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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이제 엄마 Oct 23. 2020

9. 울 아기 '태명'은 "뭘로 지을까?"

[임산부]일기

                                                                                                                      

 


"안녕? 울 아가? 

 만나서 반가워. 

 나는 네 엄마야."



 어제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던 어느날,

 긴가민가하지만 ···,



 혹시 '너'는 아닐까? 싶은 마음에

 불안하고도 초조한 마음으로

 살짝 문을 열어 보았더니,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주아주 작은 발로,

 너가 엄마를 찾아왔더구나.


 "똑똑, 엄마 저 왔어요!"



 '어머···, 우리 아가가 왔구나?'


 엄마아빠의 간절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 걸까. 

 너무 반가운, 너무 고마운 울 아가 ···.


 들여다 본 너의 모습은,

 이제 막 

 엄마 품에 둥지를 틀고 자리를 잡았대.


 여기 여기, 아주 아주 

 작은 집을 짓고 있대.


 깜빡깜빡 하얀 점으로 깜빡깜빡이는 너의 모습에



 '울 아가 너를, 앞으로 열 달 동안 엄마 아빠가 

뭐라고 불러줘야 할지···',



 엄마 아빠의 마음도

 깜빡깜빡 하얀 점과 함께 두근두근거렸단다.


 '지금, 앉은 자리는 편하니?'


 지금 엄마 뱃속에서

 작은 생명을 틔우며

 깜빡깜빡, 두근두근 첫 숨을 쉬기 시작한 울 아가.


 그런 울 아가에게 지어줄, 불러줄,

 울 아가의 첫 이름.


 우리에게 가장 소중하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두근두근, 

 뭐가 가장 좋을까?'


 엄마 아빠는 나란히 누워서

 엄마 아빠의 한 손씩을 나란히 포개어

 엄마 배 위에 올려두고

 너에게 하나가 되어,


 울아가의 첫 이름을 

 하나씩 하나씩 ···

 떠올려 불러 보았단다.


 아직 울 아가의 움직임이

 느껴질 시기도 아닌데,


 "축복이? 한방이?"


 가만히 너의 반응을 

 느껴보려는, 


 이미 너의 존재에

 부푼 설렘으로 한껏 붕 떠오른

 엄마 아빠. 


 ''어때? 이 이름은 좋대?"

 "글쎄···, 가만히 있는 것 같아. 별론가?"


 그거 아니?



 엄마가 그동안, 

 이 시간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너의 첫 이름을 붙여줄 

 이 가슴 벅찬 시간을 말야···.


 우리에게 아가가 찾아왔다는 걸,

 이제 우리도 곧 엄마 아빠가 된다는 걸,



 우리는, 너의 '엄마 아빠'라는 걸···,

 너는, 우리의 '아기'라는 걸···.


 오롯이 느껴볼 수 있는,

 우리가 처음으로 하나가 되어 만나는,


 이 가슴 따뜻하게 벅차오르는,

 너의 태명을 짓는, 바로 이 시간. 


 너가 우리 곁으로 다가와

 비로소 '꽃'이 되는 이 시간. 


 이제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그 누군가를 품고, 기다리고, 만날 날들을

 살게 되겠지. 



 내 안에 있지만, 내가 아닌,

 나와는 다른, 하지만 나의 분신인,

 나에게는 전부가 될,



 울아가.


 조금은 남들보다 특별하게,

 조금은 평범보다 좋은 의미를 담아,

 조금은 더 정답게, 조금은 더 친근하게



 앞으로 열 달 동안,

 그리고 평생 기억될··· 너의 첫 이름,

 너의 역사의 첫 페이지에 오를 너의 첫 이름···.


 훗날, 너의 태중에서의 날들을

 고스란히 떠올리게 할,

 고스란히 그립게 할,



 태명 ···.


 너의 태명은, 

 바로 '사랑'이 ···.


 첫 아이를 잃고,

 바다라는 태명이 그리워

 다시 그 태명을 꺼내어 보다가


 밀물처럼 다가왔다가,

 다시 썰물처럼 달아날 것만 같아

 다시 고이 집어넣어두고,


 엄마 아빠에게

 '사랑'으로 다가왔다하여 지은 

 울 아가의 첫 이름, 사랑이.


 태명처럼,

 뱃속에서부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맘껏 불려지며, 사랑을 가득 받아,

 정말 사랑을 닮은, 사랑할 줄 아는 아이로,

 무럭무럭 자라나길 

 바라는 엄마 아빠의 소망을 가득 담아 ···


 "사랑아, 


 엄마 아빠가 많이 많이 사랑한단다.

 부디 무럭무럭 열 달 동안 건강하게 자라서,

 엄마 아빠 만나자! 우리 사랑이, 파이팅!!''



 마치 너가

 엄마 뱃속에서

 까르르 웃으며 대답 하는 것만 같단다 ···.




 ''안녕?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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