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피트니스(social fitness)
85년 동안 진행되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긴 연구
무려 85년 동안 진행되었고 지금도 진행 중인 하버드 대학 '성인 발달연구'가 흥미롭다. 미국이 대공항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투하던 무렵 보스턴에서는 과연 인간을 실패가 아닌 번성하게 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밝히려 노력했다. 연구진은 다른 두 부류의 소년 그룹을 추적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한 그룹은 하버드 대학생 2학년 생 268명으로 구성된 그룹이다. 선발된 학생의 절반은 장학금과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충당해야 학교를 다닐 수 있는 형편이었고 일부는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다. 다른 한 그룹은 도시 빈민가 지역에 사는 소년 456명으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하버드 대학생과는 달리 보스턴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가정과 가장 불우한 동네에서 자랐지만 비행 청소년 경로를 열네 살 때까지 피하는 데 성공한 아이들이었다.
과연 무엇이 행복한 삶을 만드는가? 연구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결과를 제시한다. 그중에서 부나 명예보다 질 좋은 인간관계가 행복과 건강을 좌우하는 요인이란 점이 밝혀졌다. 연구가 워낙 길다 보니 책임연구자 역시도 연구 중 생을 마감하였는데, 3번째 연구 책임자인 윌딩거 박사는 운동을 통해 신체를 단련(physical fitness)하듯 인간관계 역시 단련이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마치 신체처럼 내 주변의 사회적 관계를 단련시키는 것. 이것을 소셜 피트니스(Social fitness)라고 한다.
내 인생에는 어떤 사람들이 존재하는가?
이 관계의 특징은 무엇인가?
과연 내 인생엔 어떤 사람들이 존재할까? 중요한 물음이지만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는 경우는 거의 없던 것 같다. 가족, 친구, 애인, 지인 등.. 명단을 작성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닐 것 같다. 그리고 이들과 만나고 접촉하는 빈도와 방법, 만남의 질적인 면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아래의 차트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떤 사람과의 관계가 얼마나 활력을 북돋아주는지 혹은 소모적인지, 그 사람과 얼마나 자주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따라 차트상에서의 위치가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기운을 북돋는 관계는 우리에게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기 때문에 그 사람과 헤어진 뒤에도 계속 연결감과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혼자 있을 때보다 기분이 더 좋아진다. 자주 만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영향을 받겠지만, 가끔 만난다면 좀 더 자주 만남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반면 소모적인 관계는 긴장, 좌절감, 불안을 유발하고 사기를 떨어뜨린다.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를 각각의 위치에 배치하면서 그들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다. 왜 이 사람은 이 장소에 있는 걸까? 관계의 어떤 부분 때문에 이들은 그 위치에 있는 것일까? 만약 어떤 관계가 유난히 힘들고 소모적인 느낌을 준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식으로 각각의 관계를 확인해 보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이들에게 감사함을 더 느낄 수 있게 된다. 어떤 관계를 개선하고 싶은지도 알 수 있고 노력할 수 있는 기회가 보인다.
나의 경우 삶의 방향으로 확장해 보면 현재 "소모적이면서 자주" 접촉해야 하는 관계를 많이 줄여 나가고 있구나... 하고 발견할 수 있었다. 또 활력을 주는 관계가 많지만 이들과 년 1~2회 간월적으로 만남을 갖는다는 것을 알았다. 좀 더 자주 그리고 캐주얼하게 만날 필요성을 느꼈다.
관계의 핵심을 이해하는
자기 성찰 질문들
우리에게는 우리와 상호작용하면서 도와줄 다른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른 사람도 서로 연결되어 지원을 제공해 줄 사람 역시 필요하다. 서로 주고받는 이러한 상호작용들 속에서 번성으로 연결되고 의미 있는 삶의 토대가 만들어진다.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주변사람들은 누가 있을까? 누가 나에게 안전함, 성장감, 친밀감, 낭만, 정보, 재미와 휴식을 제공해 주고 있나? 아래의 질문들은 실제 하버드의 연구에서 사용했던 질문들인데 나에게 물어볼 충분한 가치가 있는 내용 같다.
(안전)
위기의 순간에 누구에게 전화할 수 있을까?
(학습과 성장)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인생의 목표를 추구하라고 격려해 주는 사람은 누구인가?
(정서적 친밀감과 신뢰)
나에 대해 거의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은 누구인가?
기분이 우울할 때 누구에게 솔적하게 기분을 털어놓겠는가?
낭만적인 친밀감(사랑과 섹스)
살면서 느끼는 낭만적인 친밀감의 정도에 만족하는가?
성적인 관계에 만족하는가?
(정보나 실용적인 도움)
전문 지식이 필요하거나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필요한 경우 누구에게 물어볼까?
(재미와 휴식)
나를 웃게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가고 싶을 때 누구에게 연락하는가?
느긋하고 연결된 느낌을 주며,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은 누구인가?
나의 경우 모든 질문에 답하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러 질문에 겹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발견하였다. 중요한 것은 좋은 삶(good life),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던 사람들은 이러한 질문에 분명한 대답을 하였다는 점이다. 소셜피트니스의 개념을 적용해 인간관계를 더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단련시켜 나갈 필요성을 느낀다.
관계를 활성화시키는 방법
그렇다면 어떻게 관계를 활성화시켜 나갈 수 있을까? 적용해 볼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첫째, 인간관계에 관대함을 가져야 한다. 그동안 “주는 만큼 받는다”라는 오래된 격언은 인간관계에서 일반적인 규칙처럼 여겨졌다. 달라이라마의 말을 인용하면 “인간은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지만 어리석은 이기심이 아닌 현명한 이기심을 발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남을 소홀히 여기면 자신도 손해를 본다는 뜻이다. 즉 인간관계라는 것은 성호적인 것이기 때문에 양방향성을 띤다.
자수성가한 사람들은 대부분 본인이 잘해서 만든 결과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재 모습이야말로 결국 세상이나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통해 생겨난 결과가 아닐까? 본인은 몰라도 그들이 만든 관계의 속성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다를 것 같다. 사람들이 나아가 관여하는 방식은 직접적으로 통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내가 사람들에게 관여하는 방식은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사람들에게 지원여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때 관대함을 가진다면 긍정의 선순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다른 사람의 경험에 깊은 호기심을 갖고 대한다. 여행지 소식이나 신간도서나 영화 등.. 문득 새로운 것을 접하면 호기심이 들기 마련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다른 사람에 대해 궁금해지고 호기심이 생기면 관계에 대한 새로운 접근도 시작된다. 호기심으로 이전에 알지 못했던 대화와 지식의 길도 열린다. 이때 상대방도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구나.. 하고 이해받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런 관심이 서로 간의 유대감을 강화시키는 역할로 연결되는 것이다.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 그 정의는 각자의 몫일 것이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85년간 지속되고 있는 추적연구. 이 연구의 시사점이 크다. "행복하다"라고 말했으며 생을 마감한 다양한 사람들의 공통점. 그들은 그들에게 소중한 사람들과 더 자주 접촉했으며 더 좋은 관계의 질을 가졌다.
달리고, 무거운 것을 반복해서 들고, 유연함을 키우고.. 몸을 단련하는 것은 피지컬 피트니스라 한다. 이 개념을 행복함에 큰 영향을 주는 인간관계에도 똑같이 적용하고, 관계를 더 튼튼하게 단련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50대에 자신의 인간관계에 만족도가 높은 사람들이 80대에 신체적인 건강도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음이 그만큼 중요하고 좋은 관계로부터 마음도 몸도 좋은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소셜피트니스 개념을 생각해 보면 회사생활, 조직생활이 왜 힘든지 이해가 된다. 그것은 일 그 자체가 아니라 일을 함께하는 사람들 간의 관계가 너무 "소모적이고" "너무 자주" 접촉한다는 것. 회사를 갔는데 "활력을 주는" 사람이 많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러한 이유는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요구로 나타나고 있다. 불편하고 소모적인 관계를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의 환경을 가꾸고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현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 회사가 소모적인 방법을 너무 자주 사용하는 것은 아닐까? 혹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소모적인 리더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