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살, 3월 10일생, RH+O, 물고기자리
3월 10일, 어제는 내 생일이었다. 딱 00시가 되자마자 생일 축하 메시지들과 선물들이 쏟아졌다. 작년에도 적었듯 친구와 지인들의 머릿속에서 나라는 사람이 잊히지 않고 이렇게 챙겨질 때, 타인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틀리진 않았구나, 안심하게 된다.
이렇게 생일을 유난스럽게 보내는 편인 나는, 거의 매해 생일을 맞이해 글을 적었다. 이 습관은 변하질 않아서 유행에 따라 흘러갔던 SNS엔 그해 내 상태에 대해,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에 대해, '나'에 대해 기록되어 있다. 매해 기록한 내용은 다르지만 이 내용에 관한 건 유난히 동일하다.
'나로 태어나주어 고맙고, 나로 성장해주어 고맙고, 앞으로도 건강한 사고를 하며 성장하길 바란다.'
작년 내 생일쯤, 나는 딱 죽기 직전의 상태였다. 밥 알갱이가 서걱거려 식사조차 제대로 못하는 상태에 불면증과 기면증을 반복해서 겪었다. 그리고 몇 개월을 그리 살다 이렇게 적었다.
‘매년, 뒤돌아보지 말고 앞을 향해 나가자고 반복해서 다짐하듯 말했었는데 그 다짐은 참 부질없다. 나는 너무 약해서 어쩔 수 없이 뒤돌아보게 되어 있고, 후회 속에서 살기도 하고, 후회 속에서 살다 보니 삶이 정체되기도 한다. 이렇게 엉망인 채로 삶을 살아나가고 있지만 오 년 전의 내가 말했듯, 삶에는 무수한 쉼표가 찍힌 뒤엔 반드시 마침표가 있을 것이라 믿으며 앞으로 나아가길 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다짐대로 앞을 향해 조금씩 걸어 나가고 있다. 가끔은 휘청거리다 넘어지곤 하지만, 그래도 다시 일어나는 것이 제법 쉬워졌다.
행복을 담는 그릇의 크기가 밑 빠진 독이었던 나는, 과거엔 행복을 부어줘도 불행을 느꼈다. 행복할 수밖에 없는 여건에서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하지 않았고, 삶이 권태로워 '행복하다.'는 말을 할 때 진심을 담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나도 변하여 행복을 담는 그릇의 크기가 간장종지만 해졌다. 그리하여 조금의 행복을 부어줘도 진심으로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사람이 되었다.
2018년 생일에,
'과거의 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는 거짓으로 행복하다, 라는 내뱉는 사람이 아닌 진심으로 행복을 논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 비록 가끔은 밑바닥까지 감정이 가라앉아 죽고 싶다는 말을 뱉지 않고는 진정이 안될 만큼 우울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면 테이크 아웃한 커피의 향을 맡고, 상사가 건네 오는 농담에 희미하고 미소 짓고, 만나는 이들의 다정한 말과 손길에 안정을 취하고. 그런 사소한 것들에도 외로움을, 고독함을, 불안을, 우울을 치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것은 사실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라고 썼는데, 이 글이 점점 100퍼센트 농도의 진심으로 변하는 것 같아 기쁘다. 가끔은 거짓을 섞어 행복하다고 썼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변했음에 진심으로 행복하고 감사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쓴다.
생일 축하한다. 나로 태어나주어 고맙고, 나로 자라주어 고맙고, 나로 성장해주어 고맙다. 평탄한 삶을 살며 치열하게 내 감정상태를 집중하지 않느라 살이 쪄버렸지만, 괴팍할 만큼 불안정한 나날들을 보내지 않아 진심으로 기쁘다. 그러니, 앞으로도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이렇게 앞으로 나아가기를. 계속해서 '행복'에 대한 종착역을 향해 걷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