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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명철 Apr 01. 2024

주체적 자아의 형성을 그린 영화 <가여운 것들>

영화 '가여운 것들(2024)'을 보고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신작 '가여운 것들'(2024)이 올해 화제의 작품 중 하나로 떠올랐다. 파격적인 설정과 동화같은 연출, 그리고 엠마스톤의 전라노출까지 영화의 내/외적인 부분들이 이슈가 되었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아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천재성을 가지고 있지만 특이한 과학자인 '갓윈 백스터(윌렘 대포)'에 의해 만들어진 '벨라 백스터(엠마스톤)', 성인의 몸이지만 유아의 지능을 가진 그녀의 성장과정, 그리고 성장과정에 등장하는 가여운 남자들, 그리고 스토리에 더해진 감각적인 색채 등이 어우러져 제법 신선한 충격과 함께 이 영화를 보았다.



벨라의 주체적 자아를 형성해나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릴때부터 부모님, 학교로부터 교육을 받아 1차 자아가 형성된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어떤 것을 하면 좋은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하는지 자신의 경험과 사유를 통해서 터득하는 것이 아닌 교육을 통해서 내면화된다. 이렇게 형성된 자아는 성인이 되어서도 큰 사건과 충격, 혹은 노력을 하지 않으면 많이 바뀌기 쉽지않다. 오랜시간동안 내면화가 끝나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벨라의 자아형성 과정은 이와 다르다. 부모/학교의 교육을 통해 1차적인 자아형성이 안되어 있고 바로 세상에 나가서 모든걸 경험하면서 자아를 형성해나간다. 처음에는 원초적인 욕구를 따라 남자와 무분별한 섹스를 한다. 이후 배에서 스위니와 핸리를 만나 책을 접하게 되며 철학과 인간의 진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노예들을 만나 인간에 대한 연민과 동정의 감정을 느낀다. 이후 돈이 다 떨어졌을때는 본인의 몸이 생산수단이 된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며 매춘을 하며 돈을 번다. 동성과의 섹스도 경험한다. 하지만 무분별한 성행위에 대한 공허를 느끼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본인이 원한 남자와 결혼을 하고 마무리가 된다.


벨라의 자아형성 과정은 위험하고 고생스럽다. 모든걸 스스로 경험하고 생각하여 자아를 형성해나간다. 현실에서 이 방법은 많은 두려움과 불안이 뒤따르며, 큰 용기가 필요하다. 반면 가정/사회로부터 받아들인 관습은 편하다. 정해준 길을 따라가면 되고, 혼자서 이런 저런 경험과 시행착오를 겪을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렇게 내면화된 자아를 통해 하고 있는 일, 취향, 다양한 삶의 방식이 정말 내가 원하는 방식일까? 우리는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그리고 명확히는 모르겠지만 무엇인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현재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경험들을 계속 해나가야한다. 한 걸음에 내 삶을 바꿀 순 없다. 하지만 다시금 시작한 다양한 경험들 속에서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며 한 발자국을 걸어 나가야한다. 우리의 삶은 온전히 나의 것이고, 단 한번만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갓윈, 덩컨, 블레싱턴 공작, 해리를 통해 그릇된 욕망, 소유욕, 허무주의를 가진 사람들을 가여운 것들로 표현한다. 그들 모두는 교육을 많이 받고 엘리트이지만 결여되어 있고 오히려 지능이 낮은 가진 벨라를 사랑하고 소유하려고 한다. 반면 벨라는 지능과 신체능력 모두 낮지만 그들에 비해 자유로우며 주체적으로 살아간다. 감독은 가여운 것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이렇게 묻는 것이 아닐까싶다.


당신들은 어떤 주체적 자아로 성장했나요? 세상을 정말 당신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나요? 정말로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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