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도, 저도.
일단 부끄럽게도 먼저 브런치에 잘 못 온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할까 합니다. 저는 어쩌면 제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도 있는 기회를 잡아 준비해 왔습니다. 그리고 현재 무사히 그 준비를 마쳤으며 현재는 잠시 쉬며 또 배우고 또 요가하고 언제나 그렇듯, 늘 평범하지만 그리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2023년은 다른 분들께도 마찬가지 이겠지만 제게도 많은 변화와 일들로 가득했습니다.
집 근처 요가원을 1년 동안 다녔습니다.
익숙했던 곳이 아닌 새로운 요가원에서 벌써 수련하고 땀을 흘린 지 1년이 되었습니다. 그 세월 동안 저의 몸과 마음은 단단해졌고 전보다 발전된 모습으로 저 자신을 지탱해 주었습니다. 가끔 추워서 나가고 싶지 않아도 정말 가까운 거리에 있을뿐더러 다른 분들이 일부러 차 끌고 나오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 자신은 얼마나 가까운 곳에 요가원과 자리하고 있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그렇게 나약한 저 자신과 늘 그렇게 다투며 요가원에 나오다 보니 벌써 1년이 흘렀습니다. 요가를 몇 년 수련한 저도 매일 저 자신과 싸우는데 꾸준히 요가원 다니시는 여러분들은 대단하신 겁니다. 스스로에게 대견하다, 자랑스럽다고 토닥여주세요!
쓰리디 프로그램 공포증을 극복했습니다.
학부시절, 쓰리디 프로그램에 대한 공포증이 상당히 대단했습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결과물을 완성해야 했고 교수님께서 알려주신 내용만으론 한계가 있었기에 스스로 인터넷에서 맞는지 틀렸는지 모를 정보를 수집하며 완성했던 결과물은 그리 썩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툭하면 데이터가 날아가고 오류생기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쓰리디 프로그램은 제게 어느 순간 심적으로 공허한 거리감을 안겨줬더군요. 그때 느꼈던 모멸감과 상실감은 첫 쓰리디를 배웠던 2018년도부터 작년 2023년 초까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2023년 5월부터 쓰리디 학원에 등록하여 기초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가 보니 생각보다 어려운 녀석이 아니었습니다. 제 마음이 어려웠을 뿐이었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을 습득하다 보니 나중에 제가 또 만들어보고 싶은 씬들이 여러 가지 생겨났습니다. 현재는 스크립트 언어를 공부 중입니다. 배움에는 정말 끝이 없다는 걸 요즘 저를 보며 깨닫고 있습니다.
16년 동안 함께한 이쁜이가 갔습니다.
제게는 그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동생이 있었습니다. 이쁜이는 작년 2023년 11월에 눈이 내리기 전, 하늘나라로 여행 갔습니다. 옛날엔 그저 작고 귀여운 몰티즈 한 마리였는데 지금은 세월의 무게감을 가져서 어느덧 제게 동생이 되었습니다. 저는 외동이지만 이쁜이와 유년시절을 함께 보내면서 부족할 수 있었던 심적인 보살핌을 많이 얻었던 것 같습니다. 정서적인 사랑, 교감을 통해 저는 외동 같다는 소리를 잘 듣지 않고 자랐습니다. 제가 이쁜이를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야 어리석게도 이쁜이가 저를 키워줬단 사실을 깨닫습니다. 인간은 참 어리석고 교만합니다. 그렇기에 본질을 나중에 알게 됩니다. 이쁜이는 마지막 까지도 저를 위로해 주고 사랑해 주며 식물들과도 인사하고 작별했습니다. 웃는 얼굴로요. 나중에 이쁜이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겠습니다.
일본어가 늘었습니다.
나중에 외국어 공부에 대한 이야기도 하겠지만 영어공부를 나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본여행 때 저는 스스로에게 깜짝 놀랐습니다. 한 글자도 공부하지도, 보지도 않았던 히라가나는 물론 가타카나까지 글자가 읽혔을뿐더러 한자 또한 많이 알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에요. 영어만 공부했는데 어째서 일본어가 늘었는지는 저 자신도 알 수 없으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외국어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기본회화 정도는 가볍게 할 수 있고 어렵지 않게 일본 말이 들리게 되는 수준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발전은 저 혼자서 가라오케를 다녀왔습니다. J POP 덕후인 저는 메이저부터 마이너까지 폭넓게 듣는데요, 이번 일본 여행에서 저 혼자 4시간을 신나게 부르고 왔습니다. 한국에는 등록되어 있지 않은 노래가 많아서 아쉬웠는데 이번 일본 여행 때 가라오케를 가고 싶다는 버킷리스트 하나를 이루고 왔습니다. 사실 지금도 또 가고 싶습니다.
브런치를 2023년 동안 많이 못 써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더 큽니다. 작년 한 해가 지나가기 전에 글 100개를 넘기고 싶었는데, 참 아쉽습니다.
아쉬운 만큼 다시 브런치와 저를 잘 추스르고 꾸려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2024년도에 더욱 바빠질 수도, 제 생각만큼 브런치에 들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래도 노력하겠습니다. 브런치라는 공간에선 저는 기록을 통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과거의 저 자신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세월이 지나면서 세포가 바뀌는 것뿐만이 아니라 생각의 겹이 달라지기에 현재의 저와 과거의 저는 분명 다르니까요.
늘 그렇듯 우왕좌왕, 계획한 대로 이뤄지지 않는 저의 브런치이지만 항상 저의 글을 봐주시고 들러주시는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24년에는 좀 더 힘을 내서 제가 더욱 발전해서 풍성한 브런치를 만들어갈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2023년 수고 많으셨습니다.
2024년은 더욱 잘 될 겁니다.
여러분도, 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