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비슷한 시기에 암을 발견한 지인이 있습니다. 성공의 가도에 올라선 당당함, 자신감,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으셨던 분이죠. 저 역시 그때는 미래에 무엇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습니다. 처음엔 비슷했습니다. 종양인 줄 알았는데, 열어보니 암인 상황도, 수술과 항암과정의 지독함을 겪은 것도.
그 이후는 완연히 달랐습니다. 저는 집사람의 만류, 자신감 상실 등 복합적인 이유로 몸을 사리는 업으로 전전했습니다. 성공 가도는 사치. 돈벌이라도 하게 됨을 감사해야 된다며 끊임없이 다독였습니다. 하지만 지인은 짧은 항암과정을 끝내자마자 가도에 다시 올라섰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도 온전히 현재의 삶을 중시하던 때, '** 분은 암투병하는 와중에 다시 일을 시작했고 수십 년이 지나도 건강하게 오피니언리더로의 역할을 다한다.'라는 소개를 라디오로 들었습니다. 지인은 그 오피니언리더 마냥 당당하게 현업의 최전선으로 나간 것입니다.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몇 번이고 흉내라도 내볼까 했지만, 바퀴 한 짝 없는 자동차 마냥 몸이 기우뚱 거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어떨때는 무탈하게 돌아옴을 감사하게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수술 후 5년이 지났습니다. 몸이 많이 회복되어 얼추 4바퀴 달린 자동차 흉내는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시금 용기를 내서 예전 그 길은 아니지만, 삶에 의미를 더하기 위한 길로 들어섰습니다. 얼추 몇개월 지내보니 계속할만합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소식이 없던 지인의 근황을 알게 되었습니다. 항암이 끝나자마자 일선으로 뛰어든 이유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욕심껏 키우고 싶은 부정을 다독이지 못했고, 기댔던 운이 충분히 버팀이 되지 못한 탓에 회생이 어려운 암 4기라는 섬찟한 판결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완치가 안된 상태였는데 억지로 몸을 다독였다고도 들었습니다.
암 재발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친척 중 가장 긴밀했던 외숙부님이 재발로 인해 운을 달리하셨을 때, 두렵고도 슬펐습니다. 지인분의 소식을 듣는 와중에도, 비슷한 감정이 떠올랐습니다.
지독했던 항암과정, 현재 먹고살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하는 상황, 억지로 몸을 이끌면서 했던 다짐. 한 번의 경험으로 족합니다. 그러니 쫄보가 되어야 합니다. 쫄보가 되어야 돌아보고 싶지도 않은 경험을 다시 안할 수 있다.
하지만, 쫄보는가 되는 길은 어렵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고, 어떨때는 가족의 힘겨움도 외면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먹는 것만 살펴봐도 알수 있습니다. 암환자는 당뇨환자와 비슷하게 섭식 해야 한답니다. 단거는 'Danger'입니다. 안전한 농산물, 축산물을 먹어야겠지요.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시는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이라면, 꼭 채소와 과일은 한번 세척하신 후, 식초나 소다를 섞은 깨끗한 물에 5분 이상 담갔다가 다시 세척해서 드시길.. 가능한 붉은 피가 흐르는 고기를 멀리하시고. 태운 음식은 버리시고. 그러니 외식은 당연히 삼가하시고.
하지만, 맛이라고는 통 없는 음식을 먹으며, 집에서만 음식을 해 먹으며 무탈하게 사는 게 무슨 낙일까요. 정말 항암때의 그 지독한 기억만 없다면, 거들떠 보고 싶지도 않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