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일기
"안녕? 울 아가?
만나서 반가워.
나는 네 엄마야."
어제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던 어느날,
긴가민가하지만 ···,
혹시 '너'는 아닐까? 싶은 마음에
불안하고도 초조한 마음으로
살짝 문을 열어 보았더니,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주아주 작은 발로,
너가 엄마를 찾아왔더구나.
"똑똑, 엄마 저 왔어요!"
'어머···, 우리 아가가 왔구나?'
엄마아빠의 간절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 걸까.
너무 반가운, 너무 고마운 울 아가 ···.
들여다 본 너의 모습은,
이제 막
엄마 품에 둥지를 틀고 자리를 잡았대.
여기 여기, 아주 아주
작은 집을 짓고 있대.
깜빡깜빡 하얀 점으로 깜빡깜빡이는 너의 모습에
'울 아가 너를, 앞으로 열 달 동안 엄마 아빠가
뭐라고 불러줘야 할지···',
엄마 아빠의 마음도
깜빡깜빡 하얀 점과 함께 두근두근거렸단다.
'지금, 앉은 자리는 편하니?'
지금 엄마 뱃속에서
작은 생명을 틔우며
깜빡깜빡, 두근두근 첫 숨을 쉬기 시작한 울 아가.
그런 울 아가에게 지어줄, 불러줄,
울 아가의 첫 이름.
우리에게 가장 소중하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두근두근,
뭐가 가장 좋을까?'
엄마 아빠는 나란히 누워서
엄마 아빠의 한 손씩을 나란히 포개어
엄마 배 위에 올려두고
너에게 하나가 되어,
울아가의 첫 이름을
하나씩 하나씩 ···
떠올려 불러 보았단다.
아직 울 아가의 움직임이
느껴질 시기도 아닌데,
"축복이? 한방이?"
가만히 너의 반응을
느껴보려는,
이미 너의 존재에
부푼 설렘으로 한껏 붕 떠오른
엄마 아빠.
''어때? 이 이름은 좋대?"
"글쎄···, 가만히 있는 것 같아. 별론가?"
그거 아니?
엄마가 그동안,
이 시간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너의 첫 이름을 붙여줄
이 가슴 벅찬 시간을 말야···.
우리에게 아가가 찾아왔다는 걸,
이제 우리도 곧 엄마 아빠가 된다는 걸,
우리는, 너의 '엄마 아빠'라는 걸···,
너는, 우리의 '아기'라는 걸···.
오롯이 느껴볼 수 있는,
우리가 처음으로 하나가 되어 만나는,
이 가슴 따뜻하게 벅차오르는,
너의 태명을 짓는, 바로 이 시간.
너가 우리 곁으로 다가와
비로소 '꽃'이 되는 이 시간.
이제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그 누군가를 품고, 기다리고, 만날 날들을
살게 되겠지.
내 안에 있지만, 내가 아닌,
나와는 다른, 하지만 나의 분신인,
나에게는 전부가 될,
울아가.
조금은 남들보다 특별하게,
조금은 평범보다 좋은 의미를 담아,
조금은 더 정답게, 조금은 더 친근하게
앞으로 열 달 동안,
그리고 평생 기억될··· 너의 첫 이름,
너의 역사의 첫 페이지에 오를 너의 첫 이름···.
훗날, 너의 태중에서의 날들을
고스란히 떠올리게 할,
고스란히 그립게 할,
태명 ···.
너의 태명은,
바로 '사랑'이 ···.
첫 아이를 잃고,
바다라는 태명이 그리워
다시 그 태명을 꺼내어 보다가
밀물처럼 다가왔다가,
다시 썰물처럼 달아날 것만 같아
다시 고이 집어넣어두고,
엄마 아빠에게
'사랑'으로 다가왔다하여 지은
울 아가의 첫 이름, 사랑이.
태명처럼,
뱃속에서부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맘껏 불려지며, 사랑을 가득 받아,
정말 사랑을 닮은, 사랑할 줄 아는 아이로,
무럭무럭 자라나길
바라는 엄마 아빠의 소망을 가득 담아 ···
"사랑아,
엄마 아빠가 많이 많이 사랑한단다.
부디 무럭무럭 열 달 동안 건강하게 자라서,
엄마 아빠 만나자! 우리 사랑이, 파이팅!!''
마치 너가
엄마 뱃속에서
까르르 웃으며 대답 하는 것만 같단다 ···.
''안녕?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