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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키코모리! 은둔의 사회

정서지능과 긍정심리

by 윤덕수
히키코모리!
오랜 시간 집 안에 머물며
사회적 관계를 단절하는 상태


일본 정부는 히키코모리를 “6개월 이상 학교, 직장, 사회적 관계에서 벗어나 은둔형 생활을 지속하는 상태”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 현상이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와 맞물린 심각한 문제임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9년 일본 후생성의 조사에 따르면, 40세에서 64세 사이의 중장년 히키코모리 인구만 해도 약 61만 명에 달하며, 전체 추정치는 100만 명 이상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80대 부모가 50대 자녀를 부양하는 ‘팔십오십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부담으로 부상하였습니다. 노동시장 유휴인구의 증가, 가족 해체의 위험, 복지 부담 증가는 일본이 직면한 구조적 한계의 일부가 되었죠.


문제는 이게 일본만의 현상이 아니라, 한국 또한 유사한 경제·사회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은 세계 최저 출산율과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 중이며, 청년층 실업, 중장년 실직, 고용의 불안정성 등에서 유사한 지표를 나타내고 있죠. 특히 청년층에서의 무기력, 사회적 고립, ‘은둔형 외톨이’의 증가 현상은 한국에서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고, 이는 일본의 오늘이 한국의 내일이 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히키코모리의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개인의 심리적 취약성뿐 아니라, 실패에 관대한 사회문화의 부재, 경쟁 중심의 교육 시스템, 장기적인 취업 불안정, 가족 내 정서적 단절 등이 고립을 가속화합니다. 특히 일본의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 비율은 약 37퍼센트 이상이며,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탈락한 이들이 재진입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한국도 현재 비정규직 비율이 36퍼센트를 넘어서고 있으며, 은퇴 이후 재취업이 어려운 구조적 한계는 점점 더 깊어지고 있죠.


이러한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은 ‘지역 청년 서포트 스테이션’, ‘가정 방문 상담 서비스’, 온라인 상담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실제로 2022년 기준으로 일본 후생노동성의 히키코모리 관련 지원 예산은 약 60억 엔에 달하며, 상담 프로그램 외에도 사회적 기업, 커뮤니티 활동과 연계한 재사회화 프로그램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적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진정한 회복은 개인의 내면적 전환과 감정 회복이 동반될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정서지능과 긍정심리입니다. 정서지능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며,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는 능력입니다. 고립 상태에 있는 사람일수록 감정을 외면하거나 왜곡하기 쉽기 때문에, 이를 회복하는 것이 대인관계의 첫걸음이 됩니다. 실제로 교토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감정인식 훈련을 받은 히키코모리 청년들은 6개월 후 사회적 접촉이 평균 25퍼센트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긍정심리는 인간의 강점과 회복탄력성에 주목하며, 삶의 의미와 목적을 재발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특히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난 삶이 실패로 여겨지는 문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성공 기준이 아닌 개인 내면의 가치 회복이 필요합니다.


불교에서는 행복은 외부의 조건이 아니라 내면의 자각에 기반한 상태임을 강조하지요. “성공과 행복은 서로 독립된 변수라서, 꼭 함께 가지는 않습니다”는 관점은 경쟁과 비교에 익숙한 현대 사회에서 삶의 본질을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불교의 무상과 비집착은 우리가 집착하는 외부의 성취가 곧 삶의 가치나 행복을 결정짓지 않음을 일깨워 주는 것 같습니다.


히키코모리 현상의 해법은 제도적 복지와 같은 하드웨어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가 기대하는 ‘성공’이 아니라, 스스로를 수용하고 존중하는 내면의 회복입니다. 정서지능을 키우고, 긍정심리를 통해 삶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며, 무엇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통찰이 회복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조직의 입장에도 히키코모리 현상은 단지 ‘사회 밖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에서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심리적 이탈 현상입니다. 직원이 출근은 하지만 마음은 이미 떠나 있는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 현상, 소극적인 태도, 번아웃, 무기력감 등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회사는 단순히 업무 지시를 내리는 곳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정서적으로 연결되고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그 방법으로는..


첫째, 정서지능 기반의 리더십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리더는 구성원의 감정을 무시하지 않고, 공감과 소통을 통해 구성원의 심리적 안전감을 보장해 줘야 하는 것이지요. 둘째, 실패에 관대한 문화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실수를 성장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구성원도 도전할 수 있습니다. 셋째, 일에 의미를 부여해 줘야 합니다. 잡크래프팅(job crarting)을 독려하고, 자신의 일이 조직과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도록 의미를 찾도록 도와야 합니다.





일본의 히키코모리 현상은 단순한 사회적 특수성이 아닌, 한국 사회에도 동일하게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위기의 선례입니다. 초고령화, 청년고립, 관계 단절 등 유사한 조건 속에서 한국 역시 ‘은둔의 사회’로 향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제도적 접근에 머무르지 않고, 감정의 회복, 자아 수용, 삶의 의미 탐색이라는 정서적 복지의 관점에서 대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진정한 연결은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대화에서 시작됩니다. 사회와 단절된 누군가가 다시 세상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내면과 마주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힘은 내면에 귀 기울이고, 불완전한 자신을 포용하는 순간부터 생겨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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