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100번째 글,
브런치와의 3주년을 향해, 그러나 마침표는 찍고 싶지 않은
벌써 브런치를 한 지 2년 반 만에 이제야 겨우 100번째 글을 발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21년 7월에 요가를 주제로 한 계획서를 제출하고 받은 브런치 작가 선정 이메일을 받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의 마법이란 참으로 기묘하기도, 벅차기도 합니다.
이런저런 제 머릿속엔 여러 가지 단어들이나 말들이 둥실둥실 떠오르고 있는데요. 그냥 제가 지금 떠오르는 대로 담백하게 꾹 꾹 한 자, 한 자 눌러보겠습니다.
저는 브런치 글을 쓸 때 처음엔 즉흥적으로 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요가수련을 하니 요가에 관련된 경험과 인사이트, 그리고 글감이 될만한 주제들이 연거푸 쏟아져왔죠. 굳이 이런저런 글감들을 채집하러 다닐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브런치를 하고서 1년이 지난 즈음에 저는 즉흥적 글쓰기의 위험함과 무모함 그리고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점점 글감이 될만한 소재들은 고갈되어 가는데 계속해서 저는 브런치를 운영하려면 글을 써야 했죠. 그래서 이런저런 시도도 많이 하고 꾸준히 브런치북 공모전에도 제출하는 등, 여러 가지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제 나름대로의 실험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실험은 생각보다 석연치 않았고, 글을 쓴다는 압박감과 생각보다 잘 늘어나지 않는 구독자수 등등 이 여러 가지가 한데 모여 슬럼프라는 슬픈 시기를 맞게 합니다.
가끔 제 브런치 글이 잘 올라오지 않는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슬럼프와 동시에 제가 하는 일이 워낙에 많은 탓에 미뤄둔 탓이 큽니다. 매번 호기롭게 브런치글을 꾸준히 발행하겠다!라고 글을 몇 번 썼지만 제 마음은 그보다 가벼워서 제대로 실행되지 않은 나날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 점은 여전히 제가 개선해 나갈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저는 브런치 자체를 완전히 놓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좀 더 깊이 고민하고 모색해보기도 했습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나는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그 '초심'을 다시 되찾고 그때로 되돌아보기 위해 부단히 애썼습니다. 물론 독서를 습관화하는 작업도 했고요.
그렇게 자기 계발과 관련된 이야기와 창작이란 저의 전문 분야에 대해서도 조금씩 써 내려가보고, 식물을 하나씩 들여오면서 식집사가 되기도 했습니다. 식집사 이야기가 항상 호응도가 훨씬 좋았는데 식물 글들이 공감도 많이 되는 주제일뿐더러 제가 스스로도 즐겁게 썼던 경험이 상기되었습니다. 결국 남의 이야기보다 저의 이야기가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상의 글감이자 제가 여러분들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소재였던 것입니다.
독서를 생활화한 지 이제 1달이 되어갑니다. 틈나는 대로 책과 글을 읽고 계속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외국어 공부를 하니 이제 말하고 읽고 글쓰기가 생활화가 되었습니다. 요즘 그래도 브런치에 글이 꾸준히 올라오는 것을 느끼시는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시다면, 감사합니다.
저는 완전히 발가벗고 다시 시작점에서 시작했습니다. 마음먹기를 말입니다. 구독자수가 늘어나면 좋겠지만 그건 제가 더욱 열심히 해야 늘어나는 부분일 것이고, 제 글이 마음에 드신다면 여기에 머무시겠죠. 숫자에 연연하기보다, 댓글로 저의 글에 반응해 주시고 소중한 의견을 남겨주신 것을 읽을 때마다 무한한 감동과 사랑을 느낍니다. 저는 그런 한 분을 위해 글을 쓰는 보람을 느끼며 저 자신에 대한 애틋한 기록을 남길 수 있습니다. 세속적인 세상에 이 정도의 원동력은 하나쯤 있어도 나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이제 브런치를 어떻게 하고 싶은지. 이야기를 안 해볼 수 없겠죠. '요가 수련 일지'는 요가 글감이 떨어질 때 즈음 끝내려고 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계속 글감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뜬금없이 그 글들 중 한데 엮여 브런치북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도 수련일지는 계속될 것 같습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 말이죠.
자기 계발에 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배우는 걸 좋아하고 발전하는 데에 굉장한 기쁨과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그 선상에서 보면 요가도 전공도 여러 가지로 저는 천직인 것이죠. 계속 끊임없이 배우고 보고 경험해야 살 수 있는 분야이니 까요. 자기 계발에 외국어에 관한 반응도가 있는 것으로 보아, 사람들의 관심사가 외국어에 많이 쏠려있다는 사실을 직감했습니다. 지금도 계속 외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저의 토플, HSK 독학, 일본어 회화 등을 나중에 천천히 브런치에 보따리를 풀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야기는 전혀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들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귀 아픈 잔소리에 불과한 내용들입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직접 경험한 것을 친구들과 공유했을 때 친구들이 더욱 공감을 하고 자극을 받는 장면을 종종 목격했습니다. 만약 한 분이라도 응해주신다면 천천히 자기 계발도 시동 걸겠습니다.
브런치에 신 기능이 생겼습니다. '연재 브런치 북'이란 새로운 기능이 도입되었는데 꾸준히 연재를 하면서 독자분들과 만나는 기능입니다. 저는 이 신기능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는데, 연재를 도입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꾸준함과 성실함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계속 꾸준히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너무도 당연한 진리입니다. 저는 그동안 전시도 보고 책 읽고 음악도 듣고 요가수련하면서 요가 일러스트레이션을 큰 주제로 잡아, 일러스트 글감을 차곡차곡 수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법 그 수가 많아져서 진짜로 연재해도 이상 없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제가 여태껏 경험한 것으로 보아, 저는 틈틈이 작업한 결과물들이 어떻게 어떤 식으로 포트폴리오로 쓰일지 모른다는 사실을 여실히 느꼈습니다. 그래서 연재 브런치 북을 통해 요가 일러스트레이션을 선보이려 준비 중입니다. 조금씩 요가 글에만 곁들이거나 글감으로 다뤄질 때만 일러스트를 올리는 것이 제 마음에도 걸리고, 일러스트를 한데 모아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참에 저의 새로운 일러스트레이션 작업들을 천천히 작업해서 연재하는 형식으로 풀어봐야겠습니다.
저는 사실 '꾸준히'가 잘 안 되는 사람입니다. 예전부터 공책 한 권을 다 쓰기가 힘든 아이였습니다. 그런 제가 성장하면서 제 안에 있는 '꾸준함'이 서서히 같이 자라남을 느낍니다. 이제 볼펜 한 자루를 다 쓸 때까지 글을 써보기도 하고, 100개씩 외우기를 계획하여 100% 달성할 때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단어를 외우기도 하며.
그런 의미에서 브런치는 제게 많은 의미가 있는 플랫폼입니다. 글을 통해 작가와 독자가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고 가볍고 흥미위주의 빠르게 흘러가는 SNS 같지 않은 진중함이 매력입니다. 브런치가 글쓰기 플랫폼으로 불리는 걸 더욱 선호하는 제게 브런치가 SNS의 일종이란 사실은 적잖은 충격이긴 합니다만, 그렇게 되면 브런치가 제게 있어서 2년을 넘어 3년째 향해 가는 유일한 SNS란 사실입니다.
글을 쓰다 보니 많이 길어졌습니다만 그냥저냥 브런치를 놓지 않고 해 왔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거창하게 풀어쓴 것뿐입니다. 저에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풀 예정이니 앞으로도 천천히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떠나실 분들 막지 않고 머무르실 분들께 편안함을 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가끔 너무 솔직한 이야기도 올라올 예정이니 살짝 단단한 마음먹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그럼, 오늘 하루도 늘 평안하시길. Namas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