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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섭 Nov 18. 2021

간호 브랜딩

브랜딩

 브랜딩이 중요한 이유가 무엇일까? 자기 PR(public relation)의 시대가 된지는 이미 꽤나 시간이 흘렀다. 대 유튜버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1인 방송을 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늘어났고 나조차도 개인 방송을 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 그만큼 누구나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본인을 나타내는가에 따라 스스로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PR의 시대를 넘어서 personal branding의 시대이다. 개인이 한 브랜드와 맞먹는 수준이 되었고 더 이상 획일성을 강요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마인드가 된 듯하다. 하지만 획일성이 직업 자체의 고유 특성이라면 어떻게 개인 브랜딩을 실현할 수 있을까? 


 의료행위에는 100%에 가까운 임상적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프로토콜이 필요하다. 특히나 타인의 신체를 다루는 직접적인 술기(skill)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수술 외에 환자를 대할 때에 가장 많은 접촉을 하는 의료직군이라면 단연코 간호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간호사가 되기위해 학부 시절 20가지가 넘는 술기들을 국가, 국제 기준의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하여 학습하게 된다. 물론 실제로 환자에게 술기를 시행하게 되는 것은 임상에 나가게 되고 나서이기 때문에 일정 부분 차이가 존재하지만 큰 틀은 굉장히 획일화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간호라는 분야는 '간호'라는 행위에서 만큼은 주체적이며 창조적이기는 어려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획일화되어있는 간호학을 전공한 간호사들은 실제론 모두가 각자만의 간호를 펼치고 있다. 그들 자신도 모르게 말이다. 


 임상에 나아가기 전 4년이라는 시간 동안 간호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고민을 하게 되지만, 임상에 나가서 1년도 채 되지 않아 그 의문은 사라지게 된다. 높디높은 간호사라는 직업의 진입장벽 앞에서 당장 코 앞에 닥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단순 반복적인 행위만을 강조하게 되기 때문이다. 응급실의 경우 초기에는 바삐 돌아가는 환경 탓에 '신속'이라는 항목에 유독 포커스가 맞춰져서 일을 빨리빨리 하는 것에 특화되어가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응급실 간호사에게 필요한 역량의 여러 파라미터 중 '신속'은 중요한 부분이 맞다. 하지만 모든 파라미터의 필요 최소한도의 레벨을 준수한 상태에서 본인이 좀 더 신경 쓰고 싶은 부분을 특화 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렇가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행위를 수행해 나아가면서도 본인만의 '간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본인이 주도적으로 집중하는 그 부분을 통해 '간호 브랜딩'이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임상에서 여러 동료들과 일을 하다 보면 누군가는 환자, 보호자 응대를 유달리 잘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감염관리방법, 기준에 대해 잘 숙지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본인만의 브랜딩을 통해 흥미에 맞게 전문간호사 혹은 대학원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더 나아가 신임 간호사들에게 교육을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 더 나아가 환자라는 대상을 상대로 업무를 수행하는 현재 구조 속에서 진짜 '간호 브랜딩'이라고 한다면 '찾아가고 싶은 간호사', '간호받고 싶은 간호사'가 궁극적인 도달점일 것이다. 전문직이라면 본인의 분야에 고수가 되면 될수록 자연스럽게 브랜딩이 될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 간호사들은 간호에 전문인이 되어야 한다. 본인만의 간호로 말이다. 


 본인만의 간호를 찾는 것은 간호학생 때 이뤄내기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임상에 나와서 일을 하면서도 직접 일을 해보니 어떤 부분이 어렵고, 더욱 신경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포커스가 생기게 되는데까지 오랜 시간을 필요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학생 때부터 할 수만 있다면야 더욱 높은 질의 간호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교육현장에는 이런 고민을 많이 해본 임상의 경험이 많은 교육자가 필요하다. 지식을 전달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다는 말은 이제는 털어내야하는 핑계라고 생각한다. 물론 본인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 


 간호사로 일을 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생각한다면 자기 자신을 한 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반복되는 일상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환자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일분일초가 다르다. 매 순간 좋아지고 달라지고 있고 바로 그 순간에 가장 가까이에서 기여하고 있는 것이 우리들이다. 이 부분을 놓치지 않는다면 매일매일이 다른 하루가 될 것이고 나만의 간호 브랜드가 탄생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언젠가 '이 병원 외래를 예약하려고 하는데, 심장 쪽으로 유명한 교수님이 누가 계십니까?'라는 질문처럼 '그럼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간호사 선생님은 어느 분이신가요?'라는 질문을 받게되는 날이 오길 기다리며.  


 간호사는 표준화된 직업이지만, 우리는 모두 다른 간호사다. 


그림 출처 : 널스케치

인스타 아이디 : @nur_ske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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