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독창성과 공간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피카소를 능가하는 예술가 중의 한 명으로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대중적이지는 않다. 그의 조각을 실제로 보면 너무 가늘고 극도로 절제되어 있다. 심지어 아슬아슬해서 금방 부러질 것만 같다. 그런데 거기에서 역으로 엄청난 에너지가 솟아오른다.
일반적인 조각의 특징은 붙여나가면서 형태를 만들어 이미지를 완성하는데 반해, 자코메티는 완성된 형태에서 시작해 하나하나 떼어나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작품을 완성시키는 남다른 작가만의 방식은 세상과 사물에 대한 작가만의 독특한 관점을 보여준다.
그는 예술가 집안 출신이었다. 스위스 브르그노브에서 태어난 자코메티는 화가였던 아버지(Giovanni Giacometti)의 아래서 자랐는데, 어릴 때부터 미술에 익숙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어릴 때부터 예술적 표현이 자연스러운 환경 속에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만들며 창작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그에게 파리 몽파르나스의 작은 작업실은 매우 협소하고 어두운 공간이었다. 벽은 덧칠과 낙서로 뒤덮여 있었다. 그 공간은 자코메티가 반복적으로 인간 형상을 실험하고, 형태가 점점 더 길고 가늘어지게 조각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좁고 암울한 작업실은 인간 존재의 불안과 왜소함을 상징적으로 담아내기에 적합한 공간이었다. 제한된 공간이 그의 형상 축소와 집약적인 표현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화가의 아버지 아래에서 자유로운 표현과 창작의 기회, 좁고 어두운 작업실에서의 다양한 실험이 그를 세계최고의 예술가로 만들었다.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형성된 영감이라 할 수 있다.
팀의 창의성과 환경
만약, 조직에서 창의성이 높은 사람이 창의적인 결과를 만들어 낸다면 문제 해결은 간단하다. 창의성이 높은 사람을 채용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조직의 환경이 개인의 창의성 발현을 촉진할 수 있는지이다. 많은 팀장들이 "우리 팀은 왜 창의적이지 못할까" 질문을 반복한다. 팀원의 창의성을 탓하기도 하고, 열정이 부족하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의 다양한 연구들은 한 가지 공통된 방향을 가리킨다. 창의성은 팀 구성원 개개인의 재능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그것을 끌어올리는 환경과 리더의 역할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구글은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는 "뛰어난 팀은 무엇이 다른가?"를 밝혀내기 위해 수백 개 팀을 분석하였고, 그 결과 공통점을 찾아냈다. 그것은 놀랍게도 능력이나 화려한 경력이 아니었다. 바로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 높았다. 팀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가장 큰 차이를 만들고 있었다. 이 발견은 많은 조직이 팀을 다시 설계하게 만든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심리적 안전감은 단순한 분위기가 아니다. 팀장이 얼마나 질문을 많이 던지고, 실수를 용납하며, 구성원에게 경청하는지를 보여주는 문화와 가깝다. 리더가 비판이나 처벌보다 호기심으로 반응할 때, 팀의 창의성 문이 활짝 열리는 것이다.
팀의 환경은 팀의 집단사고(Groupthink) 프로세스와도 같다. 만약, 구성원 간의 합의를 유지하려는 욕구가 너무 강해서 비판적 사고가 억제되면, 결과적으로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게 되는 심리적 경향성이다. 다시 말해, “갈등은 피하고, 팀워크는 유지하자”는 심리가 과도하게 작용해 반대 의견이나, 대안 검토 등이 배제되면서 오히려 의사결정의 질이 저하되고, 팀의 창의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심리학자 터크먼은 팀 발전이 다섯 단계를 거친다고 설명한다. 팀은 형성기(forming), 격동기(stroming), 규범기(norming), 성과기(performing), 해체기(adjourning)로 마무리되는데, 이 단계마다 리더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만약, 각 단계에서 갈등이 생겼다고 해서 조급하게 개입하면 오히려 창의성이나 성과를 해칠 수 있다. 그래서 팀의 발달단계를 이해하고 의도된 개입과 지원을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조직도 확장된 팀의 일부이고, 가정 역시 팀을 이뤄 생활한다는 면에서 비슷한 기능을 갖는다.
리더십 관점에서 팀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서, 팀이 자발적으로 생각하고 실험할 수 있는 심리적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또 다른 연구가 감성지능(Emotion Intelligence)이 높은 팀이 더 창의적인 결과를 낸다는 점이다. 구성원들이 서로의 감정을 읽고 조율할 수 있을 때, 팀 내 갈등은 생산적인 논의로 전환된다. 리더는 이 감정 흐름을 안정시키는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팀의 다양성(Diversity)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팀은 더 신선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안전한 분위기와 성찰적 태도가 있을 때에만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된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갈등만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팀의 창의성은 팀이 스스로를 성찰하는 능력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를 ‘팀의 자기 성찰(Reflexivity)’이라 한다. 네덜란드 연구진은 실제 기업의 여러 팀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는데, 정기적으로 “우리가 잘하고 있는가” “더 나은 방식은 없을까” 스스로 점검하는 팀일수록, 혁신성과 창의성이 훨씬 높았다. 그래서 팀장은 팀 성찰의 시간을 정기적으로 마련할 필요성이 높다.
리더로서 창의성을 이끌기 위한 전략은 단순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방향성은 알 수 있다. 심리적으로 안전한 풍토를 조성하고, 집단사고가 강요되어 창의성이 제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다양한 의견이 부딪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다시 팀 회고의 시간을 통해 구성원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게 만드는 리더십이 효과적이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자유로운 표현과 창작의 기회, 좁고 어두운 작업실에서 다양한 실험이 그를 세계최고의 예술가로 만들었다. 과연 우리 팀이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권위를 세우고, 지나치게 규칙을 강조하고 있지는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독창적인 방법으로 문제해결을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조직 공간에서 구성원이 함께 일해야 하기 때문에 팀을 창의롭게 만든다는 것이 그래서 어려운 일이다. 규칙 안에서 어떤 자유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인가? 자율(liberty)적인 환경에서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환경이 가장 좋은 환경이 아닐까.
Zhou & George(2001)
우리 팀은 각자의 업무를 서로 보완해 줄 수 있다.
우리 팀은 업무에 대한 계획을 스스로 수립한다.
우리 팀은 새로운 아이디어 제안을 잘하는 편이다.
우리 팀은 해결방안에 대한 노력을 잘하는 편이다.
우리 팀은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가 높은 편이다.
우리 팀은 같은 문제라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
Rererence
Tuckman, B. W., & Jensen, M. A. C. (1977). Stages of Small-Group Development Revisited. Group & Organization Studies, 2(4), 419–427.
Janis, I. L. (1972). Victims of Groupthink: A Psychological Study of Foreign-Policy Decisions and Fiascoes. Boston: Houghton Mifflin.
Schippers, M. C., et al. (2007). Reflexivity and innovation in teams.
Zhou, J., & George, J. M.(2001), When job dissatisfaction leads to creativity: Encouraging the expression of voice.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44: 682-6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