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딱 오늘은 회사 프로젝트팀 회식한다고 약속했던 날이라 서울에 나가야 한다. 사실 저녁 약속은 쉽지 않다. 남편 퇴근을 기다려 바통 터치를 할 수없기 때문! 그래서 저녁 약속이 있는 날엔 미리 동생에게 아이 하원을 부탁하곤 한다. 동생은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 직장이 있고, 5시에 퇴근하기에 시간 맞추어 하원을 맡아줄 수 있다. 저녁은 해결이 된 것 같았는데, 또 오늘은 오전 수영 강습도 있는 목요일이어서, 아침에 아이를 어떻게 할까 하다가, 긴급보육은 가능하다기에 잠시 오전엔 유치원에 아이를 맡겨야지 싶었다.그리고 낮에는 아이와 시간을 보내야지 :)
8시에 일어난 아이랑 신나게 자동차 놀이를 하고, 9시 20분쯤 아이와 차로 등원을 한다. 긴급보육날은 유치원 등원 차량도 다니지 않는다. 도착하니 꽤 많은 아이들이 돌봄 교실에 있었다. 아무래도 임시휴일은 맞벌이 부모들이 휴가를 쓰기 어려울 수 있으니 아이들이 많은 것 같았다. 사실 돌봄 교실은 담임 선생님도 없고 당직 교사들로 이루어지고, 보통 프로그램도 없기에 사실 오랜 시간 보내지 말아야지 싶었다. 어린이집부터 느꼈던 부분인데... 나도 일을 했다면, 어쩔 수 없이 보냈겠지 생각을 해본다. 그래도 오전 평영 수영 강습은 들어야 하니 아이를 2시간만 보낸다. 바로 데리러 올 거라 다짐하면서 보냈다. 잠시 있다 오는 거라면 아이도 친구들 만나고 즐거울 테니!
오전 수영을 마치고 바로 데리러 갔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유치원에 있어서 선생님도 밥 안 먹고 가냐고 물어볼 정도였는데, 점심 먹기 전 바로 아이를 픽업했다. 동시에 돌봄 교실에 있는 친구들의 부러운 눈빛을 보았다. 보통은 우리 아이가 그 모습이었을 텐데 싶어서 마음이 좋진 않았다. 친구들의 모습과 대비되게 아이는 엄마가 왔다고 꽤 신난 모습이었다. 폴짝폴짝 뛰며 엄마를 맞이했다. 기분이 좋은 듯 유치원의 다양한 외부 시설을 엄마한테 소개해주기 바쁘다. 엄마가 육아휴직 전, 아빠랑 하원할 때 했던 놀이들이다. 날씨 좋은 날, 낮시간에 오롯이 엄마랑 둘이 놀이할 수 있으니 아이는 꽤 신이 난 모양이었다. 배가 고픈 엄마가 얼른 가자고 말하기 전까지는 갈 생각이 없었다. (ㅎ) 아이랑 브런치 카페에 가려고 마음먹었는데, 아이는 그저 유치원 놀이시설을 엄마에게 소개해 주고 싶었던 것이고, 같은 시간 다른 마음이었다. 동상이몽이었다. 그저..(ㅎ)
신나게 브런치를 먹고 집에 가서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함께 놀았다. 아이는 요즘 애교도 많아지고 함께 놀 때마다 정말 즐거운 표정을 지어준다. 안아주고 뽀뽀해 주고 온갖 애정표현을 잘하는 아이가 되었다. 시간이 되어 태권도 학원에 보내주고 엄마인 나는 서둘러 서울로 나간다. 보통 유치원에 있으면 태권도 학원차가 인계해 주기에, 여유 있게 준비했을 텐데 아이와 함께하니 부산하긴 하다. 그래도 아이는 기분 좋게 신나게 태권도 학원에 등원했고, 밝은 모습으로 인사해 주었다. '이따 수업 끝나면 이모가 데리러 올 거야'라고 이야기해 주고선 지하철역으로 한걸음에 뛰어갔다.
4시 40분에 가까스로 지하철을 타고, 6시 15분쯤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9시까지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 사이 아이는 이모랑 놀기를 거부하고 "엄마 보고 싶어"를 연발했다고 한다. 아빠가 퇴근해 왔는데도 엄마가 보고 싶다는 아이. 그 와중에 밥은 다 먹었다니 다행이기도 했지만... 엄마를 많이 찾는 5살, 어리광이 더 많아진 아이가 귀엽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하다. 그동안 너무 많이 못 봐주었는데 요즘 엄마가 있으니 좋긴 한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