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가족(최은영)
나와 남편은 아이들 교육관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에 두 아들 녀석을 키우면서 싸우지는 않았다. 그러나 딱 하나.. 나와 남편에게는 의견 차이가 있다. 바로 경제적인 부분. 나는 아이들에게 경제적인 부분도 오픈해야 한다는 생각이고, 남편은 가능하면 그건 비밀로, 아이들에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경제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건 가장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남편의 말을 따라주기는 하지만 때론 생각한다. 그 말이 맞는 걸까? 나는 가족이라는 테두리가 참 묘하다고 생각한다. 부부간의 비밀은 없어야 하지만, 하얀 거짓말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 그 하얀 거짓말을 아는 순간 가정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가족 간의 이해관계는 여전히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민후는 부모님으로부터 늘 정직하라는 말을 듣고 자란다. 그래서 민후는 부모님 말씀에 따라 정직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어느 날 집에 할머니가 오시면서 민후는 난처해진다. 바로 아빠가 회사를 그만두고 빵집에서 일하는 것과 엄마가 취직한 것을 할머니에게 비밀로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할머니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은 아빠와 엄마의 마음을 알기에 비밀을 지키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상황 파악 못하고 툭툭 튀어나오는 동생의 말로 인해 민후는 힘들어진다. 민후는 과연 비밀을 지킬 수 있을까?
세상은 참 어렵다. 특히나 자식을 키우다 보면 의도치 않게 하얀 거짓말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어떤 게 맞는 상황인지 고민스럽다. 나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있는 그대로의 교육을 해 왔다. 성교육도 그랬고, 집안 사정을 말할 때도 그랬고, 고부간의 갈등이 있는 건 아니지만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입장차를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다. 왜 서로가 조심해야 하고, 왜 더욱 예의를 지켜야 하는지, 그리고 가끔씩 튀어나오는 가시 박힌 말까지도. 아이가 묻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지만, 아이가 물을 때는 대부분 있는 그대로, 각자의 입장을 이야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가끔은 생각한다. 그게 정말 맞는 것인가? 있는 그대로의 입장이라고 말하지만 아무래도 내 견해가 더 많을 수도 있고, 내 입장을 더 대변할 수도 있으니 완전히 공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른들의 세계는 왜 아이들의 세계만큼 단순하지 않은지. 참 어렵다.
그러면서도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말한다. 정직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직하기 위해 아이들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 있었으니, 어른들은 그걸 아는 걸까? 하긴 어른들도 정직하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일들이 많기도 하지. 세상이 어른들을, 아이들을 정직하지 못하게 만드니까. 정직하게 말 잘 듣던 아이들을 죽음에 몰게 했던 세월호 사건도 있었으니. 어떤 게 정답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정직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직에도 나비효과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오늘 내가 아무렇지 않게 한 거짓말이 눈덩이가 되어 나에게 돌아올 수도 있으니까.
세상 제일 어렵고 힘든 것이 가족이다. 싫은 사람은 안 보면 그만이지만 가족은 그렇지 않다. 가족이기에 쉽게 대하고 쉽게 말한다. 하지만 이젠 알 것 같다. 가족이기에 더욱 조심해야 하고 지켜야 하고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정직하기를 강요하기 전에 부모인 내가 정직을 강요할 만한, 정직한 인생을 산 사람이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세상 제일 힘든 게 아이들 교육이다. 어른이 되어 가는, 스무 살이 넘은 아이들에게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나도 내 인생을 어떻게 못하는 데, 아이들에게 바르게 정직하게 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더 겸손하게 착하게 살려고 한다. 보고 배운다는 말. 그 말의 위력을 이제는 알 것 같으니까.
그럼에도 오늘 내가 나일 수 있고, 내가 힘을 낼 수 있는 건 가족이 있어서다. 그 가족에게 상처가 될 거짓말은 하지 말자. 눈덩이가 되어 상처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