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엄마, 하루 5시간 근무 가능한가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도들
2024년 8월, 복직하면서 팀장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하루 5시간 근무가 지켜질 수 있는 업무와 강도를 세팅하는 것이 필요했다. 팀장님은 나의 주 업무는 프로젝트 매니저이고, 그 일을 나눌 수 있는 경력 있는 제작매니저와 한 팀으로 해보자고 제안했다. 나도 좋다고 했다.
사실 작은 조직에서 역할이 명확하게 나눠지긴 어렵다. 프로젝트 매니저라고 했을 때, A부터 Z까지 다 확인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간혹 A', B' 각 업무를 직접 맡는 것까지 포함하기에 프로젝트별로 그 성격이 다르다. 일이 분리되면 A부터 H 정도로 끊고 갈 수도 있다.
특히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더욱 그렇다. 8월에 받은 업무는 웹 기반의 참여형 콘텐츠 프로젝트매니저(PM) 업무였고, 9월에는 PM 역할과 공간디자인을 병행하며 또 다른 프로젝트의 교육콘텐츠 기획을 맡았다. 10월에는 초등학생 대상 교육 20시간 강의를 했어야 했고, 같은 타임라인에 움직이는 공간디자인 전시구조물이 잘 구현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지금 11월엔 다시 웹 기반의 참여형 교육 콘텐츠 PM, AI로 제너레이팅 한 콘텐츠의 미디어 전시파트의 PM이 되었다. 그리고 팀장님이 제안했던 제작 매니저는...? 있는 프로젝트도 있고 없는 프로젝트도 있었다. 그리고 한 팀으로 가기엔 프로젝트별로 모든 인원이 다 바뀌기에 사실상 나와 함께 한 배를 탄 사람은 있다가도 없었다.
이것만 보아도 나의 일정은 프로젝트매니저라는 명칭 아래 행정, 기획, 디자인, 발주관리, 운영 등 다양한 업무가 혼재되어 있었다. 눈 깜짝할 새 3개월이 지난 거다. 되돌아보자. 회사에서 체크하는 업무 분담표를 보니 나는 5시간 근무자가 아니라 8시간 근무자 그 이상의 업무를 받았다.
그렇다면 왜 거절하지 못했을까? 첫 번째는,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었다. 모두가 지친 3-4분기, 그래도 나는 휴직하고 왔으니 에너지가 남아있었다. 쏟아지는 프로젝트 사이에서 허덕이고 있는 매니저 동료들을 보니 나도 손, 발 걷고 동참하려 했다.
두 번째는, 육아를 하며 커리어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내겐 큰 의미가 있었다. 누군가는 스페셜리티를 갖고 명확한 업무에 매진하지만 나는 그 사이사이 빈틈을 채워주는 역할도 괜찮았다. 내가 주로 맡았던 프로젝트의 타입이 아닌 것도 있었고, 누가 맡아야 하나 애매한 프로젝트도 있었다. 근속연수 N년차라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매니저라는 역할 아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이런 마음가짐과 태도가 괜찮았을까? 반은 괜찮고 반은 괜찮지 않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더 나은 결정을 위해 다시 맞춰야 한다. 8월과 9월은 비교적 빠른 퇴근에 선방했는데 10월은 출퇴근길에도 업무 대응, 집에 돌아와서도 업무 대응, 휴일에도 대응해야 했던 점, 일에 메여있는 덕에 아들 하원도 놓쳐서 동동거렸던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아이의 이모, 삼촌들이 퇴근 후 달려와 주기도 하고 학원 선생님에게 양해를 구하며, 아이는 언제 올지 모르는 엄마, 아빠를 기다리는 시간도 있었다. 그리고 업무적으로도 월화수목금 계속 다른 일을 챙기니 그 전환비용이 높아지는 것 같았다. 어느 하나의 일에 몰입하기란 어려웠다. 우여곡절을 거치고 하나씩 마무리하긴 했지만 이렇게 완수하는 게 좋은 시그널은 아닌 것 같다.
예전보다는 의연한 마음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조금 더 현실적인 개선이 필요함을 느낀다. 앞으로 나아가는 결정과 시도를 하자. 또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