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연 Dec 08. 2023

나의 전공과 요가 사이

나의 몸이 경직될지언정, 나의 마음까지 경직되지 않기로 하자

 어느새 2023년의 해가 거의 저물어가는 걸 실감하는 요즘이다. 나는 요즘 정신없이 바쁘고 배우는 삶에 열중하고 있다. 졸업한 후에도 나의 전공에 대한 배움은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배울 것이 많고 시시각각 다르게 변화하는 컴퓨터 프로그램들의 발전 속도에 따라 그만큼 익혀야 할 소양들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배움의 즐거움과 그에 따른 성장이란 성취감은 그 무엇보다도 바꿀 수 없는 고양감이다.


많은 투잡을 뛰는 요가 선생님들이 걱정하는 게 있다. 요가에만 전념할 수 없는 현 상황으로 인해 어느 정도 요가와 본인의 본업을 타협해야 하는 점이 생긴다는 것이다. 요가티칭과 수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선생님들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선생님들보다 훨씬 능숙하고 아사나의 완성도가 높은 경우가 많다.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그 간극에 회의감과 질투 그리고 슬픔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나는 영상과 애니메이션이란 나의 전공에 매우 만족하며 사랑한다. 앞으로 미디어의 한계는 없어질 전망이며 오히려 계속 발전될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 이에 다른 학과 전공생들 또한 몰릴 정도이며 영상과 특수효과, 그리고 애니메이션이란 분야에 대한 집중과 흥미도가 훨씬 올라가고 있는 추세이다. 영상이란 미디어의 특징이 여러 사람들과의 협업과 다양한 업무들의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매우 흥미롭고 지루할 틈이 없다는 점이 매력이라면 매력이겠다. 단점은 그에 따라 익혀야 할 프로그램 툴들이 참 많으며 계속 지속적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점이 꽤나 고생스럽다.


업무나 공부하는 분야인 특성상,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모니터를 몇 시간이고 봐야 한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겠으나 내가 생각할 적에 영상, 애니메이션 분야가 가히 최고라 말하고 싶다. 특히 애니메이션은 한 번이라도 만들어본 이들은 절감할 것이다.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고통스럽고 피를 깎는 과정을 감내해야 하는지를.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의 몸은 굳어지기 쉬우며 특히 다리 뒷면의 햄스트링 근육들이 짧아져가는 게 확연히 느껴진다.


몸이 굳고 다시 요가수련을 하며 피고 하는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어쩔 땐 어쩔 수 없는 현타가 오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느린 아사나의 발전 속도와 오히려 몸이 더 나빠지지 않으면 다행일지도 모르는 현실이 요가인으로서 더욱 발전하고 싶고 더욱 잘하고 싶은 나 자신을 괴롭게 한다. 전공을 포기하면 요가에만 전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내가 과연 행복할지도 의문이다.


요가는 매우 좋은 동반자이며 도구이며 나의 삶 그 자체가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창작을 하기 위해 아프지 않고 계속 지속하게 도와준 고마운 존재다. 그 사실은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평생 나는 요가를 놓지 않을 것이다. 요가를 해야 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내가 좋아하는 창작을 영위할 수 있으니. 요가 자체만으로도 나는 벅찬 감정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창작을 제외시킬 순 없다.


그래서 나는 나의 마음과 태도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고쳐먹기로 다짐했다. 뻣뻣해짐과 부드러워짐 그 극단적인 느낌의 차이를 나는 그 누구보다 더욱 잘 느낄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수련에 임하니 정말로 그 간극의 느낌이 확연히 컸다. 수련을 하기 전의 나의 몸상태는 장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있음으로 인해 다리근육들이 짧아졌고 딱딱해졌으며 어깨와 등의 경직됨이 심하고 목이 좀 더 앞으로 튀어나온 상태였다. 그리고 수련을 한 나의 몸상태에선 전체적으로 늘어난 근육들과 부드러워진 근막들이 잘 느껴졌고 어깨와 등의 경직됨이 풀어짐에 따라 어깨의 펴짐이 넓어지고 목이 자연스럽게 뒤로 오게 되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차이점들을 나는 나의 전공과 요가를 병행하며 잘 느끼고 알아차리게 되었다.


오히려 때론 전공 때문에 오는 경직이란 느낌에 감사할 때도 있다. 몸이 너무 잘 풀릴 때엔 내가 어떤 근육들을 쓰고 있는지 감각이 잘 와닿지 않는데 경직된 몸상태에선 내가 움직이는 몸의 근육, 근막들이 하나하나 잘 느껴지기 때문에 어떤 부위들을 좀 더 잘 사용해야 할지 알 수 있다. 무심결에 대충 흘러가버린 아사나를 다시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아사나가 가진 힘을 잘 느끼려 노력할 수 있다. 그렇게 내가 잘할 수 있다고 오만하게 생각했던 아사나들이 사실 다른 힘과 느낌들이 담겨있다는 중요하면서 당연한 진리를 되새기게 된다.


그렇게 요가가 내게 어떤 부분에서 힘이 되고 도움을 주는지를 객관적으로도 파악할 수 있다. 신체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요가수련을 통해 나는 전보다 더욱 나 자신을 갈고닦을 수 있으며 때론 그대로여도 괜찮다는 위안을 얻곤 한다. 발전되어 가는 나 자신도, 그대로 머무르는 나 자신도 결국은 다 나 자신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요가는 내게 알려준다. 그렇기에 나는 나 자신을 다독이며 나의 전공을 이어갈 수 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던가. 그 말은 전혀 틀린 사실이 없다. 정말 나의 몸이 괜찮아야 내가 하고 있는 그 어떤 일들 또한 즐겁게 다가온다. 건강이 무너져서 전공을 포기하거나 회의감을 느끼게 된 사례들은 이미 충분히 봐왔다. 요가를 지금까지 계속해올 수 있음에 나는 정말로 감사한다. 그렇기에 그 둘 사이에 나는 아직도 부족하지만 조화를 이루어가며 나만의 길을 걸어 나가고 있다.


남들보다 조금 더딜지언정.


남들보다 조금 느릴지언정.


나의 몸이 전공으로 인해 경직된다고 해도.


나의 마음까지 경직되게 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나의 전공공부와 창작 그리고 요가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의미 있던 대면 수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