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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카 Sep 16. 2024

다른 나라 도와주고 호구되는 Good tips!

해외원조 업무를 하는 중 깨달은 거짓말이 있습니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면, 나중에 스스로 알아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입니다. 아. 실수했네요. 실현 불가한 거짓말은 아니고요. 실현이 매우 어려운 립서비스입니다.  저는 해외원조 일을 나가기 전, 이 말을 찹쌀떡 같이 믿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 가서 개떡 같은 경험을 장마철 장대비 맞듯 했습니다.


국제기구 직원으로 현장 일을 하면서, 우리나라 코이카 분들이나 그 외 다른 기관에서 나온 분들도 눈여겨봤습니다. 동병상련의 경험을 하셨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런데, 착각이었습니다. 제가 훨씬 낫더군요. 국제기구 직원은 축복받은 자리랄까요. 몇 년간의 현장경험을 통해 우리나라가 호구되는 가장 좋은 방법, 특히나 도와주면서 호구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 몇 가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제안한 바와 같이 하면 틀림없이 호구가 됩니다. 이 말은 찹쌀떡 같이 믿으셔도 됩니다.


첫 번째 '도움을 받는 나라가 잘 살아갈 수 있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줘라' 이런 식의 내용을 현장에 계신 분들에게 강력하게 요청하십시오. 그리고 이에 대한 성과를 평가하면 더욱 좋습니다. 현장에 계신 분들은 온몸에 기름칠을 하고 불구덩이를 통과하는 듯한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하기 시작할 것이고,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저거 바보 아냐?'라며 비웃을 것입니다.  호구의 시작입니다.


제 말이 불편하거나 반박하고 싶으신 분도 계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를 들겠습니다. 반에서 꼴등 하면서 문제만 일으키는 아이들을 우수한 학생으로 만들라는 지시를 선생님에게 하고 이에 대한 결과로 선생님을 평가하면 어떨까요? 물론 극단적인 예입니다만. 이는 '공부 잘하는 법을 가르쳐 주면, 애들이 어련히 공부를 잘할까. 그러니까 못하면 담당 선생이 책임져요'라는 뜻이겠지요. 단언컨대, 국가의 흥망성쇠는 그 나라의 책임입니다. 그 나라 권력자들이 그리 만들었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이 어찌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또한 극단적이라고요? 그렇다면 전 세계 개도국 중에서 대한민국만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한 나라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반백년 넘게 지원받고도 그대로인 나라가 대부분인 현상은 어찌 설명될까요.


두 번째 '당신은 대한민국 사람이니, 현장에 가서도 대한민국의 기준과 법을 준수하십시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불이익을 받을 것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하고, 우리나라 공공기관에서 제출하는 것과 비슷한 서류를 제출하라고 하고, 비슷한 기준으로 성과를 판단하면 무척이나 좋습니다. 수혜국 사람들에게 없는 서류와 자료를 구걸하는, 그러니까 이게 도와주는 건지 구걸하는 건지 모호한 상태가 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티 안 나게 호구가 되는 매우 좋은 팁입니다.


로마로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고 했습니다.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시스템이 엉망인 나라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기준을 충족시키라는 것은 할 수 없는 일을 하라는 바와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수혜국에 구걸을 하듯 필요한 사항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우리 법을 근거하더라도, 개도국에서 지킬 수 있는, 지켜야만 하는 기준을 세우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테면 테러에 대응한다든지, 건강에 유의한다든지, 인종이나 종교에 대한 차별에 대한 대응 같은 것입니다. 어렵다면 그냥 국제기구의 기준을 베껴도 좋다고 봅니다. 현장을 잘 모르면서 먹물 좀 묻었다고 아는 체하는 것은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수혜국 분들은 본심이 착하고, 순수하고,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입니다. 한쪽 뺨을 맞더라도 본심이 아니니 있는 우리가 참는 게 현명한 것이지요.' 이와 같이 현장에 계신 분들에게 테레사 수녀님 같은 고귀한 행동을 요청하시고, 이를 지키도록 강제하십시오. 그러면 수혜국에서 감복해하면서, 대한민국은 진정한 호구로 볼 것입니다.


코이카 같이 국가에서 운영하는 원조기구는 국익도 같이 생각해야 하는 기구라고 봅니다.  대한민국이 한쪽 뺨을 맞아도 허허 웃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생기는 것은 참으로 좋지 않습니다. 그러니 수혜국 출입국시 삥을 뜯기는 해외원조를 경험하시는 분은 더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삥이냐고요?   매우 상황이 열악한 나라에서 해외원조를 경험하신 분이 주변에 계시다면 술 한잔 대접하면서 물어보세요. 모든 분은 아니겠지만, 그런 분이 계실 테니까요. 그런 분이 한분이라도 계신다는 것은 우리가 참으로 관대한 나라라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국제기구에선 직원이 그런 일을 경험하게 되면, 수혜국에 강력하게 항의하는 것은 물론이고 필요한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의지가 있습니다.


네 번째 '국제기구는 비록 가지 않으려 하는 나라지만, 우리는 도와줄 수 있어. 도우려면 차별 없이 도와야지'

네 번째는 사실 호구보다는 뭐랄까요. 죽거나 죽을 고생을 경험하라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국제기구 현장직원이 가려하지 않는 곳은 위험하거나, 매우 부패되어 있다거나 그런 나라입니다. 특히 감염병이 문제가 되는 나라, 너무 부패되어서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는 가능한 가지 않고 재해 등 상황에서 긴급구호 정도로 끝내려 합니다. 이런 나라들도 우리가 도움을 주고 있더군요.  도움을 주더라고 우리나라 국민더러 방문하라 강제하는 일을 당연히 없겠지요. 특히나, 이런 나라의 풍토병이나 감염병에 대한 경험과 자료가 별로 없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볼 때, 이런 나라에의 지원은 가능한 국제기구와 협업으로 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지경이 될까요? 상상을 해봅니다. 추측을 해봅니다. 우리는 돈은 선진국에 걸맞게 충분하지만, 경험은 짧고, 이론에 치우친 경향도 있습니다.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 오피니언 리더들이 현장에 가서 보고 듣는 것은 그들 나라의 의전과 사탕발림 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백년 넘게 원조로 먹고사는 나라들은 원조를 이끌어내려 쇼도 잘하지요. 그러니 착각하기 십상입니다. "거기 잘되잖아? 수혜국이 좋아하던걸? 사람들이 열정 넘치고 순수하는 데 뭔 말?"  이런 쇼쇼쇼 방문으로는 현장 직원의 신념이 무너지고, 대한민국이 호구 취급을 받는 상황을 알기 어렵습니다. 현장 직원 신념만 내팽개 치고, 호구 취급받는다고 큰 일 나는 것이 아니니, 이대로 그냥 가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뒤에서 욕먹고 손가락질받는 것 쪽팔리지 않습니다. 모르는데 뭐가 쪽팔립니까. 


그럼에도, 호구라는 소리가 싫다면, 도와주고 욕먹기 싫다면. 어떻게 할까? 생각해봅니다. 이 역시 상상이고 추측입니다.  국제기구 기준을 베끼는 게 어떨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본거라도 베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가장 우선시되는 건, 현장 직원들의 말을 새겨듣자는 것입니다. 요즘은 모르겠지만, 8,9년 전 한국에서 만난 해외원조 전문가 들 중, 아프리카 험지에서 실제 일해본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좋은 말만 늘어놓는 학술회에 참여하고, 잠깐 며칠 현지에 답사하고. 이렇게 해서는 결코 현장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책에 쓰여있는 말을 찰떡 같이 믿고, 그를 기준으로 하는 게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저같이 눈치 없고 어리석은 사람은 아프리카 11개 나라와 일하면서 참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3년 정도 일을 해야 겨우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다시 일을 시작해 보니 조금 더 분명해집니다. 우리나라가 호구 취급받을 수 있다는 것을, 현장 직원들이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코이카나 국제기구에 현장일을 어느 정도 해본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같이 눈치 없이 어리석은 사람들도 알만한 세월과 경험이 쌓였습니다.  그러니 이들 말을 새겨 들었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는 분들은 특히, 그들의 기준에 정통해 있기에, 이 분들의 의견을 오픈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방법일 것도 같습니다. 


오늘은 코이카에서 잠시 활동하셨던 분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불현듯 예전 생각이 나서 두서없이 글을 써 보았습니다. 너무 극단적으로 글을 쓴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어떤 수혜국에는 극단적이 될 수 있고, 어떤 수혜국에는 현실을 그대로 투영한 글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적은 이면에는 우리나라가 호구 취급을 받지 않으려면 현장 직원을 좀 더 보살피고, 그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게 그나마 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코이카 또는 관련된 다른 기관에서 일하시는 직원 분들은 대한민국 시스템에서 배우고 자라나신 분들입니다. 당연히 수혜국 사람들 보다 더 신뢰도가 높고 믿음직스러운 인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믿고 맡기시고, 그리고 그분들의 요청에 귀를 더 많이 기울이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아는 모든 선진국은 해외원조를 하는 자국 국민 보호를 제1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물며 이웃나라 일본도 그리합니다.


추석을 즈음해서 머나먼 험지에서 일하시는 우리나라 분들의 파이팅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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