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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이라는 씨앗

by 이해하나

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그 사람의 이름을 내 마음속 화분에 심는 일이다.


그 사람에게는 아무 영향도 주지 못한다.

자라난 씨앗은 오히려,

나의 마음과 건강을 갉아먹는다.


잊을 만하면,

나는 그 화분에 물을 준다.


분노라는 물,

원망이라는 햇빛,

그리고 스스로 만들어낸 그늘 속에서

그 씨앗은 뿌리를 더 깊게 내린다.


심어진 씨앗은

발아하지 않게 하기가 어렵다.

생명력이 너무나 강해서,

조금만 조건이 맞아도 싹을 틔운다.


그리고 뿌리를 내리면,

그때부터는 더욱더 뽑아내기 힘들다.


그래서 중요한 건,

씨앗이 마음에 심어지지 않도록

부단히 자신을 돌보는 일이다.


무관심과 이해라는 항체를

평소에 길러야 한다.


왜냐하면,

씨앗이 심어진 뒤에는

그 항체를 만드는 것도 어렵고,

만든다 해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미움은,

뿌리내리기 전에 막아야 한다.


그렇게 할 때만,

마음은 다시 숨 쉴 공간을 찾는다.

그리고 서서히,

빛과 바람이 드는 자리에서

새로운 것들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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