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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가 내린다, 곧 첫눈이 오겠지

by 이해하나

창밖으로 겨울비가 내린다.

차갑지만 매섭지는 않은, 조용한 빗줄기가 회사 건물 밖 아스팔트를 천천히 적셔간다.

11월의 끝자락, 계절은 어느새 겨울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


이런 날이면 곧 첫눈이 오겠지.


겨울비는 늘 그렇게 첫눈의 전령사였다.

조용한 빗방울이 땅을 적시고 나면, 며칠 안에 하얀 눈송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곤 했다.

어린 시절엔 그저 신기하고 설레는 일이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첫눈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첫눈은, 가족들과 함께 맞이하고 싶다.


혼자 맞는 첫눈도 아름답지만, 함께 바라보는 첫눈은 그 의미가 다르다.

함께 손을 잡고, 경치 좋은 곳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첫 눈송이가 내리는 순간을 기다리는 것.

그 설렘과 따뜻함이 겨울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되는 것 같다.


어디가 좋을까.

고즈넉한 산사의 마당일까, 아니면 호숫가 산책로일까. 어쩌면 일상의 골목길일 수도 있다.

장소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함께 있는 사람들.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라면, 어디든 그곳이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될 테니까.


창밖의 겨울비를 바라보며 상상해 본다.

며칠 후, 이 비가 눈으로 바뀌어 내리는 날.

가족들과 함께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첫눈을 맞이하는 그 순간을.


올해의 첫눈은, 꼭 가족들과 함께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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