
예전엔, 특별한 일이 있어야만
그 하루가 특별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 하루 자체가 그냥 고맙게 느껴졌다.
이 시작이 소중했다.
그리고, 무서웠다.
이 하루가
내일 또 나에게 허락되지 않을까 봐.
말끔하지 않아도 괜찮고,
상쾌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다시 하루를 살 수 있다는 것,
그게 오늘 아침 내게는 충분한 이유다.
그리고 나는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과
이 세상을 함께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축복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