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함과 새콤함의 묘미
“엄마, 우리 복숭아 사자!”
마트에 가서 과일을 골라보라 했더니 둘이서 신이 나서 과일 코너로 달려갔다. 수박도 두드려보고 방울토마토도 집어 올려 보고, 자두도 킁킁 냄새 맡더니 복숭아로 의견을 모았다. 여섯 개 들이 한팩을 엊저녁에 둘이서 뚝딱 해치웠기에, 이번에는 한 박스를 계산해 차에 실었다.
끙끙대며 도시락 김 한 봉지에 계란 한 판에 복숭아 한 박스에, 부피가 커서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차에 싣느라 정신없다.
큰 아이는 엄마가 정신없을 때면 막내의 손을 꼭 잡고 짐짓 보호자 노릇을 한다.
“히야~~”
“이리 와. 히야 손 꼭 잡고 가야지”
막내는 말을 배울 때부터 꼭 제 형한테만 “히야~”하고 부른다. 처음에는 ‘형아’라는 발음이 어려워서 그랬겠거니 했다. 문장으로 유려한 말솜씨를 뽐내게 된 네 살이 되어서도 아직 제 형에게만 항상 “히야”를 연발하는 걸 보니, 아마도 내 형이라는 인식마크인가 보다.
복숭아를 깎아놓고 식탁에 둘러앉았다.
포크를 쥔 손에 줄줄 흐르는 복숭아 단물을 닦아주는데 막내가 감탄사를 연발한다.
“으음~~ 달콤해!”
맛있는 걸 먹을 때면 감격하는 막내다.
먹을 거에 큰 감흥 없는 큰 아이는 그런 막내가 항상 신기한지 싱긋이 웃는다.
“엑, 이건 새콤해.”
“원래 달콤한 것도 있고 새콤한 것도 있는 거야”
“그럼 이거는 달콤해?
“음.. 이게 좀 맛있어 보이긴 하지만... 히야도 확실히 알 수 없어.”
막내의 달콤한 복숭아 찾기에 대한 궁금증은 계속되었다.
“히야, 달콤한 복숭아인지 어떻게 알아?”
“달콤한지 새콤한지는 먹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는 거야.
그래도 먹다 보면 또 달콤한 게 나와.”
큰 아이는 그래서 새콤한 복숭아일지라도 계속 먹으면서 기다려보라고 했다. 큰 아이의 말을 들으며 계속 먹은 막내는 몇 번만에 정말 달콤한 맛을 누리며 오늘의 복숭아 먹기를 마무리했다.
먹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인생의 복숭아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비슷비슷하게 깎아놓은 복숭아 조각들 속에서 달콤한 복숭아를 찾는 비법은 얻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다만 새콤한 복숭아와 달콤한 복숭아를 함께 먹어가면서 달콤한 복숭아가 나오는 순간의 희열을 즐기면 된다.
지금, 먹는 인생의 복숭아가 새콤해도 실망하지 말 것.
곧 혀에 찌르르 박힌 새콤한 맛을 날려버릴,
달콤한 복숭아 맛이 전신을 짜릿하게 휘감는 순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