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원조일을 하면서 예전도, 지금도 반복적으로 계속 봐야 하는 영상과 사진이 있습니다. 올해도, 작년도, 5년 전도, 10년 전도.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은 달라짐이 없어 보입니다. 앙상한 팔에 겨우 눈을 뜰락 말락 한 어린이, 갓난아이를 부둥켜안고 있는 절박한 엄마. 지원해 준 양식을 들고 행복한 모습.
그런데, 왜? 아직도 저련 영상을 보면서 주머니를 열어야 되는 걸까요. 21세기에 들어서도 굶주리는 사람이 정말 이리도 많은 걸까요? 과거의 식량난은 인구가 늘어서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인구소멸의 길로 접어들었고요. 유럽 여러 나라, 중국, 일본도 인구가 점점 줄고 있는 상황을 보면 과거처럼 인구 증가가 원인인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기상 이변이 문제일까요? 그렇다면 정말 큰일이 아니겠습니까. 태풍, 가뭄 같은 재해가 전 지구를 덮어버리나 봅니다. 하지만, 문득 전에 들었던 말이 떠오릅니다. 6년 전쯤인가, 해외원조 일로 잔뼈가 굵으신 분이 ‘식량난의 주범은 사람에요. 사람. 천재지변 같은 자연의 재앙이 아니라고요.’ 하더군요
오늘 아침 2024 Global Report on Food Crisis라는 식량위기에 대한 보고서를 받았습니다. 이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지구촌의 기아인구는 108백만 명에서 282만 명으로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이쯤이면 사실 재앙적 증가입니다. 정말 기상이변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듭니다.
기아인구가 많은 10개국입니다. 내전과 분쟁, 정치적 불안, 치안문제가 상존해 있는 나라들입니다. 그리고 모두 인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얼추 상황이 그려집니다. 식량은 없는데, 아이들은 계속 태어나고, 그 나라 정부는 능력이 안되기에 이 아이들을 먹어 살리고 치료 해주기 위해 국제사회에 손을 벌립니다. 이 와중에 아이들의 사진과 영상, 엄마의 사진과 영상은 계속 전 세계로 퍼져나가겠지요. 하지만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실업률도 높아지는 나라입니다. 일자리가 없으니 더 불안해지고, 아이들은 계속 태어나고. 해외원조에 더 매달리고. 여기에 기상이변까지 한 손을 더하겠지요.
한창 아프리카에서 일했던 6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입니다. 그때의 질문을 떠올려 봅니다. ‘산아제한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가뜩이나 먹을 것도 일자리도 없는 나라에서 인구가 불어나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한 답은 명료했습니다. ‘몰라서 못하나요? 해도 안되니 못하지요!’
이들 10대 기아국 중, 바로 얼마 전 우리나라 에게 도움을 요청하려한 나라가 있었습니다. 긴급 구호가 필요한 모양입니다. 당장 먹을 게 없어 사람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이니, 도와줘야겠지요. 그런데 5년 후, 10년 후. 이들 나라는 좀 더 살기 좋게 변하고, 굶주리는 사람도 줄어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