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가 필요하다.
definition, justice
재수를 하던 시절 언어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반 아이들에게 갑작스레 던졌던 질문이 있다. '정의(definition)의 정의(definition)가 무어야?' 몇몇 친구들이 수군대며 조금씩 각자의 답을 던졌지만 그중에 답은 없었다. 오히려 선생님은 정의에 대한 답은 그렇게 여러 가지일 수가 없다고 일축했다. '정의란 그 무언가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문장이다.'라고 하셨다. 그러니까 그 설명이 곧 그 무엇으로 직결되어야 정의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 이후로 난 정의의 정의에 대하여 지금까지 잊지를 못하고 있다. 그리고 요즘 인생은 결국 그런 정의들의 연속이구나 하는 생각에 빠져있다.
얼마 전 친한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요즘 고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딱히 없다는 대답을 했었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고민이 없진 않았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결국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성공하고 싶다.'라는 등의 누구나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걱정거리들이 들어가 있었다. 그러고는 코로나에 걸려버렸고 그렇게 격리를 하는 동안에 도대체 내가 왜 성공하고 싶고,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진득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고민을 하려다 보니 나한테 '성공'이란 어떤 건지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고 결국 돌고 도는 딜레마에 갇혀버렸다. 나에게 있어 '성공'이란 어떻게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
저마다의 성공에 대한 다양한 지향점을 가지고는 있겠지만, 노골적으로 말해서 누군가의 성공에 결국에 돈을 제외할 수 있을까 싶다. 아무리 정신적인 풍요로움이 있을 수 있다고 해도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경제적인 베이스가 없다면 정신적인 풍요로움으로 이어질 수 없다. 돈이 많은 사람들이 '행복'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질문에 '그냥 편한 사람들과 식사 한 끼 하는 것'이라는 대답을 하는 모습을 보아도 결국 일단은 돈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으니까 저럴 수 있는 게 아니겠느냐라는 말이 튀어나올 뿐이다. 이렇게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하는 나를 보니 내가 언제부터 그렇게 돈에 얽매여 있었던 걸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엔 돈이 전부구나라는 지양하던 생각을 지향하고 있었다. 그럼 돈이 많은 삶 자체가 나에게 성공에 대한 정의일까?
상상을 해보았다. 나에게 지금 당장 써도 써도 마르지 않을 정도의 돈이 있다고 할 때, 그래서 내가 지금 걱정하는 모든 부분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면, 그렇게 모든 것이 정리되고 난 그다음 날 난 어떤 기분으로 잠에서 깰 수 있을까? 분명 행복할 것 같긴 했다. 꿈에 그리던 집과 차를 얻었고, 내 가족들이 아프더라도 치료를 하는 데에 드는 모든 비용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남들에게 무시당하는 일도 더 이상은 업없다. 그리고 그런 나날들이 지속됨에 따라 줄어든 걱정과 반대로 늘어난 것이 있었다. 바로 내 '욕심'이었다. 돈을 충분히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욕심은 끝나지 않았고 더 많은 돈을 벌기를 원했다기 보단 더 많은 자극과 행복감을 얻고 싶어 했다. 결국 난 끝내 돈을 많이 버는 것으로는 성공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심지어 이런 상상이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리 높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욕심을 부리지 않을 수 있는 순간'을 맞이하는 것이 나의 성공이라고 정의 내리게 되었다.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명언이 탄생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실수를 반복한다.' 따라서 나 스스로와 타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나 스스로를 정의 내릴 수 있어야 하고 내 한계를 받아들이는 것이 결국에 나의 성공과 나의 행복을 이끌어내는 부분이다. 노력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내가 원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알아야 그에 걸맞은 노력을 할 수 있고, 비로소 내가 원하는 성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안의 정의(definition)가 나를 성공으로 이끄는 정의(justice)가 될 것이다.
여러분의 성공에 대한 정의는 무엇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