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중, 소비(만) 하는 삶 어떤데?
돈 쓸 시간이 더 많아졌는데요. 돈 벌 시간을 만들어 볼까요.
일을 하던 사람이 휴직을 한다는 것. 어떠한 이유에서든 큰 결심과 변화일 수밖에 없다. 특히 나는 출퇴근 시간 포함하여 하루 24시간 중 14시간은 일을 위해 쓴 사람. 1주일로 치면 70시간. 그 70시간이 갑자기 생기 것이고, 다달이 받는 월급은 사라질 상황이다. 그간 모아둔 돈은 있지만 이내 곧 바닥을 드러낼 거다.
그럼에도 휴직을 결심한 것은 아이와의 시간을 보내고, 스스로의 삶에 집중하기 위한 것. 남편과 가정의 안위를 위해서다. 무엇보다도 '나'의 생활이 주체적이어야 했다. 회사를 다닐 때에는 나의 시간 지배력이 현저히 낮았다. 고작해야 자는 시간 일부만 떼어낼 뿐이었고, 온통 일과 업무로 곤두서있었으니 정신적인 지배력도 낮았다.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날아갈 것만 같은 그런 상태였기에 돈 보다 필요한 건, 주체적으로 쓸 수 있는 시간이라고 판단했다.
그런 시간이 내게 주어졌다. 5월도 어느덧 3주가 흘렀다. 첫 주는 베트남 다낭여행으로, 두 번째 주는 아이 생일 파티와 선물 챙기기로, 세 번째 주는 그제야 조금 더 도전할만한 것을 찾아본다. 시도한다. 처음 주어진 나의 시간을 아이에게, 가족에게 소비하는 삶으로 채웠다. 그리고 주어진 70시간을 보내기 위해, 돈을 주고 배움을 갖는다거나 어떤 공간을 이용한다거나, 책이나 어플 구독 등 시간을 보낼 것에 지불한다거나 금전적 소비 패턴도 함께 달라진다. 회사에서 돈을 생산하는 시간이 지금은 오롯이 돈을 쓰는 시간으로 치환된 것이다.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 그리고 생활을 즐기기 위한 것 하나하나가 새삼 느껴진다. 그렇다면 이제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할까? 내게 주어진 70시간 중 분명 생산적인 시간으로 바꿔주어야 할 시간이 있을 거다. 계속 소비하는 삶은 지속될 수 없음을 안다.
하지만 조급 하지 말자. 남편도 이 시간을 내게 선물해 준 것이고, 우리 가족의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하다.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은 넓고 포근하다. 그러니 눈에 보이는 시간과 돈 이면엔 더 큰 가치를 품고 있음을 이해하기로 하자.
J형인 나는 어떤 시간과 삶의 패턴을 파악하려 노력한다. 집에 있는 동안 내가 쓰는 돈과 소비생활, 어떻게 시간을 쓰려고 하는지 집중한다. 그리고 지난 4월 재택근무 시기동안 사용한 금액을 정리해 본다.
여행 비용은 빼고! 쇼핑과 외식 포함해 보니 이러하다.
남편은 용돈을 따로 쓰고 있으니 일단 일시금 30만 원으로 빼어두자. 집 대출금 등 고정비용은 남편 계좌에서 나가니 일단 넣어두자. 집에서 쓰는 생필품 구매는 내가 맡고 있고, 기름값도 나의 카드로 나가니 소모성 지출은 그래도 파악이 될 것이다.
기름값: 48,207원
식비(마트, 배달 포함) 504,000원
아들(옷, 선물, 교구 등) 320,000원
*여름옷 준비와 아이 생일파티 준비로 높아졌다.
나(옷, 화장품) 220,000원
*오랜만에 아이크림을 구매했다.
병원, 약국 214,750원
*아이 병원 검사, 수액처방비로 높아졌다.
선물, 경조사 140,000원
우선, 놀라운 변화는! 교통비! 내가 직장 다니던 시기에는 아이 등/하원을 자차로 하며 남편이 회사에 차를 끌고 다녔다. 한 달 기름값이 약 20만 원 정도였다. 본인도 출퇴근용 대중교통만 한 달에 13만 원 정도 나오고, 간간히 타는 택시까지 하면 20만 원이 넘었던 적이 있었기에 40만 원 이상을 교통비에 사용했던 거다. 지금은 남편이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고, 차를 거의 끌지 않으니 10만 원 남짓이지 않을까 싶고! 본인 회사 다닐 때 매일 점심밥 사 먹은 거 생각하면 한 달 용돈에서 20만 원 식비는 디폴트였는데, 그 또한 세이브되었다. 집에서 함께 먹을 수 있는 것으로 구입하거나 소소하게 사 먹는 정도가 되었다!
나의 70시간(1주)의 가치에서 더하기, 빼기를 반복하니 진짜 알맹이만 남는 느낌이랄까. 이번 5월도 지나가며 한 번 더 잘~ 살펴보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