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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이제 엄마 Oct 23. 2020

10. 배는 언제쯤 나오는 건가요??

[임산부] 일기


                                                                                                                                                                         

임신이란 것을 안 지 일 이주 정도가 지나고, 정말 알 수 없는 것이 하나 생겼다.



'배가 나온 건가? 아니, 그냥 내 뱃살인 건가?'



벌써 배가 나올리는 없을텐데, 자꾸 나와 있는 것만 같은 배. 벌써 기억나지 않는, 원래 내 뱃살. 신랑을 붙잡고 묻는다.



"내 배가 원래 이만했었어?"



"나온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하루에도 몇번씩, '이게 나온 거 아닐까?' 싶었다. 그러다 '오, 이건 아가 심장 소리?' 내 심장 소리를 울 아가의 심장 소리로 착각하기도 ….



적당히 시간이 흐르면 적당히 배가 나와, 걸어 다니면 다 임산부라는 것을 알아서, 자리도 비켜주고 배려도 받고, 그렇게 인생에서 한번뿐인 임산부의 혜택을 일찍부터 누려볼 줄 알았는데 …



'대체 배는 '언제부터' 나오는 걸까?'



모두가 떠올리는 임산부의 모습. 당연하게 나도 임산부가 되면 배부터 불룩 나올 줄 알았다. 그렇게 나도 곧 엄마가 된다는 기쁨을, 달라지는 내 모습으로 빨리 느껴보고 싶었는데 ···. 모두가 '임산부구나'를 알아보기까지 초기에 배는 천천히 나온다는 걸 몰랐다.



그렇게 임산부라는 것이 별로 티가 나지 않는 임신 초기에는, 괜히 배를 앞으로 좀 내밀고 걸어 보기도 하고, 하루 빨리 배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라기까지 했다 … .



그렇게 알쏭달쏭 하기만 했던 11주차에 들어선 어느 날, 침대에 누워서 여느때처럼 배를 문지르는데 … 뭔가 이상했다. 배꼽 아래로 뭔가 뽈록한 게 만져지는 게 아닌가. 마치 표주박 같달까, 계란 같달까?



'오, 바로 이거 같아!'



그 전에는 만져본 적 없던, 분명한 느낌. 무언가가 불룩하고 단단한 게 만져진다더니 ···. 마치 울 아가가 이제 자신의 존재를 무언가로 알리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뱃살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 날 이후, 나는 매일 거울 앞에 섰다. 티셔츠를 뒤에서 잡아 당겨 배가 최대한 드러나 보이게 서서 폰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13주, 15주, 17주 … 하지만 아직은 꼭 티셔츠를 잡아 당겨야만 '뽈록'하게 보이는 배 크기. 그래도 ···,



'오, 이제 제법 배가 나오는데?'



조금 더 시간이 흐르니, 하루가 다르게 쑥쑥 앞으로 밀고 나오는 배. 마치 그것이 울 아가가 점점 머리를 들이 내미는 것만 같아, 그 배가 얼마나 귀엽던지 ….



임신 초기에는 배가 그렇게 뽈록뽈록 하루가 다르게 나오는 게 너무 행복했다.



‘이제 정말 임산부가 됐구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 임산부구나’ 알아보기도 하는 것이 괜히 기뻤달까.



그렇게 한동안은, 오늘은 배가 얼만큼 나왔는지, 매일 아침 저녁으로 거울 앞에 서서 배를 내밀어 봤다. 오늘은, 내일은, 또 얼마 만큼 더 나올지 기대되고 설렜던 나날들 ···.



그러나 ···,



그때의 나는 미처 몰랐다. 그 초기를 지나고 중기를 지나면, 배가 정말 하루가 다르게 앞으로 쑥쑥 밀고 나와,

한여름에 걸어다니는 게 얼마나 더 덥고 힘들지를, 다리가 얼마나 부을지를, 허리가 얼마나 아플지를 ···,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나도 이제 임산부가 되었다. 모두가 알아보는 임산부가 되었다!' 라는 기쁨에 자랑스럽기까지도 했던 그때의 나날들 ···.



그런 나날들이 있었다.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그때가 정말 그리운, 그런 나날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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