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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섭 Nov 13. 2021

내가 운동을 하는 진짜 이유

내가 나를 인지하는 수단

 최근 간호사 달력이라는 프로젝트를 거의 마무리 지으면서, 이 프로젝트를 홍보하기 시작한 뒤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운동은 원래부터 하셨었어요?', 혹은, '운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였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운동을 마음을 먹고 시작했던 적이 없다. 

 

 어렸을 적 우리 집 건너편에, 횡단보도 한 개만 건너면 되는 곳에, 헬스장이 한 곳 있었는데 나의 어머니가 다니던 곳이었다. 어렸을 때에는 헬스장이라는 곳이 어떤 공간인지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었다. 가끔씩 어머니를 보러 헬스장에 가면 그 당시 유행했던 오락실용 펌프 기계가 있었어서 '이런 식으로도 운동을 하는구나'라며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을 뿐. 그리고 그곳 트레이너 분에게 아무것도 모르고 운동을 배웠다가 팔이 펴지지 않을 정도로 알이 배겨 고생했던 기억 정도가 존재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가 그곳 관장님에게 선수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라는 제의를 받을 정도로 운동을 열심히 하셨기 때문이었다. 매일 같이 헬스장을 다녀오시고 저녁에는 아파트를 40바퀴 정도 씩은 걸으시거나 달리기를 하셨었다. 실제로 나의 어머니는 지금도 배에 복근이 선명하고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까지도 팔씨름을 이긴 적이 없었다. 참고로 난 중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팔씨름 1위었으며 어머니는 62년생으로 올해 60세이시다. 


  실제로 우리 가족은 모두가 운동에 굉장히 열정적인 편이었다. 3살 터울의 친형이 한 명 있는데 형의 경우엔 체대 입시 준비를 했었고 레저 스포츠 쪽으로 대학원까지도 나왔을 정도로 운동이라는 것에 익숙하다. 아버지 또한 젊었을 적 테니스를 하셨고 준프로급 수준의 골프 실력을 가지고 계셨다. 그래서 난 운동을 마음먹고 시작해 본 적이 없다. 나에겐 운동은 '원래 다들 하는 것'이었으며 집에서 팔 굽혀 펴기 및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것 정도는 마음을 먹어야 할 수 있는 항목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사회로 나와보니 운동이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해야만 하는 것이지만 쉽게 할 수는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더군다나 직장 생활을 하면서 운동을 하기란 꾸준히 해왔던 나에게도 그렇게 쉽지 않았었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힘든 일이 리라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더욱 운동은 해야만 한다. 지금에 와서 누군가 나에게 '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내가 나를 인지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경로나 방법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본인 스스로를 인지하고, 인정하고, 내일을 나아가기 위한 수단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물론 그것을 나처럼 표면적으로 드러나게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마음속으로 내재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스스로를 인지하고, 인정한다는 것은 앞으로의 1초, 1분, 1시간 그리고 내일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만들 수 있는 힘을 이야기한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단순히 오감을 가지고 있어 사물을 인지하고 느낄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추상적인 것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있어 다른 생명체와 구별된다. 그리고 그 힘이 한 사람이 다음 날에도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게 한다. 인지하지 못할 뿐 누구에게나 그 힘은 존재한다. 


 그 힘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힘이 강한 사람이라면 더 발전하기 위해서, 더 나아가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목표를 세울 것이고 발전하기를 갈망할 것이다. 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면 현 상태에 머무르거나, 본인은 매너리즘 혹은 권태라고 생각하는 단계에 빠질 수도 있다. 난 개인적으로 그것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만족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평형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이상적인 단계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머무르는 것에 만족만 한다면야. 대게는 그렇지 못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더 원하고 더 갈망한다. 그것이 명예가 되었든, 돈이 되었든 혹은 '평형상태를 유지하려는 마음' 자체가 되었든 말이다. 


 나는 운동을 함으로써 내가 다수의 다른 사람과 다름을 인지한다. 3교대 근무가 끝나고 잠시 휴식을 취한 거나 혹은 곧바로 운동을 하고 다시 출근 전까지 남는 시간 동안 내 시간을 가진다. 하루 안에 운동이라는 일정하게 반복되는 나의 '트리거'가 있기 때문에 나는 내 하루가 시작됨을 혹은 마무리됨을 스스로 인지 할 수 있고 내일로 나아갈 수 있다. 운동이 아니어도 좋다. 어떤 취미 생활이든 혹은 단순한 휴식이든 자각이 가능한 모션이 필요하다. 그 키가 되는 행위를 통해 본인 스스로를 인지 할 수 있다면 비로소 의미 있는 다음 날을 시작 할 수 있다. 


 하지만 운동은 그러함과 동시에 건강을 챙길 수 있고 당신을 타인의 부러움의 대상으로 만들어 줄 수도 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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