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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이제 엄마 Oct 15. 2020

7. 다시 임신, '두번째 임신'을 하다


 여러 고민 끝에 나는, 한 번의 생리 후, 임신을 다시 시도해 보기로 결정했다. 왜냐면, 내게 임신은, ‘급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6개월의 계획 기간을 세웠었는데, 임신을 하고 유산을 하는 바람에 네 달이 훌쩍 흘러가 버렸다. 내 나이, 신랑 나이가 결코 적지 않다고 생각됐다.


 물론, 남들이 보기에는 그런 기준 또한 지극히 개인적인 거였겠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의 생각이 중요했다. 그리고 내게는 나를 지극히 안심 시켜주시는 의사 선생님이 계셨다.


 유산 후 소파수술을 했고, 정확히 소파수술을 한 지 한 달 후에 생리를 시작했다. 생리의 양은 꽤 많았다. 검은 피가 왈칵왈칵 흘러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꽤 오래했다. 적은 양까지 해서 한 열흘 가까이 ….


 그리고 생리가 끝난 후 며칠을 아무 생각 없이 보냈다. 그리고 열흘이 지나면서 다시 시작된 두근거리는 카운트다운. 예상되는 다음 생리 시작 보름 전후로 찾아오는 배란일. 그 배란일을 다시 애타게,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걱정이 많은 나. '정말 바로 다시 임신을 해도 괜찮은 걸까?'에 대한 걱정은 남아있었다. 그래서 오전, 일을 하러 가기 전에 일터에서 가까운 산부인과에 들렀다. 지금쯤이었다. 내 배란일 3-4일전쯤이. 배란일 3-4일 전쯤에는 초음파로 배란이 되는 상태를 확인할 수가 있었다. 더불어 정말 임신시도를 해도 될지, 내 자궁의 건강 상태부터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


“배란이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요.”


 무슨 소리인지? 성인 이후로 나는 꾸준히 내 생리일을 기록했고, 언제나 규칙적이었다. 분명히 지금쯤이 배란일 3-4일전이 맞는데. 그리고 한참이나 멀었다니 …. 나는 또다시 불안해졌다. ‘뭔가 내 몸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해.’


 나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아무리 애써 괜찮다고 생각하려고 해도 뭔가 내 몸에 문제가 있다는, 석연치 않은 불안감이 사라지질 않았다. 그래서 퇴근 후 늦은 오후, 원래 내가 다니던 병원을 다시 찾았다. 주치의는 휴진이어서, 나는 다른 의사에게 초음파를 보았다.


 “배란이 이미 끝났어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 불과 몇 시간 전에 한 의사는 배란이 되려면 아직 한참이나 멀었다고 하였는데, 불과 몇 시간 후에 다른 의사는 배란이 이미 끝났다고 하였다.


 나는 병원을 나오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아무래도 내 몸이 이상해. 정말, 뭔가 확실히 잘못되고  있는 것만 같아. 나 어떡해. 너무 혼란스러워 …….”


 바로 신랑한테 전화한 나는 울부짖었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울었다. 정말, 내 몸이 이상해져버린 채로, 다신, 임신을 못할 것만 같았다.


 집에 도착하니, 신랑은 웃으며 반겼다. 나는 심각한데, 웃고 있다니 ….


 “의사가 배란이 끝났대?”


 “아니, 그니까 …, 오늘 어떤 의사는 배란이 한참이나 멀었대고, 오늘 어떤 의사는 배란이 이미 끝났다잖아. 의사가 돌팔이일리도 없고. 기계가 고장 난 것도 아닐테고. 결국, 이상한 건, 나 아니야? 내가 이상하다고.”


 “그럼 …, 오빠 말을 잘 들어야해. 배란이 끝났다는 건, 어쨌든, 배란이 됐다는 거잖아? 그럼 이제 우리가 열심히 하면 되는 거야.”


 능청스럽게 나를 침대로 끌고가는 신랑. 심란한데, 신랑은 장난스럽게 굴었다. 그래도, 덕분에 안심은 되었지만, 다시 임신을 쉽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은, 점점... 없어져가고 있었다.


 그 후로 며칠 동안, 나는 한참 미로 속을 헤매고 있었다. 하루 사이에 ‘배란이 한참 멀었다', '배란이 이미 끝났다.’는 이 모순된 말은 도대체 뭘까 …. 정말 알 수가 없었다 ….


그러나 …,



‘너, 언제 찾아온 거니?’



 신랑이 능청을 부리며 나를 침대 위로 데려간 날 이후로 십삼일이 지나고, 언제 숨어들었는지 내 뱃속으로 천사가 찾아들어와 두 줄을 내게 다시 보여주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임신이었다. 두 줄을 다시 본다면, 기쁨보다도 겁부터 날 것만 같았는데 … 그런데 …,


 너무 웃겼다.



 ‘너 대체 언제 온 거니? 그날 그 침대에서?’



 소파수술을 하고 첫 생리 후, 세균성 질염이 발견돼서 부부관계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초음파를 하루 두 번 보고 온 날, 이제부터 열심히 하자,는 것이 바로 신랑의 다짐이었는데 …,



 “뭐야, 대체 우리가 뭘 얼마나 했다고?”



 신랑은, 내가 다시 보여준 임신테스트기의 두 줄을 보고도, 아기집을 두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뭔가 이상하다며, 임신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


 “여기 아기집이에요. 임신 5주차입니다. 축하드려요.”


 그렇게 우리에겐 다시, 예쁜 천사가 찾아와주었고, 내 담당의는 누구보다도 기뻐하며, 손수 아기수첩을 서랍에서 꺼내 초음파 사진과 함께 전달해주었다.


 다시 손에 쥐어보게 된 아기수첩. 얼마나 손에 다시 쥐고 싶어 했던 아기수첩인지 ….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글쎄, 신랑이 …,



 “하 …. 임신했다고 못해, 유산했다고 못해, 수술했다고 못해, 뭐 질염 있다고 못해, 그리고 이제 다시 좀 해볼까 했더니, 그새 또 금욕이 시작 되었네? 요놈 자식, 아빠, 힘들다?? 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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