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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카 Aug 28. 2024

해외원조를 하는 그럴듯한 이유 하나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잘 사는 30개국이 가입한 DAC(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입니다. DAC이 뭔고하면, 먹고살만한 나라가 가난한 나라에 원조를 해주고자 설치한 기구입니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은 잘 사니까, 못 사는 나라 좀 도와주지?  하는 의미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DAC 회원국이니까.  해외원조를 해주는 게 당연한 거냐?라고 질문한다면, 퇴직하고 자연인이 되면 답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지금은 노코멘트입니다.


이런 이유는 3년 간 아프리카 나라들을 도와준다고 설레발을 치는 와중에. 해외원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빼꼭하게 쌓여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해외원조를 해야 하는 그럴듯한 이유 하나를 납득하게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얼마 전입니다.  로마 중심가에서 꽤나 떨어진 동네 공원에서 배외하는 난민출신을 목격했습니다. 이런 주거지도 난민이 있네? 도대체 이 나라는 뭐가 문제지? 그러면서 제가 설풋 납득했던 부분이 뚜렷해졌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탈리아를 언급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아마도 프랑스나 독일도 큰 차이는 없어 보이지만, 지금 제가 기거하는 국가가 이탈리아인 관계로 그렇습니다.  여하튼, 이탈리아의 중앙역인 떼르미니역에 가면 난민출신인 듯 한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로마로 여행 가셨던 분들이라면 제 말의 증인이 되실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사실 로마 중심지는 난민 출신이 어디든지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로컬들이 거주한다는 외각지역에서도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로마시내는 온통 지린내가 진동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누구는 개 오줌 냄새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로마 출신 동료에게 들은 실상은 이렇습니다.  공공화장실을 이용하려면 돈을 내야 하므로, 난민출신 가난한 입국자들은 노상방뇨를 할 수밖에 없답니다. 이탈리아는 난민을 잘 받아들이는 나라입니다. 인류애가 충만하고 나눔에 인색하지 않은 나라라서 그렇 것 같습니다. 그 결과는 이렇습니다. 


질문을 던져 봅니다. 우리는?  망망대해에서 보트 하나에 의지해 살려달라 애원하는 사람들을 밀쳐내기가 쉽겠습니까. 비행기를 타고 밀입국해서 버티는 사람들을 전쟁통인 그들의 고향으로 되돌려 보내려면 어떤 심정이어야 할까요. 아마도 심장에 철판을 덧대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난민을 줄이는 길이 최선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도 마땅치 않아 보입니다. 사람의 욕망과 탐욕은 멈출 수 없다는 건 역사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종교와 민족적 감정까지 유입되면 전쟁은 시간문제입니다. 기상이변에 의한 감당할 수 없는 재해도 빈번해집니다. 난민이 양산될 여지는 언제나 차고 넘칩니다.


그렇다면, 전쟁이 난 나라도, 기상재해로 쑥대밭이 된 나라도 그곳에서 살던 사람이 나라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면 난민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참 이기적이고 이상적인 생각이긴 하나, 이 역시 말만 가지고,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될 일은 아닙니다.

 

이와 관련해 관심을 끌만한 WFP 영상이 있습니다. 분쟁이나 기상이변 등으로 먹을 게 없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려면 1인당 100달러가 든답니다. 그런데 이들이 배를 타고 DAC 회원국인 우리나라와 같데 건너오면 1인당 4,800달러가 든답니다.  그러니까, 난민을 받아들이는 돈보다 발생시키기 않도록 하는 돈이 훨씬 적게 먹힌다는 이야기입니다.


https://youtu.be/HeVhr9V28jA?si=eXh_zz4tAscMVSnf


사실 이 영상은 5개월 전에 보았습니다. 그때는 기금 모으려고 별별 영상을 만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당장 눈에 보이는 난민도 없는데 어쩌라고.' 하지만, 로마로 건너와 떼르미니 역에서 배외하는 난민출신들을 보니, 생각이 달라집니다. 외곽지역인 동네 공원에서 난민출신을 만나니, 긴장됩니다. 그 와중에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맛을 봐야 구별하는 저의 인지능력을 새삼스레 깨달습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미래 어느 날 서울역에 아프리카, 중동, 인도양 주변국 사람들이 득실 되는 상황이 벌어질까? 홍대 입구 클럽 앞에서 서성이는 이들, 강남대로 식당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사람들. 우리나라엔 없겠지?


5년 전 아프리카 프로젝트를 정리할 무렵 아프리카 동료가 묻더군요. 한국에 가면 일자리가 있냐고요.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경쟁이 치열하기에 한국인도 일자리를 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 했습니다. 그때는 아프리카에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대한민국이 대변되던 시기였습니다.


요즘은 Netflex에서 나오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KPOP이 한국을 대변해 줍니다. 이 여파가 얼마나 대단하냐면 로마에서 한국말로 나쁜 말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알아듣는 로마사람들이 적지 않다나요. 잘못 말했다간 성미 급한 이탈리아 사람에게 욕 한 바가지를 뒤집어쓸 수도 있습니다. 한국말을 알아듣는 마피아를 만나면 더 큰일이겠죠. 2024년 대한민국은 누가 봐도 잘 사는 나라고, 누가 봐도 굶어 죽을 일이 없는 나라입니다.


먹을 게 없어 자식이 굶어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 부모는 무슨 짓이라도 하려 할 것입니다. 우선 가까운 곳으로 달려가겠지요. 하지만 그곳도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먹을 게 없긴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그들은 나라를 등지고 아이들을 살릴 수 있는 나라로 떠나갈 것입니다. 대한민국 같은 굶어 죽지 않을 나라로요.


하고 있는 일에 의미를 더 할 수 있게 해줄, 이유 하나를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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