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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Sep 19. 2024

못 자고 돌아온 9월 중순 캠핑

송도 국제 캠핑장

 여름 내내 설레는 마음으로 9월 캠핑을 기다렸다. 하지만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 덕분에, 더위는 끝나고 시원해질 무렵이었어야 했던 9월 13일은 선선하지 않았다. 여름의 끝자락의 느낌도 아닌, 한여름 기온이었다. 내내 비 예보까지 있었다. 예보가 틀리길 바랐지만 빗방울은 굵어졌고, 체크인 시간쯤에 나는 캠핑을 포기했다. 머릿속에 이런 날씨에 밖에서 시간을 보내다 겪게 될 고생들이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나보다 혜원이가 더 아쉬워했고, 잠시 뒤 타프만 치고 빗속에서 저녁 식사만 하고 돌아오자는 제안을 했다. 우리 가족은 그렇게 송도 국제 캠핑장으로 출발했다. 15분 정도 거리라 금방 도착하는데, 그사이 날씨가 변했다. 비가 그쳤다. 여러 가지 희망적인 생각을 하며 타프, 테이블, 의자들을 설치했다. 그리고 식사를 하려는데 비가 다시 오기시작했다. 자리를 정리할 때쯤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잠시나마 자고 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사라졌다. 이렇게 우리 가족이 여름동안 기대했던 캠핑은 무박으로 끝났다.




 

 다음날 아침 혜원이가 나를 깨우며 해가 떴으니 캠프사이트에 가 커피를 마시고 오자는 이야기를 했다. 전날 피곤해 모든 짐을 내려놓지 않길 잘했다. 아침 일찍 캠프사이트에 돌아가 테이블과 의자를 펴고 커피를 내렸다. 밖에서 시간을 보낼 때 가장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가 아침에 커피를 내리는 시간이다. 전날 저녁만 먹고 돌아오는 길이 아쉬웠는데, 아침에 돌아와 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다행이었고 즐거웠다.


 혜원이는 전날의 좋지 않은 날씨에도 나가자고 먼저 이야기해 주었고, 다음날 아침에도 돌아가 커피를 마시자고 해 주었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행복한 기억이 하나 더 생겼다. 내가 내리는 즉흥적인 결정들은 보통 하지 말았어야 했던 선택으로 결론지어질 때가 많다. 반대로 혜원이의 충동적인 결정들은 이번 캠핑처럼 우리 가족에게 좋은 영향을 줄 때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혜원이가 하자면 길게 생각하지 않고 따르는 편이다.   





 아침에 해가 난 덕분에 딸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놀이터에서 놀고, 혜원이에게 소식을 듣고 찾아온 친구 가족도 만나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전엔 이런 시간들이 단순히 우리 가족에게 즐거움만 되어준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그보다 좀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즐겁고 행복한 기억이 되어 회복력과 탄력성을 만들어 줄 것이고, 함께 그리워할 수 있는 추억이 되어 언제고 돌아보고 싶은 순간이 되어줄 것이다. 오랫동안 기억될 이 장면들은 모두 혜원이 덕분에 만들어졌다. 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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