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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 연필 Dec 14. 2024

굳은살

- 공허함에서 벗어나기

일을 하는데

오른쪽 새끼손가락에 자리잡은,

처음보는 굳은살이 눈에 들어왔다.


만져보니 딱딱함과 물렁함

그 사이 애매한 젤리같은 느낌?

생긴지 오래되진 않은 듯 했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는 위치.

여기에 굳은살이 생긴 이유가 뭘까

바이올린도 그만둔지 몇년째

왼손잡이라 손에 생기는 굳은살은 이쪽이 아닌데


요며칠간의 행동을 차근차근 곱씹어봤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가,

무거운걸 들었던가?

새로 생긴 습관이 있던가..

아, 습관..


이건가 싶은 생각에

핸드폰을 들고는

하도 매만져 발그레해진 손가락에

살포시 올려보았다


딱 들어맞네

이거였구나.


핸드폰으로 타자를 치거나 스크롤을 내릴 때

저마다의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오른손 새끼손가락으로 핸드폰을 받치고는

남은 세개의 손가락으로 핸드폰 뒷면을 지탱한다.

양손으로 타자를 치기에

가장 안정적인 자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의 습관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그말은 내가 이런 자세로 핸드폰을 사용한지는

벌써 10년이 넘었다는 뜻이고

그럼에도 여태껏 없던 굳은살이 생겼다는건

그 10년이 무색할만큼

요즘 내가

핸드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뜻이겠지.


도피라고 해야하나

휴식이라고 해도되려나


에스파와 스우파를 헷갈려하던 나에게

도대체 넌 뭐하면서 쉬길래

요즘 핫한 키워드를 아무것도 모르냐며

핸드폰은 장식이냐던 친구들의 걱정?이 무색하게

요즘 나는 유튜브, 인스타를 오가며

평생 안볼줄 알았던 쇼츠와 릴스를 섭렵하는 중이다.


수집하는 정보의 대부분의 출처가 SNS인

그런 날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나는 아니었으면하는

그런 사람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서

나는 요즘 좀 싫다. 이런 내가.


언젠가부터 편안해지기 위해선

어디들 들어가야했다.

이불 속이든

핸드폰 속이든


그 속에선

아무 생각없이

그저 빠르게 넘어가는 정보들을

흘려보내고

그러다 눈에 차는게 있으면

잠시 쥐었다가

다시 흘려보내고

그 쥐락펴락을 몇번하면 두시간이 금방간다.


핸드폰 액정을 끄고

불을 끄고

이불 속에서 누워 잠시 생각해보면

그 두시간이 나에게 남긴건 무엇일까..

낫-띵.


그 공허함이 싫다.

이미 공허한데 이렇게 또 굳이.


그래서 다시금 핸드폰을 들고싶을 때

또 무의미한 스크롤 속에

나를 잠시 놓아버리고 싶을 때

애매하게 굳은살이 베긴 손가락을 만지작거린다.

말랑해져라-


왜냐면,

난 행복하고싶으니까

곧 그렇게 될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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