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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에게 보내는 편지

"욕망의 노예"가 되지 않는 법

by 이해하나

오랜만에 편지를 쓴다.

요즘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와 보드리야(Jean Baudrillard)를 만나면서 꼭 해주고 싶은 얘기가 생겼어.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늘 따라올 거야.

승진도 해야 하고, 돈도 모아야 하고, 남들 사는 만큼은 살아야 할 것 같지.


이런 마음은 아주 자연스러운 거야.

쇼펜하우어가 말했듯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끝없이 욕망하는 존재니까.

무언가를 손에 넣어도 만족은 잠시뿐이고, 곧 더 큰 것을 원하게 되지.

그래서 우리는 늘 채워지지 않는 갈망 속에 흔들리며 산다.


그런데 여기에 보드리야의 통찰이 겹쳐.

현대 사회의 욕망은 단순히 필요에서 나오는 게 아니야.

우리가 욕망하는 것 중 많은 부분은 사실 사회가 만들어낸 기호와 이미지야.

SNS 속 멋진 사진, 광고가 그려내는 이상적인 모습, “성공”이라는 말에 덧씌워진 상징들…

이런 것들이 우리 안에 들어와 욕망처럼 움직이고, 결국 우리를 더 채우지 못하는 갈망으로 끌어가 버리지.


그러니 중요한 건 욕망을 없애는 게 아니야.

그 욕망이 진짜 내 마음에서 나온 건지, 아니면 사회가 주입한 가짜 마음인지 구분하는 것이지.


예를 들어 여행을 떠난다고 해 보자.

새로운 세상을 보고 배우며 스스로를 넓히고 싶어서 간다면 그건 네 진짜 욕망이야.

하지만 남들에게 보여줄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떠난다면, 그건 보드리야가 말한 ‘가짜 욕망’ 일 수 있지.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야.

사유의 기쁨을 느끼고 싶어서 읽는다면 진짜 욕망이고,

책장을 채우거나 남에게 과시하려고 읽는다면 가짜 욕망이지.


이 차이를 알아차리는 순간, 너는 욕망의 노예가 아니라 네 삶의 주인이 되는 거야.

그러니 남들이 만들어낸 이미지에 끌려다니지 말고, 네가 정말 원하는 길을 따라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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