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안전 "양날의 검"
심리적 안전은 다 좋다?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라는 용어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된 듯하다. 팀원들이 실수를 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더라도 비난받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의미하는 이 개념은 이젠 창의성과 학습, 혁신을 촉진하는 핵심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하버드대학교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는 심리적 안전감을 “대인관계적 위험을 감수해도 안전하다고 믿는 팀 내 공유된 신념”으로 정의한다. 이는 곧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질문하거나 반대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사회적 처벌이나 평판의 손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심리적 기반을 뜻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는 실제로 구성원들의 참여도가 높아지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활발하게 공유되고 또한 학습이 촉진된다. 연구에 따르면(Deng et al., 2019),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낮아지고, 그에 따라 발언 행동(voice behavior)과 학습 행동(learning behavior)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심리적 안전감이 단순한 정서적 지지에 그치지 않고, 팀 차원의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실증적 근거를 제시한 셈이다.
그럼 다 좋기만 한 것일까? 연구진은 심리적 안전감이 항상 긍정적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며, 그 작동 경로가 두 가지 상반된 메커니즘을 통해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이중경로 모형(Dual-Pathway Model)”. 심리적 안전감이 팀의 위험 감수 행동(Risk-taking Behavior)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상반된 흐름을 제시하는 연구가 흥미롭다.
첫 번째 경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시킨다(긍정)
첫 번째 경로는 심리적 안전감이 구성원들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Fear of Failure)을 줄이고, 이를 통해 보다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행동(Risk-taking Behavior)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으로 기여한다. 심리적으로 안전한 환경은 개인이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게 하며, 새로운 시도나 창의적 발상을 위험으로 인식하기보다 학습의 기회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이는 팀 전체의 정서적 안정감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혁신적 시도를 촉진한다. 이 과정에서 집단주의적 가치관(Collectivism)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집단주의가 강한 팀에서는 실패가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공동의 학습 경험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심리적 안전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문화적 맥락에서는 “함께 배우고 성장한다”는 집단적 신념이 강화되며, 그 결과 팀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이 경로는 곧 심리적 안전감이 학습, 창의성, 혁신을 촉진하는 경로로 기능함을 보여준다.
두 번째 경로..
업무 동기를 약화시킨다(부정)
반면, 두 번째 경로는 심리적 안전감이 오히려 구성원들의 업무 동기(Work Motivation)를 낮춰, 결과적으로 위험 감수 행동을 억제하는 부정적 메커니즘이다. 심리적으로 지나치게 안전한 분위기는 개인에게 “굳이 더 잘할 필요가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즉, 구성원들이 책임에 대한 압박이나 성과에 대한 긴장감 없이 편안함에 안주하게 되면서, 조직 전체의 몰입도와 목표 지향성이 약화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문화적 조절 요인은 개인주의적 가치관(Individualism)이다. 개인주의적 팀에서는 “나의 성과는 나만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심리적 안전감이 주는 ‘관용적 분위기’가 오히려 성과 중심적 태도를 희석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구성원들은 위험한 시도보다 안전한 선택을 택하고, +결과적으로 팀의 혁신성이 감소한다. 이 경로는 심리적 안전감이 지나칠 경우 ‘느슨함’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위 그래프는 ‘심리적 안전 풍토(psychological safety climate)’의 수준과 ‘문화적 가치(개인주의 vs 집단주의)’에 따라 팀 차원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준다.
개인주의 그룹에서는 심리적 안전감의 높고 낮음에 따른 큰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집단주의 그룹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보였다. 구체적으로, 심리적 안전감이 낮은 집단주의 그룹에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반대로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집단주의 그룹에서는 그 수치(실패에 대한 두려움)가 현저히 낮게 나타난다.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문화에서는 구성원들이 집단의 평가, 체면, 조화 유지 등을 중시하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때 심리적 안전 풍토가 부족하면, 구성원들은 더욱 위축되고 위험 회피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서 조직이 집단주의 문화 속에서 창의성이나 혁신을 장려하고자 한다면, 심리적 안전감 확보는 필수적이다.
두 번째 그래프는 동일한 변수들(심리적 안전 풍토와 문화적 가치)이 팀의 평균 업무동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집단에서는 심리적 안전감이 낮을 때 업무동기가 더 높게 나타나는 반면,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경우에는 다소 낮은 동기를 보인다. 반대로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집단에서는 심리적 안전감의 수준에 따른 업무동기 차이가 거의 없으며, 두 조건 모두에서 평균적으로 높은 수준의 동기를 유지하고 있다.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각자의 책임과 성취가 중요시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도전받는 환경에서 동기가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 즉, 적당한 긴장감이 동기 유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은
역효과!!
또 다른 연구로, Eldor et al. (2023)은 총 106개 팀, 731명의 공공부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이들은 팀 단위의 심리적 안전감(PSC, psychological safety climate) 수준과 팀 성과를 측정했다.
연구결과, 오른쪽 그래프는 팀의 심리적 안전감 수준이 낮을 때 성과가 낮고, 중간 수준에서는 성과가 가장 높으며, 고수준에서는 다시 성과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여준다. 즉, 심리적 안전감이 일정 수준까지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 오히려 팀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목표 지향성이 약화되며, 성과가 저하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조직은 심리적 안전감을 무조건 높이기보다는 적정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심리적 안전이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느슨함(slacking off)’, ‘책임 회피’,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왜
역-U자형 그래프가 나타날까?
첫째, 사회적 평가 압력의 약화 때문이다. 과도한 심리적 안전감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타인의 평가를 의식하지 않게 만들고, 그 결과 “실수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적당히 해도 괜찮다”는 기준으로 변질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조직 내 긴장감과 성취지향성이 점차 약화된다.
둘째, 사회적 태만(social loafing)의 작동이다. 심리적 안전감이 높아지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줄지만, 동시에 개인의 과업 책임감이 약화된다. 특히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팀에서는 “누군가는 대신해 주겠지”라는 암묵적 기대가 강화되어, 결과적으로 팀 전체의 동기와 성과가 저하된다.
셋째, 신뢰의 역효과 때문이다. 심리적 안전감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구성원 간 신뢰가 과도하게 형성되어, 상호 점검과 피드백이 느슨해질 수 있다. 이는 집단 내 자기 점검 기능의 약화로 이어져, 책임성 결여와 성과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심리적 안전감은 일정 수준까지는 긍정적이지만, 과도할 경우 조직의 긴장감과 책임 의식을 약화시키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위의 그래프는 조직 내 심리적 안전감(PSC: Psychological Safety Climate) 수준에 따라 구성원의 직무 내 성과(in-role performance)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상호작용 효과(interaction effect) 분석 결과이다. 이때 조절변수로 사용된 것은 집단 책임감(Collective Accountability)인데, 이는 구성원들이 팀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공동으로 책임을 느끼고 이를 실질적으로 공유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실선은 집단 책임감이 낮은 집단(−1SD), 점선은 집단 책임감이 높은 집단(+1SD)의 성과 추이를 보여준다.
결과를 요약하면, 집단 책임감이 높은 집단은 심리적 안전감이 높아질수록 직무 성과가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반면, 집단 책임감이 낮은 집단은 오히려 성과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심리적 안전감이 매우 높은 수준에서는 양 집단 간의 성과 차이가 뚜렷하게 벌어지는 양상이 극명하게 갈리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난다.
연구진은 심리적 안전감의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해법으로 집단 책임감(collective accountability)을 강조한다. 구성원들이 팀의 성과와 결과에 대해 공동으로 평가받는다는 인식을 가질 때, 심리적 안전감이 높더라도 성과 저하 없이 오히려 향상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심리적 안전감이 주는 정서적 안정 위에 성과에 대한 인지적 경계선을 설정함으로써, 팀 내 긴장감과 협력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를 실무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 RACI 모델이다. 이 모델은 Responsible(실행자), Accountable(최종 책임자), Consulted(자문자), Informed(정보 공유자)로 역할을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구성원들이 자신의 책임 범위를 인식하고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동시에 유지하도록 돕는다. 결국 심리적 안전감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자유와 책임이 함께 설계된 조직 구조가 필요한 것이다.
시시점 요약
첫째, 심리적 안전감은 일정 수준까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지만, 그 수준을 초과하면 오히려 성과 저하와 느슨함(slacking)을 초래할 수 있다.
둘째, 심리적 안전감의 효과는 집단 책임감의 수준에 따라 달라지며, 책임감이 높을수록 안전감이 성과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강화되고, 책임감이 낮을수록 오히려 부정적 결과가 초래된다.
셋째, 심리적 안전감을 조직 내에 조성할 때에는 동시에 명확한 역할 기대와 책임 구조를 설계함으로써, 심리적 여유와 업무 몰입 간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Edmonson(1999)
우리 팀은 실수가 허용되는 분위기다.
우리 팀 구성원들은 서로에게 어려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우리 팀에서는 다른 사람 앞에서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 쉽다.
우리 팀에서는 도움을 요청하기가 어렵지 않다.
우리 팀에서는 나와 다른 의견을 표현하기가 편하다.
우리 팀에서는 서로의 기술과 재능을 존중한다.
이 팀의 구성원들과 함께 일할 때, 나의 고유한 기술과 재능이 존중되고 활용된다.
Hochwarter et al. (2005)
우리 조직은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
우리는 업무에서 특정한 일을 왜 하는지 자주 설명해야 한다.
우리는 업무에서의 행동에 대해 강하게 책임을 진다.
상당 부분, 우리 팀의 당면 업무 성패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우리는 최고경영진으로부터 피드백을 듣는다.
많은 동료들의 일자리는 우리의 성공과 실패에 달려 있다.
큰 그림에서 볼 때 우리의 업무상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동료·부하·상사는 우리의 업무 노력을 면밀히 살펴본다.
Reference
Deng, H., Leung, K., Lam, C. K., & Huang, X. (2019). Slacking off in comfort: A dual-pathway model for psychological safety climate. Journal of Management, 45(3), 1114–1144
Eldor, L., Hodor, M., & Cappelli, P. (2023). The limits of psychological safety: Nonlinear relationships with performance.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77, 104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