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피크 에버랜드 캠프필드
전에 스노우피크 에버랜드 캠프필드에 있는 카페에 와본 적이 있다. 카페 앞뜰엔 타프들이 피칭되어 있고 아웃도어 의자와 테이블들이 설치되어 있어 주문한 음료를 들고 야외에 자리 잡아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매력적인 곳이라고 생각했다. 최근 이곳에서 피크닉 존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접해 예약했다.
스노우피크 캠프필드에서 시간을 보냈던 5월 중순은 그날따라 유난히 더웠다. 최고기온 25도, 체감온도는 30도 정도로 기억한다. 다행히 습도는 높지 않아 그늘 밑에선 쾌적했다. 우리 가족은 펙 없이 자립할 수 있는 쉘터를 챙겨 캠프필드를 찾았고, 큰 나무 밑에 자리 잡았다. 캠프필드는 무척 넓고 잘 관리된 데다 붐비지 않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지난 캠핑 사이트에서 딸이 만든 나무 장난감들이 귀여워 파일드라이버에 걸어두었었고, 이번에도 챙겨 왔다. 넓은 잔디밭에서 딸과 나는 쉬지 않고 놀았고, 우리 둘은 이번주말 한층 더 까매졌다. 딸과 함께하는 시간은 늘 행복하고 감사한데 한편으론 벌써 훌쩍 큰 딸 모습에 아쉽기도 하다. 앞으로 더 빨리 갈 시간이 벌써 걱정되기도 하는데, 걱정보단 지금 시간에 좀 더 집중해 행복한 기억을 많이 만들고 지금 우리 가족의 모습을 더 선명하게 기억하기로 한다.
캠프필드에서 몇 가지 액티비티 용품들을 대여해 줬다. 먼저 우리는 배드민턴을 쳤는데 바람이 살짝 있어 셔틀콕이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진 않았다. 혜원이와 배드민턴에 집중하던 사이 그늘밑에서 쉬던 딸이 우리 사진을 찍는 모습을 발견했다. 딸은 요즘 자주 사진을 찍어준다며 카메라를 찾는다. 또래 아이들이 갖는 전자기기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으로 보이지만, 이 호기심이 사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딸이 큰 뒤, 서로 카메라 하나씩 가지고 오래된 골목을 다니며 담고 싶은 장면들을 찍고, 차분한 펍이나 바에 앉아 그날 담은 장면들에 대해 서로 보여주며 이야기를 나누는 생각을 해본다. 딸과 같은 관심사 또는 취미를 공유하며 의견을 나누는 삶은 얼마나 행복할지. 사진이 아니더라도, 딸이 크면서 갖게 되는 호기심들을 잘 관찰해야겠다.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지 보고 취미로 만들어 서로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다면 좋겠다.
대여할 수 있었던 액티비티 용품에 캐치볼 세트도 있었다. 호기심을 보였던 딸과 함께 공을 던지며 놀았다. 아직 움직이는 공을 끝까지 관찰하고, 공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손을 뻗어 잡을 순 없지만, 놀이의 규칙을 설명하고 공을 던지는 행위만으로도 우리 가족은 즐거웠다. 딸이 조금 더 크면 우리 가족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테니스를 생각했는데 모두 함께 레슨 받고 연습하는 상상도 잠시 해보고, 이국적인 리조트에 놀러 갈 때 코트를 예약해 함께 테니스를 치는 상상도 해봤다.
잔잔하고 즐거운 오후를 보낸 우리 가족은 짐을 챙겼다. 매거진 B 스노우피크 편에서 본사에서 운영하는 캠프필드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난다. 글을 읽으며 기회가 되면 가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한국에도 자연과 유져를 깊게 생각하는 브랜드가 운영하는 캠프사이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곧 스노우피크에서 캠프사이트를 구축할 것 같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